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북한산 기슭 서울 종로구 평창동 쪽에서 북악터널을 지나면 왼쪽에 국민대학교가 있다. 1970년대 말에 국민대학교는 종로구 창성동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경관이 좋고 때마침 북한산 형제봉 자락의 단풍이 짙은 때였다.
국민대학교는 1946년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온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이 세운 학교다. 불운의 정치가이지만 뛰어난 문필가요 사상가였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이승만과 맞섰을 때 한강 백사장에 사상 최대의 인파를 모으고 승기를 잡았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일은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 3·15부정선거 폭로, 4·19혁명에 불을 붙인 것이 해공 신익희 선생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해공 선생은 음악과 시를 좋아하였고, 그의 서예 작품에는 이를 예찬하는 글귀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것이 바탕이 되어 오늘의 국민대학교에 예술대학 음악학부가 생기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음악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국민대학교 심포닉 윈드 오케스트라는 70여명의 단원들로 구성된 대편성 악단이다. 10월 24일 국민대 경영관 안에 550여석의 아담한 콘서트홀은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음향을 미쳐 담을 수 없을 만큼 작게 느껴졌다.
이 악단이 생긴 지 17년이나 되었는데 나는 이 연주를 처음 접하였다. 그러면서 늦게나마 이 연주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연주회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은 이례적이었다. 새롭고, 순수하며, 진지한 연주 태도에서 우리나라 관악계의 아니 음악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희망도 갖게 되었다.
이들이 연주한 음악은 모두 새로운 음악이었다. 작곡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아 있는 작곡가의 작품이었다. 작고한 알렉산더 아루티우니안도 1920년에 태어나서 2012년까지 생존했으니까 불과 4년 전에 돌아간 작곡가이다.
사무엘 하조(1961), 클라우스 바델트(1967), D.부르주아(1941), 스티븐 라이네케(1970) 등인데 그들의 음악은 그렇게 생소하게 들리지 않았다. 생존 작곡가이고, 최신 작품이지만 재미있고 친근한 음악들을 골랐던 지휘자의 의도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악단이 이렇게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지휘자 이봉환 교수의 역량이 지배적이었다. 이봉환 교수는 플루트 연주자로서 알려진 사람이다. 관현악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오스트리아 빈 시립음악원에서 수학한 사람이다. 빈과 헝가리 등에서는 연주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섬세하고 치밀하며 그러면서 매우 친화적인 작품 해석 능력을 가졌으며, 지휘자로서 단원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 트럼펫 독주를 맡았던 최희수(4학년), 트롬본의 조재희(3학년)의 역량도 돋보였다. 특히 조재희의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타악기군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 악단의 연주는 우리 관악계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그리고 학구적인 진지한 연주는 매우 신선하였다. 음악계의 귀감이 되었다.
끝으로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도 연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