연극살롱

대학로가 대극장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문예극장(오늘날의 아르코 예술극장)의 설립을 기점으로 하여 형성된 대학로는 오랜 동안 작은 규모의 소극장이 대다수를 점유하면서 점차로 그 숫자를 증식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해 왔는데 최근에는 대자본에 의해 극장이 건설되는 중에 대극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현재 대학로의 극장수는 112개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적 불황과 자연적 변화에 따라 실제적으로 폐관된 극장이 자료 속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극장수는 다소 감소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112개의 대학로 극장 중에 300석을 넘는 중극장 이상의 극장은 12개에 불과하다. 그 중에 국립의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학 교육장으로 설립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과 성균관대 새천년홀, 사설극장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숭아트센터 등이 대극장의 규모를 갖고 있는데, 성균관대 새천년홀이 700석 이상이고 나머지는 500석 정도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300석 이상의 극장 중에는 대학로문화공간 1관처럼 건물의 외관은 물론이고 무대와 객석도 그런대로 기본적 요구를 충족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작은 공간에 무대를 축소하여 객석의 수자만 늘여놓는다거나 아니면 천장이 낮은 기존의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어서 객석의 수자로만 계산하여 중극장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한 극장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러한 대학로의 열악한 극장현실에 대하여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극인과 관객 양쪽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공연물에 대한 불만보다는 오히려 낮은 천장과 비좁은 객석, 불편한 입구와 로비를 놓고 인터넷에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의 댓글이 빗발친다.
다행히 최근에 대학로에 건축하고 있는 극장은 자금이 풍족한 개인, 대기업, 대학교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서 기대하는 바가 많다. 이미 건축을 끝마치고 극장 내부공사에 들어간 뮤지컬센터 대극장이 1,000석에 가까운 객석을 보유한다는 소문이고 대학로 복판의 요지에 CJ 엔터테인먼트와 「연극열전」의 제작으로 유명한 배우 조재현의 복합공연장이 500석 이상의 공연장을 목표로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이화동 네거리에 홍익대학교가 디자인센터를 신축하면서 연극관련 대학원을 개설하고 내부에 7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설치하고 있다. 이들 신축극장들은 극장건축 능력만이 아니라 훌륭한 레퍼토리제작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대학로의 예술적 지형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려하는 바도 적지 않다. 우선 이들 극장이 예술성이 아닌 상업성을 추구하고 연극보다 뮤지컬 일변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들 신축 대극장은 공연하기 손쉬운 번역극이나 수입 뮤지컬에 의지하지 말고 힘은 들지만 보람 있는 창작 공연물의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자본에 의한 극장의 건축이 단순히 극장환경의 개선에 머물지 않고 연극인의 예술적, 경제적 지위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