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김성한 안무 『눈먼자들』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11월12~13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김성한의 주 관심사는 인간 군상 그리고 그 속의 ‘나와 너‘이다.
변화하지 않는 무대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망가뜨리거나 혹은 승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사회라고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지만 언젠가 인간은 사회의 변화에 끌려가게 되며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적나라한 고발은 결국 나를 성찰하려함이 작품 속에서 의도하려는 바이다. ‘사회 안에서의 나’ 시리즈 중 『아유 레디』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눈먼자들』은 기존작에 비해 의상과 무대에 있어서는 단조로움이 큰 특징이다. 그 말은 이번 공연은 오브제 등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춤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안무가의 의도로 보인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발랄하게 춤추는 첫 장인 ‘미지의 세계’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흥미로움을 안겨줄 지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이 후 이 첫 장과 마지막을 제외한 나머지 네 장은 장면의 변화를 못 느낄 만큼 정적인 무대여서 다채로운 장면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안무가가 의도하려는 세태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무용수들의 연기를 통해서 십분 발휘되지 못한 부분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백색이 주는 이미지는 아기가 부리는 아집처럼 순수함 일 수도, 대책 없는 막무가내 로도 다가왔다. 차라리 아기가 부리는 아집은 귀여울 수 있겠으나 알만한 성인이 부리는 아집-거기에 권력까지 더해졌다면 이만큼 난감 할 데가 없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우리는 권력의 맛에 눈이 먼 인간들이 한데 모여 전횡을 고조시키는 순간 온 누리에 발가벗겨져 버린, 그러나 수치심을 모르는 그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참담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김성한의 작품 선택은 세태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임에도 많은 관객이 몰렸는데, 현대춤 뿐만 아니라 발레 그리고 한국춤 무용가들 그리고 극장 운영 관계자들까지 각계의 다양한 관계자들을 관객으로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그의 장점이자 공연장 풍경의 큰 특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