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2016 전통연희 페스티벌」(10. 21~23. 상암 월드컵 평화의 공원)을 통해, 「2016 창작연희 작품공모」로 선정된 세 작품을 공연했다.
첫 번째 작품은, 광대생각의 「문둥왕자」. 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를 소재로 출발했다. 문둥이 캐릭터에다가 셍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겹치고 있다. 현실에서는 문둥이와 개라는 존재지만, 문둥왕자와 여우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작품이다. 아이디어, 인형디자인(음대진)에선 꽤 진일보했다. 이 작품이 담고자 한 철학적인 의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미덕에도 불구하고, 정작 ‘연희’ 혹은 ‘창작연희’와 관련해서 빈약한 취약점을 드러낸다. 연희라 함은, 풍물, 탈춤, 무속과 전문예인들의 기예를 두루 아우른다. 창작연희라 함은, 이런 것들을 새롭게 진화시키는 것을 의미하겠다. 이 작품에선, 그런 측면이 전무했다. 대학에서 연희를 전공한 전문인들이 주체가 된 작품이지만, 정작 이런 연희적 특성을 전제로 한 창작연희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부족했다. 연희자가 연희를 포기하고, 연극을 만들려고 애쓰는 형상이다.
연희작품에 있어서도 스토리의 탄탄함이 중요하고, 음악적인 짜임새로 중요하겠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수단은 ‘연희’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B급의 어린이인형극을 보는 것 같았다. 연희하는 사람이 오히려 연희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 작품의 핵심에 연희의 특성을 잘 배치해, 그것으로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방식을 간과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극단 ‘거목’의 「만복사 저포기」. 연극적으로 볼 때의 한계도 확연하지만, 무엇보다도 ‘연희’라고 보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더욱이 창작연희로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마지막의 태권도 시범은, 아연실색할 진풍경이었다. 판소리, 민요, 무속이 등장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작품 속에 제대로 녹아들지도 못했다. 전통예술의 분별없는 나열과 섞음의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세 번째 작품 「세 개의 문」(임오섭 작, 연출)이, 유일하게 ‘창작연희’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의 완성도에선 부분적으로 어설픈 장면이 있긴 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통과의례를 통해서, 이 시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해주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의 ‘세 개의 문’은 결혼, 죽음, 탄생의 문을 의미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통과의례를 바탕으로 해서, 언어의 사용을 최소화 하면서, 작품의 주제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 ‘풍물’이라는 악기와 그 장단을 통해서, 작품을 내용적으로 ‘소통’하는 점이다. 소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 등 무대미술(조한나)에서도 돋보인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관객에게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든다. 웃음의 저변에는 해학과 풍자가 있다.
이렇게 작품공모에 선정된 작품의 실연을 보면서, 연희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연희의 중요성과 특성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희를 단지 소재 차원으로 보고, 이걸 연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에, 연희전공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연희여. 제발 연희와 연애하라! 연극에 대한 짝사랑일랑 그만두고, 연희와 참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