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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이정희(李貞姬)
(한국루돌프슈타이너 인지학연구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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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언어, 보이는 음악 오이리트미
무용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전 인류의 예술이다. 고대의 종교적인 의식이나 춤은 모든 문화와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동작은 항상 ‘집단성 workship’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부분이었으며 사회적 통합을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춤동작은 삶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인간과 미와 진리와의 상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현대인은 그저 재미와 오락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춤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좋아하는 대로 움직인다. 어떤 사람은 에어로빅처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신체 단련의 한 방법으로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는 생활 속에서 동작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과거 시대의 그 문화적 삶을 통해 흐르던 영감의 어떤 부분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강과 행복을 위한 동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의 과정에서 동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고 어른들에게 동작은 차 안이나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상생활에서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일을 할 때 기계처럼 반복되는 동작 또는 수동적인 오락의 시간들에 대해서도 균형감을 준다. 우리는 동작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을 다시 인식하고 있다.
동작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미를 느낀다면 우리는 감각과 상상력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판에 박힌 일상생활 속에서 둔감해지는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고 춤동작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생한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용 공연은 삶의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 우리는 여기서 마음을 움직여 삶의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은 생소한 동작, 오이리트미에 대해 얘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오이리트미는 새로운 동작예술이며 20세기 초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서 시작이 되었다. 그것은 인지학이라고 불리는 슈타이너의 교육, 예술, 농업, 그리고 의학 등과 같이 그가 연구하고 사회적으로 활동한 많은 개척 분야들 중 하나이다.
오이리트미는 공연 예술인 동시에 학교, 사업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요양원과 병원에서 그리고 개인에게 치료법(therapy)으로 실용화되고 있다.
오이리트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레와는 다르게 특정한 신체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나이가 젊어야 한다거나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수준 높은 전문적인 공연이 된다하더라도 개인적인 ‘유명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사이(관계)에서 창조되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오이리트미의 매개체는 우주를 담고 있는 인간 존재 전체(육체와 의식, 감정, 정신)이다.
오이리트미 활동에서는 각자가 창조자이다. 오이리트미를 함께 창조하면서 거기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잠재력이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예술로서의 오이리트미는 사람처럼 계속 발전하며 성장하고 있다.
나는 말한다, 나는 노래한다
우리들은 자연의 모든 곳에서 리듬, 하모니, 그리고 비율(균형)이 창조되는 것을 본다. 이러한 것들은 조류와 계절의 리듬, 행성들의 움직임, 씨앗이 뿌려지고 성장하며 꽃이 피는 주기 등등에 흐르고 있다. 크리스탈의 형성과 식물의 형성, 바람과 물 등의 나선성 패턴에는 기하학의 법칙들이 존재한다. 동물의 세계에는 환경과 완전히 일치하는 형태, 색깔, 동작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요소를 담고 있는 인간 존재에게는 여기에 더하여 사상, 감정, 의지의 내적 삶이 주는 역동성, 말과 노래를 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이 오이리트미의 원천이 되는 기본적인 창조의 힘이며, 특별한 점은 오이리트미가 자신의 활동으로 음악과 언어를 보여주고 드러낸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소리를 듣거나 움직임을 볼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흉내 낼 수 있다. 오이리트미에서는 이런 것과 또 어떤 것을 더 시도해보려고 한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어땠는지 한 번 기억해보자. 자기를 잊을 정도로 몰입하던 놀이시간, 당신의 상상력이 너무 강해서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감각조차 잊었던 순간들, 침실은 어두운 숲이고 불을 뿜는 용이 옷장 속에 살고 있다. 용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용이 굴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나오는 순간 바위인 척하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그때 정말 바위인 척했는가 아니면 진짜로 바위가 되었었는가! 그 순간 육체와 마음이 완전히 합쳐져서 돌의 성질에 빠져들어 몸을 둘둘 말아 공처럼 만든다. - 꼼짝도 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진 양 아주 조용해진다.
우리는 오이리트미에서 이러한 창조적인 상상력의 힘을 일깨워서 다른 차원에서 ‘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우리는 대지와 물의 본성, 높은 음, 낮은 음들의 흐름, 직선과 곡선의 양극성을 탐험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과 진정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본성들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가르치도록 한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그 본성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오이리트미는 육체 자체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육체가 도구로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전체-육체와 의식 모두-안에 언어의 소리, 음악의 소리, 빨강 또는 파랑의 색들, 간절함과 성취감이 우리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몸짓과 우리 주변공간은 생생하게 살아있고 그 몸짓과 공간은 이러한 본성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이 안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결코 아니다. ‘움직이는 사람’은 항상 창조자이다. 예를 들어 오이리트미로 어떤 음악을 표현한다고 할 때 흥에 겨워서 멋대로 하거나 의식적인 통제를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또 단순히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우리의 동작을 형성하려고 시도해서 (물론, 감정을 가지고!) 연주가 되어 흐르고 있는 그 음악의 본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오이리트미도 모든 동작예술처럼 배우고 연습을 해야 하는 테크닉이 존재한다. 오이리트미는 작곡가나 시인이 사용한 것과 같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오이리트미도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이 연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한다. 결국 오이리트미를 공연하는 창조적인 순간은 인간의 존재 전체로 ‘노래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적이며 객관적인 예술 요소들을 활발히 통합시키고 우리 동작을 창조했던 그 조화의 법칙을 재발견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라는 개별적인 도구들을 다시 연주해서 음악과 언어를 동작으로 풀어 내놓는다. 나는 그 음악을 노래하고, 그 음악은 나를 노래한다.(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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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 독어독문학 박사,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독어학, 현대독문학, 서양예술사 전공으로 석사학위, 텍스트 언어학분야로 박사학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인지학, 발도르프교육학 전공. 한국루돌프슈타이너 인지학연구센터 대표로 영유아교사, 학교교사 양성과정 및 오이리트미 디플롬 과정 개설. 역서로 『슈타이너』,『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발도르프 학교에서 인지학이란 무엇인가』, 『발도르프 교육학;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학의 입문』,『발도르프 학교교육』, 『발도르프 유아교육』(공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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