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긴 꼬리가 사라진다. 올해는 한국현대춤협회와 정은혜무용단, 김화숙현대무용단사포가 30주년,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이 40주년을 맞아 춤지 좌담도 하고 어느 해보다 의미있는 행사를 치렀다. 이정희 선생의 춤50년도 12월18일 기념공연을 갖는다. 춤지도 40주년의 해였다. 단체의 나이가 끝이 0인 해를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것은 사람에 있어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하듯 성장에 대한 확인심리 같은 것 아닐까. 많은 무용공연이 몰려있는 연말, 유독 금년 공연장에 가보면 낯익은 관계자들만 계속 만나게 되어 우리만의 잔치 아닌가 자괴감이 들기도. 일반관객들은 더 큰 자괴감에 광화문 100만 촛불과 함께 한 탓이겠지. 테니슨의 이런 힘찬 시가 생각난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는 가게 하여라. 낡은 것 울려 보내고 진실과 정의의 사랑을 울려 맞아라. 한없이 선한 사랑을.
(顯)




겨 울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이번 달 좌담은 창립 20주년을 맞은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의 이철용 이사장, 윤덕경 서원대 교수, 박주영, 반호정, 김하림씨와 함께 복지를 넘어 또 하나의 예술로 자리매김하고자하는 장애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불어 교류하고 소통하고 함께 가자는 이들의 창작세계가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게되길 바란다. 신무용 90주년을 맞아 한국 무용창작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본 11월15일의 한국춤평론가회 세미나, 심정민 춤평론가의 발제글 “한국 무용창작의 컨템포러리화, 그 성과와 과제”를 실었다. 무서운 겨울을 맞는다. ‘봄이 멀지 않으리─’ 라는 멋진 글을 남긴 그 시인은 누구였을까─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