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스킨스(Skins)』는 2015년 모다페 (주최 한국현대무용협회) 국내초청작으로 선정되어 발표된 개인 솔로 작품이다. 그 후 2015년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주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하 SCF)에 참가하여 재공연을 하게 되었고, 2016년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모노 탄츠 페스티벌(Mono Tanz Festival)」에서 유럽 초연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연결한 해외 무용기관과의 교류와 SCF에서의 해외페스티벌 선정으로 2016년 10월 한 달 동안 리투아니아 페스티벌인 「아우라 26(Aura 26)」을 시작으로 슬로바키아의 페스티벌 「브라티슬라바 인 무브먼트(Bratislava in Movement)」, 그리고 일본의 무용전문극장 도쿄세션하우스의 기획 공연 「댄스 브릿지(Dance Bridge)」에 참여하였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로의 이동은 큰 어려움이 없었고, 하반기 투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반년 전부터 여러 준비 사항들을 철저하게 계획하였다.
동유럽 2개 국가에서 공연한 「아우라 26」과 「브라티슬라바 인 무브먼트」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연투어기금을 받았고, 일본 「댄스 브릿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교류지원 선정으로 기금을 받아 공연을 진행하였다. 세 국가에서 각광받고 있는 페스티벌에서의 참여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기금을 받아 공연을 진행하였기에, 큰 어려움 없이 투어를 순조롭게 잘 마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의 여러 안무가들이 해외의 역량 있는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개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진행되지 못했던 무수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하여 다시 한 번 공연지원금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해외에 선보이며 개인 창작 작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작업에 대한 발전과 향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이번 공연 투어는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큰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참가하면서 보고 느끼며 얻어낸 여러 가지 값진 경험들이 함께 공유되길 바라며 참가했던 3개국 페스티벌에 대하여 투어를 진행했던 순서대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투어 - 리투아니아 댄스페스티벌 「아우라 26」(10월 5~9일)
한국에서는 약간 생소할 수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는 북유럽과 매우 가깝게 위치한 발트해 3국 중의 하나이다. 리투아니아의 문화도시 카우나스에서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인 아우라 댄스 페스티벌은 1989년부터 시작된, 리투아니아의 가장 큰 규모의 무용 페스티벌이다. 매년 10여 개국 이상의 우수한 안무가와 무용단을 초청하여, 각 나라의 작품을 소개하고, 신진 안무가들을 발굴하여 리투아니아에서 현대무용의 발전과 대중성에 크게 앞장서고 있다. 2013년부터 한국현대무용진흥회 SCF와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하여 한국 안무가들이 아우라 댄스 페스티벌에 이미 몇 차례 소개되었다.
개인적으로 아우라 페스티벌과의 인연은 매우 남다르다. 2011년 동유럽 3개국 (리투아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협력 작업에 무용수로 참여한 작품 『A.S.A』가 「아우라 21」에 참가하여 공연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 개인 안무작 『스킨스(Skins)』로 다시 참여하게 되어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 참가팀은 총 4팀으로 이정인, 김재승, 지경민, 김요셉이 「코리안 댄스 이브닝(Korean Dance Evening)」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진행하였다. 디렉터(Birute Letukaite)는 한국의 무용 작품 수준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되어 있는 상태라고 높게 평하며, 한국 팀의 공연을 축제의 마지막 날로 선정하였고, 모든 공연은 관객들과 다른 참여 아티스트들의 기대와 환호 속에서 성황리에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공연 전 무용 전공 학생들과 프로페셔널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였는데,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참가자들의 열정과 무용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축제 기간 내내 비가 오는 궂은 날씨 탓에 예전 방문했을 때 느꼈던 리투아니아의 아름다운 경치와 날씨를 느낄 수 없었지만, 시내 곳곳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연은 우울한 날씨를 이겨낼 수 있는 큰 활기가 되었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이스라엘의 안무가(Sharon Eyal)의 컴퍼니 ‘L-E-V’와 카우나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용단(Aura Dance Theater)의 공연은 페스티벌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 큰 호응과 관심을 얻었다. 멕시코 무용단(FOCO alAIRE PRODUCCIONES)의 작품(LOStheULTRAMAR)은 「아우라 26」 페스티벌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이었다. 인간의 희노애락으로 가면을 만들고, 그 가면을 쓴 아티스트들은 수차례 얼굴의 표정과 인상을 바꾸며 관객들과 연결을 시도 하였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관객은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실, 이 공연을 보기 전, 단지 몇 가지 제스추어와 얼굴의 미세한 표정만으로 개인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함께 나눈다는 것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의 퍼포먼스를 계속 보면서 언제 그런 생각을 가졌냐는 듯, 어느 순간부터 점점 깊게 빠져들었다.
관객의 마음을 열고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공연 자체의 설정을 넘어 관객들에게 순수한 의도를 전달한 것에 크게 감동받았다.
항상 몸으로,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게 하려는, 계획된 의도로서의 공연을 해온 나에게 이 작품은 모두가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함을 명확하게 전달해 준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을 발견하고 그것에 공감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큰 자극제가 되고 아이디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포코(FOCO alAIRE PRODUCCIONES)의 작품은 이번 페스티벌 참여로 얻은 너무나 큰 선물 같은 공연이었다. 꼭 기회가 되어 한국에서도 공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