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7일 인쇄
2012년 1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2년 11월호 통권 441호 |2025년 4월 4일 금요일|
 

문화살롱

 

2012 한국 마임 페스티벌(Korea Mime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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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梁惠淑)(연극평론)

올 가을은 유난히도 아름다운 날이 많았다. 또한 어느 가을보다 한국사회에, 특히 문화계에 수확이 많은 가을이었다. 「칸느 영화제」의 본상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가수 싸이가 “말춤”을 통해 온 세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국내 영화계도 「광해」를 통해 일곱 번째 천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다. 한편 대한민국은 유럽을 제치고 환경 분야 세계은행인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게다가 10월18일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국으로 선출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자존심을 눌러버리려던 ‘엽전’이란 자학과 자기비하를 극복하고 일어나 세계를 이끄는 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포용력으로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 깊은 혜안으로 세상을 품어 안을 때가 되었다.
여기 그러한 조짐이 보이는 행사가 있어 소개한다. 한국마임협의회(회장 이두성)가 주최한 「2012 한국 마임 페스티벌」(10월23일~28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은 한국의 공연예술계에 움트는 새싹을 감지하게 하는 좋은 행사를 진행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말”이 화두가 되어 3~4세기를 지배해온 것과는 대조를 이루며 2000년을 전후하여 세계가 바뀌고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이제 세상은 말이 아닌 “몸”으로 말을 대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할까?
소통과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때에 “마임”이란 장르는 어쩌면 연극을 대신하는 자리에 들어설 수 있을 만큼 “몸의 시대”, “춤의 시대”, “마임의 시대” 그 보다 더 먼저 “음악의 시대”로 세계의 공연예술은 그 생태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의 마임계는 마르셀 마르소에 자극받고 그 터전을 튼튼히 하며 고되고 힘든 길을 걸어오고 있다. 특히 유진규의 병과 극복이 한국 마임의 고된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이기도 하다. 당시의 김성구는 보이지 않으나 이번 「한국 마임 페스트벌」 24회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라질 뻔했던, 어쩌면 연극계마저 잊을 뻔했던 많은 이들 유홍영, 기국서, 유진규 등이 여전히 한국마임협의회에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해 적극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필자는 그 희망을 읽었다.
「한국 마임 포커스 Ⅰ」(마임협회 선정작), 「한국 마임 포커스 Ⅱ」(가장 먼저 선보이는 기대되는 신작), 「삐에로 마임의 날」, 「가족 마임의 날」, 「한국적인 마임」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과 함께 생각하고, 놀고, 웃고, 신음했다.
특히 대학로예술극장 3관의 무대가 특히 「한국적인 마임」을 선보이는 무대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소박하나 단아한 무대. 요란하고 휘황찬란하지 않은 속에 조성진의 「금도끼 은도끼」, 「나무꾼과 선녀」는 판소리 해설로 한국 마임의 진수가 무엇으로 맛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였고, 이두성의 「아버지와 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한국적 정서로 표현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판쵸우의 달가」 강지수, 강봉석의 「느림, 그 아리랑의 혼으로」 등의 작품은 마임으로 세계를 행복하게 해줄 날이 오고 있음을 시사하고도 남았다. 한국 마임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