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어제 오늘 믿을 수 없는, 믿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문화유산 경주가 사실 일본관광사의 시선과 설계로 만들어졌다는 배형일(USC산타바버라) 교수의 발표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음 대통령 유력주자가 국가사를 북에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회고록 내용도 그렇고, 대통령의 몸과 마음을 지배한 목사가 있었고, 그의 딸이 국정을 좌지우지 해왔다는 증언은 다 믿기 힘들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친구 부부가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했다.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먹고 3가 을지면옥까지 걸어갔다. 그의 캐나다인 와이프는 시장과 거리의 많은 사람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하나같이 날씬한데 그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모두들 열심히 걸어 다닌다고, 하여 웃었다.
(顯)



기 도(祈禱)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狂風)을 제 안에 두시던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두시던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지와 같이 하시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워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이번 달 좌담은 정기헌 춤평론가의 사회로 30주년을 맞은 현대무용단 사포의 김화숙 예술감독, 박주경 대표, 송현주 부대표를 모시고 공연소감과 지난 소회를 들어보았다. 지금까지의 성실함으로 한 해 한 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포의 40주년, 50주년을 기대해본다. 9회를 맞은 나의 데뷔, 남정호 교수의 글과 옛 사진들 즐겁게 감상하시길. 한국춤평론가회의 정기세미나가 11월15일 예술가의집에서 개최된다. ‘신무용90년을 맞아 춤 창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 많은 참석을 바란다. ‘궂은비 나리는’ 가을밤, 오랜만에 나라를 걱정하며 마감을 한다.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