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의 서울유레카

일본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은 참 깨끗하고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말한다. 물론 한국인도 친절하고 손님을 환대하는 자세는 일본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약간 성질을 달리하는 것들이 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 손님을 대할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환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만 그 친절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국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만날 때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충돌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뿐만 아니라 나라가 다르면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기 나라 문화나 풍습을 그대로 방문국가에 적용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이런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영미권 국가나 서해 바다 건너에 있는 대국 출신들이 많다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그들은 스스로가 우등국가 국민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도시를 결정하기 위해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일본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치안과 방사능 안전성, 그리고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를 어필했다. 오모테나시는 ‘손님을 대접한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에 올림픽 관계자는 물론이고, 많은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을 것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2015년에는 과거 최고치인 1874만 명을 돌파했다. 1위는 중국 499만 명, 2위는 한국의 400만 명, 3위는 대만의 386만 명 등 아시아권이 1420만 명이며 전체의 71.9%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한일관계에 최악의 분위기인데도 전년대비 45%나 증가하며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극감한 것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준 이유는 이제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물가와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하는 평도 있지만, 그 원인의 뿌리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내한 외국인도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관습을 이해하려 해야 하지만, 한국인들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온천장이다. 그러나 외국인 전용 온천장은 없다. 일본인과 함께 목욕탕을 이용하게 되는데 일본의 목욕문화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목욕하기 전에 몸을 씻고 욕조에 들어가거나 수영복을 입고 목욕탕에 들어가면 안 된다거나 욕조 안에서 수영하면 안 된다는 것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상식이다. 그런데 목욕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이 그런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목욕을 즐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외국인들에게 일본인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보기만 해서 참으면(?) 문제가 없다. 몸을 씻지 않고 목욕탕에 들어간 중국인 관광객에게 일본인 이용자가 주의를 준 순간 그 중국인 관광객은 알 수도 없는 언어로 주의를 받아 자존심이 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인 이용자를 구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중국인 관광객은 현행범으로 구속되었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로 일어난 슬픈 사건이다.
온천장 측도 일본의 목욕문화를 외국어로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계몽활동을 실시하고 있지만 철저히 이해시키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 일은 목욕문화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신체적 특징 때문에 온천목욕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온천장뿐만 아니라 대중목욕탕에서도 몸에 문신이 있으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문신이 다른 이용자에게 위압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이용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일본에선 보통 문신이 있는 사람을 깡패(?)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문화적으로 문신을 하는 나라도 있으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패션으로 문신을 즐겨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문신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시설에서 문신을 가리는 피부색 스티커를 판매하면서 스티커를 붙이는 조건으로 목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스티커로 가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일본의 외국인 문화를 2020년 동경올림픽 때까지 이런 정서가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외국인을 상대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외국어다. 영어로 상대하면 된다는 사람도 있으나 실제로 의사소통까지 할 수 있는 일본인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요새는 여태까지 외국인들이 오지도 않았던 동네식당이나 가게에 외국인들이 오는 경우가 있다.
내 고향인 야마구치현 하기시는 2015년도에 시내 수 곳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고향 선배는 작년 하반기부터 확실히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말하였다. 동네에서 닭꼬치집을 경영하는 가게에 3명의 아시아계 관광객들이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일본어도 영어도 통하지 않는 동양계 사람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데 한국인 같다는 말이었다. 나는 선배에게 ‘LINE(라인)’ 통역기능을 이용하라고 그랬다. LINE의 번역기능에는 실시간으로 입력한 문장을 번역하는 기능이 있다. 결국은 한국인 손님과 LINE의 번역기능으로 대화를 나누고 주문도 무사히 받아 손님들은 가게를 나가면서 “맛이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말하였다고 한다. 그 후 선배는 외국인이 와도 번역기를 이용하면서 외국인과 대화를 즐기고 있다고 연락을 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언어장벽이 허물어져 장사를 잘 하고 있다. 이러다가 머지 않아 선배의 닭꼬치집이 가이드북에 실릴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선배의 경우 언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예이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래도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런 공포를 덜기 위해 요즘은 외국어로 팸플릿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여행을 간 한국인 지인이 어느 관광지에 관한 한국어 팸플릿이 있기에 한국어로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실망하였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줬는데 지인은 한국어 팸플릿까지 만들었는데 왜 한국어도 못하냐고 납득을 못한 모양이었다.
이런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선배의 닭꼬치집의 경우 특수한 경우이지만 외국어 팸플릿까지 준비하는 곳에서는 단어 정도라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업소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여러 나라의 언어에 대응하는 번역기는 항상 준비해도 나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외국인 이용객에 대한 ‘오모테나시’를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국에 가서 현지에서 촬영하거나 자신의 나라에 사는 외국인의 의견과 사고방식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일본의 공중파 방송국인 TV도쿄는 2013년부터 정규방송으로 ‘YOU는 무엇을 하러 일본으로?(YOUは何しに日本へ?)’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영어로 표시하면 ‘Why did you come Japan?’이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이 흥미로우면 따라가서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오락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외국인은 무조건 ‘YOU’로 호칭하고 있어 일부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로 ‘YOU’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하루~며칠 동안 같이 다니면서 동행 취재한다. 여행기간이 길거나 자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시리즈로 방송하는 경우가 있으며,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여행 중에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재 상대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중간에 취재를 거절하거나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때로는 예고도 없이 여행을 중단하여 귀국해버리는 케이스도 있단다. 이런 일들은 이른바 ‘방송사고’라고 불리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것도 외국인의 개성이라고 생각해 그대로 보여 준다.
일본에 도착한 외국인관광객만 잡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출발 로비에서 일본에서 산 선물을 보여 달라는 코너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사온 선물을 소개하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참 다양하다. 어떤 영국인은 일본에서 녹차 맛 킷켓(KITKAT: 쵸코 과자)을 대량 구매했다. 이유는 녹차 맛 킷켓이 자기 나라에는 없는 물건이라서란다. 그것은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한복을 입은 키티 인형을 사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라 이해를 한다. 또한 일본에서 추억의 사진을 소개하기도 한다. 요즘은 단순히 따라가서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주재를 정해 방송하는 포맷으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일본인도 모르는 정보를 검증하는 ‘왜? YOU의 가이드북’, 일본의 축재를 좋아해서 전국은 다니는 외국인을 취재한 ‘이벤트 YOU는 무엇을 하러 일본으로?’, 외국인이 일본에서 하고 싶은 일을 프로그램이 도와주는 ‘YOU의 꿈을 도와드립니다’에서는 독일 남자가 한국에서 일본에 그를 만나러 온 여자 친구에게 신사에서 결혼식을 하는 서프라이즈도 연출하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일본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비슷한 불안을 많이 해소해주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면 호평을 받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일본의 경우에 대하여 언급했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2년 빠른 2018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일본보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이 더욱 절실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1988년에 하계 올림픽을 치렀다. 올림픽 기간 중 나는 서울에 있었으며 올림픽 게임도 몇 개 관람했다. 그 당시 서울시내는 올림픽을 성공시키려는 기운이 넘치고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 당시 나는 한국어를 잘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인사말과 몇 개 문장만 알아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면 식사를 하러 온 것이며, 옷 가게에 들어가면 옷을 사러 온 것이다. 사실 몇 개 단어만 알아도 덜 불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있는 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었는데 한 가지 곤란한 일도 있었다. 그것은 올림픽 개최기간에 겹친 추석이다. 국위선양(國威煽揚)의 기회인 올림픽마저도 국민의 명절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 추석 때문에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편의점도 없었고, 열려 있는 업소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체뿐. 3일 동안 햄버거만 먹고 추석을 넘겼다. 물론 지금은 365일 영업하는 업소도 많아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함을 피부로 느꼈다. 28년 사이에 사회는 한층 발달되어 이제는 그런 일이 추억에 불과하지만 외국인이 불편함을 생각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한다.
자기나라의 좋은 점을 외국인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내국인은 외국인 관광객을 모르고 외국인 관광객은 내국인을 모른다. 서로 모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할 때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사고방식 차이로 인한 것인데, 결국 사람들끼리의 일이라 서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외국인 관광객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YOU는 무엇을 하러 한국으로?」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