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감나무 과원

김수목

초겨울이 되자 할 일이 없어진
나뭇잎들은 갈 곳 몰라 서성이다
우수수, 더러는 우르르,
바람에 까치걸음으로 밀리거나,
바람을 건드렁 건드렁 밀거나,
어디론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앙상한 감나무 가지들만
잿빛 하늘을 지키고
남겨진 자들의 슬픔은 아랑곳없이
홍시들은 새들의 먹이가 된다

감나무 잎을 쓸어 모은다
흙에 딱 붙어 떨어지려하지 않는 잎,
구덩이에 푹 파묻혀 나오려 하지 않는 잎,
순순히 끌려나와 뒹구는 잎,
갈퀴는 늘어져 풀린 손가락으로도 쉬지 않는다

잎들을 쌓아 더미를 만든다
잎들은 쌓여 덩이가 되고 봉분이 된다

겨우내 눈 맞으며 썩어간다
썩어가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흰 구름 한 조각 집어넣고
지나는 바람 한 줌 불러다 넣어
집 나간 자식 때문에 썩어 문드러진 어미 마음처럼
썩고 썩는다

가끔은 구슬돌이로 입김도 불어내며,
푹푹 속 썩어 몸피를 줄여가며,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가며 잘 썩은 거름이 된다
봄이 되면 감나무 과원에 뿌려질
두엄더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