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외국인 유학생의 비교육적 실태가 비난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아무런 대책과 제도가 없이 한국어 구사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유학생을 무제한으로 받아 들여서 부실한 대학교육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1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최근에는 6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멀리 유럽과 미국에서 온 유학생도 있지만 가깝게 아시아 여러 지역의 유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급격한 증가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인 학생이 한국에 많이 유학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는 순수하게 학문적 관심에서 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학문과 경제수준의 향상에 따라 호의적인 시각으로 유학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최근의 한류현상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중국의 심각한 대학 부족이 중국인 유학생의 수를 증가시키는 직접적, 현실적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 대학 연극과에 유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무엇보다 한류를 주도하는 것이 드라마와 영화라는 점에서 이것이 한국 대학 연극과의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장금」의 이영애가 다녔다는 이유에서, 요즘에는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이 다녔다는 이유에서 한국의 일류급 연극과를 목표로 하여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에는 중국에서 대학 연극과의 입학이 밤에 별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연극과를 증설하지 않고 있다. 중국처럼 모든 대학을 국가 재정으로 설립하는 경우에는 연극과의 설립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중국을 대표하는 북경의 중앙희극학원과 중국전영학원의 입학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한국의 일류급 연극학과의 그것을 능가한다. 현재 한국 대학의 연극학과에 재학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대략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필자의 강의실에 7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수강을 신청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다. 그들은 한국어가 미숙해서 원고를 작성하여 읽는 것으로 발표과제를 대신하고 학기말 시험에서는 중국어로 시험지를 작성해도 무방하다는 편의적 혜택을 받았다.
이렇게 연극학과에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증가해도 대학 당국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교수를 채용하여 중국인 유학생의 지도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연기를 지망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여건에서도 실효성 있는 연기교육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국인 유학생의 유치는 얻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이제 한국연극은 외국인 유학생의 연극교육에 각별한 관심과 대책을 마련해야 국제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