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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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장애인문화예술 법인으로서 더불어 교류하고 소통한 20년
조은경 _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 20주년을 축하드리며, 이번 10월13일 용산아트홀대극장 미르에서 있었던 「또 다른 가족과 함께하는 일곱 번째 협업무대」 공연 잘 보았습니다. 20주년의 부제랄까요 “이제 희망이 보입니다” 또한 깊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시인, 소설가이자 국회의원을 역임하신 이철용 이사장과 윤덕경 예술감독, 공연에 참가했던 무용단의 박주영 지도위원과 반호정, 김하림 씨와 함께 복지를 넘어 또 하나의 예술로 자리매김하고자하는 장애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이철용 _ 「춤」지에 오니 조동화 선생님 생각이 납니다. 조동화 선생님께서는 1960년대부터 무용평론을 하시고, 또 많은 활동을 하셨죠.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무용이 각광받는 장르가 아니었는데도 조동화 선생님께서는 선구자셨어요. 1976년에 「춤」지를 창간하셨죠? 그 후 40년의 역사를 갖고 권위와 전통을 가진 무용 잡지로 이어 온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셨습니다. 모양만 화려한 것을 찾는 여느 잡지와 달리 춤지는 일본의 오래된 잡지인 ‘문예춘추’와 같은 권위가 살아있어요. 그런 면에서 우선 경의를 표합니다.‘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은 줄임말로‘장문원’입니다, 장문원에서 고집스럽게 무용에 애정을 쏟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저는 춤에 대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경험과 스스로 학습을 통해 춤을 접하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이나 언어장애인과는 달리 저와 같은 지체장애인들은 몸짓이 불편하니까 춤을 추기도 힘들고 아예 엄두를 내지 않지요. 춤은 팔과 다리 등 몸짓이 기본인데, 지체장애인들은 팔과 다리가 불편하거나 동작이 안 되니까 움츠러들고 주눅이 듭니다. 그래서 장애인에겐 춤은 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되면서부터 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저의 개인적 경험입니다만 저에게 주눅 든 것에서 해방되고 회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제가 20대 초반이었어요. 교회 수련회에 참가했을 때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그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춤을 추는 거에요. 달빛과 모닥불만이 유일한 조명이니까 자신의 핸디캡이 노출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째튼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된 거고. 저절로 춤을 춘 거예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춤을 추다보니 슬그머니 자신감이 생겼고, 이전에 있었던 대중 공포증이라든가 카메라 울렁증 등이 사라졌어요.
이후에 제가 정치계로 진출했는데 춤을(몸짓) 찾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정치는 말이지 않습니까? 말을 하려면 마이크를 잡아야 되는데, 만약에 제가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마이크를 못 잡았을 거예요. 춤은 사람을 거듭나게 하고, 나아가 인성을 계발하는 부분에서 춤의 치료 효과를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습니다.
분명 우주도 춤으로부터 시작됐고요. 우주가 생기기 이전을 무극(無極)이라고 하고, 우주가 생성된 이후를 태극(太極)이라고 합니다.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음양에서 오행의 줄기가 나오고 드디어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생깁니다. 생성, 팽창, 소멸 등의 모든 과정은 한마디로‘움직임’의 시작과 끝이에요. 그러니까 무용의 반대, 춤의 반대 개념은 굳음, 정지, 멈춤, 죽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춤은 모든 생명의 시작이고 근본입니다.
처음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을 만들면서 윤덕경 교수와 의논을 했어요.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제가 끌어들인 거지요. 장애인에게 있어 춤에 대한 당위성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면서‘장애인들에게 잃어버린 춤을 회복시키는 선구자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윤 교수는 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윤 교수와 의기투합해서 장문원을 정식으로 개원하였고, 첫 작품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자는 의미에서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를 장문원의 첫무대로 꾸몄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장애인을 자녀로 둔 어머니의 아픔을 그린 『어-엄마 우으섯다』를 공연했어요. 마침 그때 윤 교수도 춤을 시작한지 30년 된 해로 그렇게 시작 했는데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뀌는 20년을 맞이했습니다.
춤은 장애인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에게 춤 보급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욕심을 하나 더 내자면 장애인 공연시설과 편의시설 확충입니다. 윤 교수가 20년 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춤을 추는 ‘춤 보급 운동’을 많이 하셨고, 공연을 하면서 공연장 시설과 편의시설 장애인이동권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윤 교수와 주변 뜻있는 종교인, 법조인, 의사, 교수 등이 동참한 장문원은 「장애인 체험대회」를 진행하면서 정부당국에 장애인이동권 확보를 위해 20년 동안 무언의 투쟁을 해왔고요. 장애인은 집에서 나와 공연장까지 가는 길은 모두 덫이고, 곳곳이 장애물입니다.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길에서 만나는 장애물 등이 더 큰 문제이고 슬픔이라는 거예요. 여러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대학로에서 종로 5가까지 가는 체험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던 윤 교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장애인 체험 행사를 통해서 공연장의 편의 시설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무대를 더욱 더 열정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던 알찬 계기가 됐지요.
그래서 자화자찬을 하자면, 우선 공연장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아울러 춤이 전문 무용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는 춤 대중화 이를테면 장애인에게 잃어버린 춤을 찾아준 발판을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장문원의 업적에 대해 공로는 인정해줘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지금 춤의 메카인 「춤」지에 와 있으니까 든든하고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장문원이 지금까지 말씀드린 우여곡절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통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제는 장애인 중에서 좋은 무용수가 나와서 오히려 비장애인들을 끌어들이는 당당한 춤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 교수와 만날 때 가끔 이야기를 주고받는데요. “장애인 중에 천재 예술가를 발굴해서 키우자”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장애인 가운데 헬렌 켈러, 스티븐 호킹 박사 같은 이런 사람을 하나 만들어내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는 거라는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느리지만 소처럼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전진할 것입니다.

춤은 장애인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은경 _ 창립 계기를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미 말씀을 다 해주셨어요.(웃음) 지난 20년 동안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법 제도가 확충되어왔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장문원처럼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단체가 만들어지고 유지됐어요. 다행히 2005년에는 장애인예술인 및 장애인 예술정책이 입안됐고, 2008년에는 국가에서 장애인 예술지원 사업을 했고,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장애인문화예술부가 신설됐습니다. 또 2010년에는 복권 기금에서 장애인 예술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게 되죠. 이제는 이렇게 조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20년 전에는 그런 지원이 전혀 없이 시작하셨던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철용 _ 노무현, 김대중 정권 이전에 이미 장문원을 발족시켰고, 그 뒤 차기정권 때도 장애인을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고 많은 요청을 했지요. 특히 장애인 전용예술극장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요구했어요. 지금도 계속 요구하고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출연시키라”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어울리는 통합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어느 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봐도 장애인 어린이가 출연하는 프로가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빨리 풀어 달라고 정책입안자들을 만날 때마다 호소합니다. 머지않아 반드시 실현 될 거라고 봅니다.
그나마 법제화된 건 굉장히 잘 된 거고요. 여기 전에 예총자리에 이음센터가 생겼잖아요? 그 건물의 계획안부터 설계까지 사실은 우리 장문원에서 입을 뗀 것이고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장애인 예술센터 기획안과 설계까지 이미 오래전에 청와대에 전했어요, 그로부터 한참 뒤에 꿈틀대더니 이음센터가 세워졌지요. 저의 장문원의 입장은 누가 하든지 장애인 문화예술 센터가 생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좋은 겁니다. 꼭 김 서방이 안 해도 좋고. 박 서방이 하든, 이 서방이 하든, 모로 가든 거꾸로 가든 장애인이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다는 생각입니다.(웃음) 장문원은 이십년 동안 걸어왔던 것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한 목표를 향해 갈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서서히 공연 횟수도 늘려야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조은경 _ 예산 지원 등이 시기별로 좀 달라졌나요?
이철용 _ 똑같아요.(웃음) 아니 예산이 오히려 올해는 외형은 많은거 같으나 실제로는 어디로 갔는지 줄었어요. 그래도 장문원에서 개의치 않고 장애인문화예술을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시도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일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제가 1988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국회의원으로 당선 됐는데 그 여세를 몰아 장애인 복지를 획기적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들어가면서 사생결단 의정활동을 한 덕이지요.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최초로 문화관광부에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법인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장관도 장애인 문화 복지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했는지 문화관광부 장관도 “장애인복지는 보건복지부에 가야지 왜, 여길 왔느냐”라고 물을 정도로 문화복지라는 정책이 낯설었던 시절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장관에게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아주 오랜 시간 설명을 해드렸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장문원 법인이 탄생된 겁니다. 이후 장애인 문화예술 운동이 확산되면서 서서히 매년 법제화가 이루어진 것이지요.
느리지만 고무적인 발전을 쭉 이뤄왔는데, 여기에 큰 공로자가 바로 윤덕경 교수입니다. 훈장을 받으려고 문화복지에 헌신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윤 교수가 대통령 표창은 받았지만 공로로 봐서는 충분하다는 얘기죠.
조은경 _ 윤덕경 선생이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 장애인이 문화를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같이 협업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셨어요. 장애인 무용에 있어 아주 큰 발전을 이루셨죠.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고 20주년 기념 공연 이야기를 해보죠. 이철용 이사장께서는 1988년에 국회의원을 하셨고, 1996년에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을 개원하셨죠?
이철용 _ 저는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의 이사장을 주책없이 20년 동안 맡고 있는 이철용입니다.(웃음) 저는 지체장애 3급입니다. 사실 누구나 다 장애를 갖게 됩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늙어가면서 저절로 장애를 겪게 될 것이고 선천적인 장애는 통계적으로 보면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저의 견해는 약 95%가 후천적 장애라고 봅니다. 약물 남용, 산재사고, 교통사고, 공해, 환경오염, 산모에 대한 예방 미흡, 신생아에 대한 관리 미흡 등이 모두다 장애 발생의 원인이지요. 그래서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비율을 전 국민의 15%로 잡아요. 그런데 후진국일수록 장애인 수치비율을 낮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엔에서 권장하는 건 12%인데, 보통 10%로 잡아요. 그나마 우리나라는 등록 장애인만 통계로 잡기 때문에 4~5%밖에 안 돼요. 그 숫자만 해도 몇 백 만이에요.
말이 쉬워 20년이지, 윤덕경 교수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 무용을 했다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정말 대단한 사건이에요. 그러면서 본인이 제자들과 고민하면서 노력하면서 창작작품을 끊임없이 만들고 언제했는지 솔로작품과 제자들과 공연하고 정말 쉼없이 노력하는 교수라 봅니다. 혼자춤도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도 힘들 텐데, 장애인을 훈련시켜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극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늘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그래도 앞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 쭉 이어나갔으면 좋겠고,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서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장애인 체험대회를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인 이동권이 전혀 보장이 안 돼 있거든요. 저상버스도 안 돼 있고, 아직은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에 가려면 힘들어요. 이런 것들이 빨리 완벽하게 보완됐으면 좋겠어요.
박주영 _ 저는 현재 윤덕경무용단 지도위원으로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윤덕경 교수님께 무용을 배우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엔 줄곧 윤덕경무용단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문원과의 인연은 1996년 개원기념 공연 때부터이니 올해로 저도 20년이 되었네요. 오늘 와보니 윤 교수님은 말씀 안 하시고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계신 듯해요.
우리 무용단은 1989년 창단되어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는데요, 창무회에서 회장도 하시고 창무춤터를 운영하시면서 그러한 역량으로 윤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유감없이 발휘하신 덕분입니다. 초기에는 서울 청주 그리고 전국으로 해외까지 정말 많은 공연을 다녔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른 생각과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오로지 춤만을 위해… 서울 제자들이 전부 청주 가서 연습을 하던 시기였는데 그때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하루는 시간을 잊은채 열심히 연습하는데 대학교 수위아저씨께서 ‘제발 오늘은 그만 연습하시고 낼 하라고’걱정하시던 그런 때도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열정적이시지만 교수님은 그때도 무척이나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셨어요. 저희가 공연이나 행사를 준비하려고 하면 이미 다 계획을 세워놓으셨고요… 그러면서 오늘까지 같이 활동한 기간이 30년이 넘는 거죠. 제 기억에 장문원에서 본격적인 개원 이전에 1995년부터 이철용 대본으로 『땅』 작품을 공연했어요. 그간 윤덕경의 작품세계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강하면서 사회에 이슈가 되었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어요.

장애인 문화예술에 무용 장르를 정착시키고, 무용계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노력
반호정 _ 저는 대학 때 제자가 되어서 인연이 되었죠. 가르침을 받고 함께 공연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문원 활동을 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이화여대 대학원에 재학중이면서, 교수님이 하시는 일이 너무 뜻 깊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장문원 공연 지도와 출연을 하고 있어요. 벌써 12년이 넘었어요. 제가 대학교 입학 하던 때는 그 당시 막 무용계가 특히 대학교 무용과가 축소되는 등 한참 어려운 시기였어요.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건 “이럴수록 여러분들이 더욱 열심히 하는 게 무용계와 스스로를 향해 한 발 더 앞서 갈 수 있다”는 교수님 말씀입니다. 계기로 삼으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되었어요. 저는 울산이 집이지만 지금까지 교수님과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은경 _ 반호정 씨 등 윤덕경무용단원들이 지난해 영국문화원에서 주최한 장애인 무용가 마크 브류의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으셨나요? 그때 춤지에 실었던 마크 브류와 윤덕경 교수의 인터뷰에 단원들의 워크숍 소감이 기억납니다.
반호정 _ 윤 교수님께서 마크 브류 남자 장애인무용수가 한국에서 워크숍을 한다고 알려주셔서 참관하였는데 진지하고 동작 하나 하나에 담긴 예리한 통찰력에 많이 배웠어요. 저희가 작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윤덕경 _ 때를 같이하여 2016년 장문원에는 무용캠프를 계획 중에 마침 영국의 장애인무용수 마크 브류의 춤 세계에 관심을 가져 무용수들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반호정 씨는 당시 이대 석사과정으로 윤덕경무용단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많은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고. 본인이 춤을 추다 보면 주변예술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그로 인하여 다른 장애인 춤동작에 관심도 갖게 되리라 생각되어 추천했습니다. 그동안 반호정은 장문원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이 계기가 되어 사회이슈로서의 장애인 인식과 권리라는 사회 참여적 성격을 띤 무용작품도 하게 되었고 장애인 예술가들과 공동작업을 통한 크로스오버 창작무용작품에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필리핀에서 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장애인 무용공연작품을 통해 바라본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의 방향성” 이란 논문도 발표하여 스스로 역량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때 마침 그 당시 반호정 씨는 마크 브류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독특한 그들 나름대로 몸짓에 대한 또 다른 방법론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또 다른 참가자 김해인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사무국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2년전 ‘휠체어장애인무용수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Colloboration with Disabled Artists)’ 공연에 출연하면서 휠체어장애인에 대한 몸짓표현에 관심이 깊어졌고 휠체어와 무용수와의 공간의 대비를 느낄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김하림 _ 저는 이철용 이사장님으로 인해서 무용을 시작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 이사장님께서 교수님을 소개시켜 주셔서 무용을 시작해서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는 뭣 모르고 하라는 것만 해서 장애인을 주제로 한 공연의 내용이 잘 와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공연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사회적으로 기여하시는 교수님과 이사장님께서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공연에 함께 간 친구들과 주변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장애인과 함께 하는 공연에 너무 많은 관심과 무용계에서 이렇게 까지 장애인과 함께 멋지게 기획되고 추진하는 줄 몰랐다 하기에 제가 참여하면서 의무감도 책임감도 느끼기 시작 했어요. 대학교 때까지는 학업에 열중하느라 같이 활동을 못 하다가 제가 사회생활(무용학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바쁘지만 어느 다른 행사보다 장문원 공연은 교육적이며 이거야말로 순수예술이라 생각되어 앞으로 열심히 하고자해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기적 회의와 교수님한테 지도 받고 다시 특수학급이나 방과후 학생들을 지도하며 이후 총공연 연습으로 들어가는 단계로 장문원행사는 진행되고 있어요

20주년 공연의 주안점은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는 예술무대
조은경 _ 20주년 공연 “장애를 넘어 미래를 넘어 세계를 향한 몸짓”으로, 20년 발자취 동영상도 상영했고, 청소년장애인합창단, 관현맹인전통예술단, 비욘드예술단, 특수학급 고교생 등 출연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덕경 교수께서 예술감독을 맡았었죠?
윤덕경 _ 이번 20주년 공연은 그동안 무대에 올렸던 공연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정리를 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공연은 그동안의 공연 하이라이트 부분만을 발췌해서 재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말이 재구성이지 거의 새롭게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합창과 첼로로 초청팀으로 구성하였고 이어 나아가 20년 동안의 공연영상물을 7분에 담았습니다. 초기무대로 시작하여 공연을 압축하였고 사진자료와 연습과정과 토론회 언론과 방송에서 한 외부인 인터뷰기사 등 일일이 자료들은 올초부터 제자들과 진행했고, 이사들과 영상자료체크 등 하나씩 20주년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최진규 선생의 열성으로 수없이 수정작업하며 영상제작물을 만들었어요. 내레이션은 성우로 배우로 고민하다 장문원 이사장께서 직접하시는 걸 적극 추천한 결과 관객반응이 좋았답니다.
본격적인 20주년 공연의 주안점은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고 비장애인이 옆에서 참여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비장애인인 전문 무용수가 춤을 더 잘 추니까 포커스가 비장애인 무용수에게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최소한 출연을 줄이려했지만 아이들인 경우는 앞에서 없으면 불안해지기에 그래서 그 부분을 조화롭게 잘 조절하고 조합시켜서 공연을 연출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장문원의 목적과 취지는 장애인들에게 좀 더 좋은 무대에서 아름답게 돋보임을 위주로, 가능하면 전문무용수들은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이번 공연에는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가기위해 연령대를 넓게 잡아 초등학생부터 50~60대까지 연령대를 다양하게 해서 장애인들을 출연시켰어요.
한편 다양한 스타일로 무대를 꾸미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또 보고 싶어 내년에도 후년에도 올 수 있는 감동의 무대로 만들려고 출연진부터 스태프, 장문원이사들, 뒤에서 행적적인 면 후원해주신 분 지도해주신 분 너무 많죠. 다같이 노력했습니다.
초청팀으로 ‘에반젤리’ 합창과 첼로 연주를 넣었어요.
본격적인 무대로는 네 작품으로 첫 번째는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춘앵무』의 연주를 맡았고, 윤덕경무용단 출연으로 궁중무용의 대표적인 『춘앵무』를 일반 민속무용도 아니고 궁중 무용을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특히 『춘앵무』는 박자나 춤사위가 맞추기가 어려운데, 20주년 축하의 의미도 있고 해서 연출을 고집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우리 단체와 3년 정도 같이 했는데, 호흡도 맞고 이번에는 제가 창사까지 부탁을 해 처음에는 조금 난감해 했지만 연습 때는 서로 음원을 주고 받아서 연습해 연주도 아주 잘했습니다. 그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춘앵무』가 무대에 올려졌어요.
두 번째 프로그램인 『하얀 선인장』은 저희가 2010년에 처음 국고지원을 받은 공연이에요. 문화체육관광부에 장애체육과가 만들어진 이후 2009년부터 우리 단체가 사업에 참여했고, 그때 했던 작품이 한 시간짜리 한국창작작품으로 『하얀 선인장』이에요. 그 당시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하얀 선인장』 공연을 최우수평가와 홍보물로 제작하여 활용한 것도 기억나네요. 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여성 무용수 두 명과 2명의 지체장애자가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는 4인무이지요. 그게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이라는 평을 듣었습니다. 이 하이라이트를 초연 때 했던 장애인 두 분을 참여시켰는데, 초연이후 지난 7년 동안 항상 우리 공연에 기꺼이 참여를 원해서 지금까지 함께 무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박주영, 반호정 씨가 공연 지도를 하고, 또 공연에도 참여했습니다.
다음에 『아리랑 팩토리』는 작년에 특수학급학생을 위주로 한 시간 짜리 긴 창작 작품이었지요. 초등학생과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 공연은 연이어 3년째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또 공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춤의 새로움을 알게 되면서 기대보다 훨씬 잘해 주었고, 특수학급의 담임교사들께서 너무나 희생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해주셔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출연한 아이들도 바뀌고 하이라이트만 하는 거라 사실 작품을 거의 새롭게 만들다 시피 했어요.
이번에는 학생들 위주로 하면서, 살짝 살짝 티가 안 나게 중간 중간에 전문 무용가인 제자들이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관객들에게 매끄럽고 더욱 세련된 공연을 보여줄 수 있게 나름 열심히 구성했고 연출했습니다. 과정은 힘들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땐 보람과 기쁨이 큽니다.
마지막에는 콜라보레이션 공연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공연했습니다. 요새 뜨고 있는 바리톤 황영택과 기타리스트, 피아노, 해금연주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저의 독무와 같이 완결되는 구성입니다. 거의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이사장님이 대금과 북이 들어가면 공연이 더 풍성해진다고 섭외를 해오셔 당황 했지만 무대에서 훨씬 멋진 콜라보레이션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여러 사람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실이라고 여겨집니다. 하나 더 저희 장문원 초기 공연에 참여해주신 해성스님이 계세요. 청각장애인 지도로 유명하신 스님도 이번 마지막공연에 특별히 수화로 무대를 장식해주셨답니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춤, 무에서 유를 창조한 20년
조은경 _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단순히 장애인이 등장하는 공연이어서가 아니라 예술적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직접 출연하시고 장애인들을 지도하신 분들에게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주영 _ 초기에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무용작품 『어 엄마 우으섯다』(대본 이철용)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순회공연을 하였고 이 작품으로 독일과 미국 등 해외공연을 비롯하여 지방 곳곳에 소외 지역까지 많은 공연을 하였습니다. 가는 곳 마다 눈물과 마음의 박수소리를 들을 때 춤추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장문원에서 윤 교수님께서는 새로운 기획으로 제자들을 비롯하여 주변 무용가들에게도 소외계층이나 장애인쪽 부분의 작품을 추천받아서 몇 년간 공연을 주최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창작무용을 하시지만, 타분야에서도 다른 분들을 추천받아서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장애인을 소재로 한 공연을 몇 년동안 지속해왔는데 제가 지금 기억에 남는 단체는 판토마임을 하신 이두성의 『새 새 새』 작품과 장애인과 함께 출연한 김은규무용단, 무트댄스의 김은정, 지제욱무용단, 현대춤의 김영희무용단 이혁, 전주현, 양숙이, 박덕상무용단, 오명희, 홍미영 등 저도 포함하여 총 20여 개의 단체가 한국무용뿐만 아니라 발레, 현대무용까지 외부초청가를 모셔서 지속적으로 해오고 이후 장문원에서 “또 다른 가족과 함께”라는 타이틀로 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 단체들과 비장애인단체들과 몇 번 회의를 거쳐 연결 시켜 본격적인 협업을 하게 된 거죠.
최근에 기억에 남는 건 뮤지컬배우 김의신이 시각장애인 휠연극팀과 현대무용 뮤지컬팀이 가장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한 일입니다.
다만 어려운 것은 다들 예술가와 현장에서 춤추는 사람이다 보니 공연에만 열심이지 행정이나 홍보에 미비해요. 항상 교수님이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을 하시지만 작업하다 보면 못미치는게 많아요. 안타깝고 놓치는 부분도 많고요. 우리가 진작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할 때가 많죠. 제가 춤추면서 사무일을 직접 해보니 그래도 진행하다 보면 보람도 있고 인생의 또 다른 면을 배우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스승님이지만 참고 인내하시는거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나름 많이 합니다.
장문원에서는 질좋은 공연을 위해 장애인과 미팅, 공연 현장과 주변에 계신 분과 하는 토론, 공연, 또 교육과 이어지는 무용실습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장문원을 재정비하여 새롭게 태어날 시기에 제가 사무국에서 일을 하였기에 내실을 기하는 데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장문원 공연 중에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하얀 선인장』입니다. 저희가 무용경험이 전혀 없던 지체장애인들을 처음으로 가르쳐 무대에 함께 오른 작품이거든요. 사실 휠체어 댄스에 대한 지식이 없던 상황이었고 그때 서울대학교 학생 두 명이 휠체어 댄스를 같이 하게 되었어요
조은경 _ 휠체어를 타는 서울대 학생인가요?
박주영 _ 네. 그 서울대 학생 두 명을 비롯해 지체장애인들이 8명 출연했고 전문무용수들까지 총 22명이 참여해서 공연했는데, 그때는 거의 1년여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올린 기억이 나네요. 그 과정을 설명하자면 윤 교수님과 저희는 정말 많이 마음속으로 열두 번도 더 울었을 거예요. 끝까지 용기주고, 인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기에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반호정 _ 맨 처음 장애인무용수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 『하얀 선인장』인데요. 그때에는 처음에 장문원 게시판과 여러 복지재단 장애인홈페이지에 장애인무용수 지원자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어요. 하지만 장애인 무용에 대해서 전혀 알려진 게 없으니 다들 겁을 먹어서 지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참여할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고 지인들에게 소개받고 해서 무용수를 모은 거예요. 일부는 이사장님이 이런 사람에게 연락해보라고 소개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무에서 유를 형성한 거예요.
솔직히 외국에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나 공연장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우리나라보다 장애인무용 쪽으로 인식이 깨어져 있거든요. 중국이나 영국 등 유명한 장애인무용단을 보며 감탄도 하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술 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지요. 휠체어 하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극장이 손꼽힐 정도니까요. 장애인이 연습할 수 있는 연습장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고요.
그래도 요새 몇몇 휠체어무용을 하시는 분들 제가 알기로는 그동안 스포츠댄스하는 분들이 무용 쪽으로 하는 걸로 알고있어요.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순발력도 있고 휠체어도 잘 다루시잖아요. 그런데 저희 장문원에서는 춤도 처음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할까요? 당시는 내가 왜 이걸 하나 하는 고민도 혼자 했어요. 교수님과 이사장님이 용기를 주시고 격려하시고 저도 같이 하다 보니 부모의 감사함과 여기까지 움직이고 춤을 내가 가르칠 수 있다는 정신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었어요. 『하얀 선인장』 연습 할 때부터 교수님과 우리들은 작품하면서도 울고 음악 들으면서도 울고 처음에는 가능할까 했는데 나중에 완성된 작품보고 ‘와’하면서 울고, 슬픈 장면도 울고, 기쁜 장면도 또 울고요.

장애인 무용수들을 업고, 안고, 휠체어를 들고 나르고…
박주영 _ 연습도 연습이지만 장애인분들과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는게 젤 힘들었어요. 그런 환경들 때문에 더 불편하고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장애인들이 연습할 수 있는 무용공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 당시 저희 무용단 연습실은 지하여서 장애인 무용수들을 업고, 안고 나르고, 휠체어도 들어서 날랐고요. 또 그분들이 이동이 불편하니 저희가 노원으로, 서울대로 이리저리 오가던 기억도 나네요. 그땐 정말 1년 동안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장애인무용수들도 열심히 따라와 주셨어요. 연습할 때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안무부분을 꺼려해서 저희도 난감했던 때도 있었지만, 막상 작품을 올리고 나니까 그분들이 너무 감동스러워하셨어요.
윤덕경 _ 보충설명 드리자면, 그 당시 작품 마지막 안무 단계에 고민을 햇어요. 이분들을 무대에서 아름답게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도 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장애인들의 유형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장애인들의 유형에 맞춰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거였어요. 연출가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연출가가 ‘그건 불가능합니다’라고 난색을 표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무대를 같이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과 몸짓을 무대에서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자는 거다. 그러니까 장애인들이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무용을 하면 그럴수록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대담함 또 무대인이 느끼는 무대에 대한 희열도 느끼고, 보는 사람들이 감동을 하고.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조명이나 소품 전문무용수가 도와줘 협업한다면 그게 정말 의미있는 무대다. 전체구성은 걱정말라’라고 장담하며 설득드렸어요.
저는 관객들에게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인거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잔인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용기를 내서 저의 의견과 예술관을 던졌어요. 다음 단계로 출연할 무용수들에게 “휠체어의 모습을 보여줘도 좋지만,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여러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객한테 보여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반응 역시 호응이 아닌 난색이었습니다. 참여한 장애인 무용수 한 분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건 좀 그렇잖느냐?”라고 되묻더군요. 그래도 저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라고 주장을 펼쳤어요. 처음에는 멈칫 하다가 이내 수긍하면서 좋다고 결심을 하더군요. 그만큼 저를 신뢰했던 거죠.
사실 처음에 무용지도를 시작할 때는 장애인 등 더러 몇몇 참가자들이‘혹시 저 사람들이 혹시 우리를 이용하지 않나?라는 등의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간접적으로 듣기도 했어요. 저의 귀에 그런 소리가 간혹 들려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고 이사장님께 가서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이사장님께서 “윤 선생,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은 당연히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지만 나중에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음을 다 알 거예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지금까지 열정을 다해 나왔어요. 저의 제자들도 그분들과 동거동락을 하다시피 힘겹게 연습을 했어요.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보니 선생님들 먹으라고 간식도 가져오는 등 살갑게 다가 왔어요. 진실로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고 뿌듯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문원이라는 단체는 정말 순수하게 자신들과 같은 마음을 지녔다는 걸 알게 된 거지요. 그렇게 해서 공연 마지막에 휠체어에서 내려와 각자가 할 수 있는 동작을 전문무용수들과 함께 했어요. 제가 동작을 조금 보완해주었을 뿐인데 기대 이상 열심히 했어요. 무대에 올려지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얘기하면 눈물과 웃음이 같이 납니다. 무용수들이 휠체어를 들어올리는 일, 한땀한땀 채워나가듯 세심한 배려와 인내심, 기다림, 아이들을 안아서 무대 앞으로 데려가는 등 무대를 완성시켜나가는 일은 한마디로 고행이에요.
반호정 _ 공연 참가자 중에는 하체가 완전히 마비돼서 스스로 소변도 못 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것이 진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선뜻 얘기하지 못하고 교수님도 엄청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관객들도 의아해 할 수 있고, 연출가 선생님도 정말 안 될 거라고 하시면서 다르게 풀어보자고 하셨지요. 그렇지만 안무자이신 교수님께서 한 번 해보자, 정말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했는데 나중에는 그분들도 저희들에게 용기를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작업이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끌어안고 울고불고 스태프들이 근처로 얼씬도 못할 정도로 끝무대는 울음바다가 되었어요.
조은경 _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종의 세례였던 듯하군요. 참여한 장애인들이 그 공연 이전과 그 이후가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이 『하얀 선인장』이었고, 두 분은 20주년 공연에 다른 작품도 하셨죠?
박주영 _ 저는 『아리랑 팩토리』, 『하얀 선인장』, 『춘앵무』 등 세 작품을 했어요. 『아리랑 팩토리』는 주로 아이들과 학생이 출연해서 출연자를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작년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들이 와서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 했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발달장애 아이들이어서 연습했던 장소가 아닌 다른 무대에서 공연하면 충동적인 행동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같이 하면 아이들이 안정되더라고요.
조은경 _ 학생들이 스무 명이 넘던데요 어느 학교 학생들인가요? 특수학급에서 따로 수업을 받나요? 다 직접 가서 가르치셨나요?
박주영 _ 물론 직접 다 지도를 했죠. 작년에는 각 학교기관마다 무용지도자가 윤 교수님한테 주1회 가서 무용교육을 받고 다시 각 기관에 가서 가르치고 후에 합동으로 같이 무용연습을 했죠. 학생들은 모두 서울여고, 영등포 여고, 문래청소년수련관의 희애뜰 특수반 아이들이예요.
윤덕경 _ 학생들은 오전에는 통합수업으로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하고, 오후에는 특수반 수업을 따로 해요. 이때 무용강사가 각 학교에 가서 무용수업을 지도하고 학생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작년에는 수도여고, 성심여고, 온양여고까지 참여했어요.
이철용 _ 공연을 마치면 참여했던 분들을 모시고 바로 강사와 안무가와 무용지도자가 평가를 합니다. 특수학급 교사들의 후일담에 따르면, 이번에 공연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부모가 우리 아이가 무대에 올라갈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면서 소리 내어 울더라는 거예요. 무대에 서면 실수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가졌는데 오히려 아주 잘하는 걸 보고 감격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 하더군요.
청소년장애인합창단‘에반젤리’를 이끄는 대표인 광명성당 홍창진 신부께서 공연이 끝나고 저를 만나자마자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오늘은 대성공입니다”라는 거예요. “뭐가 성공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무대에서 신나게 춤추며 훌륭한 무대를 즐기고 노는 것만 보여줘도 성공인데, 오늘 보니까 진짜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서 “정말 애쓰셨다”고 격려를 해주더군요. 그런저런 위로의 말 한 마디에 그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이 봄눈 녹듯 싹 녹아내리지요. 윤 교수도 그런 보람으로 지금까지 쉼 없이 왔을 거에요.
오늘 윤 교수와 무용지도 선생님들이 말을 아끼시는데, 진짜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 땀 등 그 과정은 정말 옆에서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이사장을 맡은 저의 입장에선 정말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여러분의 땀과 희생, 헌신적인 사랑이 없으면 무대가 가능하지 않았을 거에요. 어쨌든 아이들이 신나게 무대에서 긴장하면서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 무대를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춤의 역사를 새로 만드는 무대였습니다. 그 역사를 만들기까지 윤 교수와 더불어 무용선생님들의 큰 노고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여온 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의 20년
조은경 _ 근데 아마 이 세 분의 목표는 거기서 더 나갈 것 같아요.(웃음)
윤덕경 _ 그렇죠. 이제 이분들이 잠재된 능력이 있다는 걸. 제자들은 배우면서 가르치면서 동시에 많은 경험과 함께 실제현장에서 무대까지 가는 과정을 거쳤기에 앞으로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서슴지 않고 잘 할 거라 생각됩니다. 어디서도 배우거나 경험하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정말 똑같다 생각합니다. 정말 인식의 차이라 생각해요. 무대를 통해서 춤의 깊이를 알듯이 앞으로는 후진들한테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예술관으로 체계적인 방법으로 좋은 조건에서 지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박주영 _ 초기에는 교수님이 하시는 거니까 저희야 뭣도 모르고 시작했죠. 처음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공연하지는 않았고,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소재로 해서 공연을 했어요. 그때는 무용수들이 몸이 불편한 역할도 했었는데, 사실 저희는 어린 마음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교수님 눈치만 보고요. 교수님은 안무하시면서 전에 작품하던 방식으로 차분히 하나씩 동작에 이미지를 설명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시며 작품은 진행됐어요. 『어엄마 우으섯다』 작품에 할머니 역할은 선미경, 철이 역할은 이애현이었어요. 그 당시 두 분 다 서원대 강사셨는데 옆에서 보니까 정말 잘하셨어요. 저희는 수화도 배우고 연극하는 분도 모셔 극적인 부분도 지도받고 정말 작품 하나하기 위해 최대한 동원하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준비를 했어요. 엄마 역을 맡은 윤 교수님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하시어 내레이션으로 수화를 하면서 오프닝을 시작하셔서 다들 깜짝 놀랬어요. 그 당시 스태프는 최고의 음악작곡과 연출 무대 의상. 공연을 한 회, 두 회 하면서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고 감동받는 걸 보니까 우리가 여태까지 잘못 생각했다는 걸 느끼게 됐죠. 그렇게 거듭되면서 저희들도 인식이 바뀌면서 여기가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철용 _ 우리가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면서는 잘 안 울잖아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많이 흘리거든요. 또 무용 공연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하지 않지요. 그런데 윤 교수가 꾸미는 무대는 관객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감동을 받았다는 증표지요. 그런 면에서 한국창작춤의 귀재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윤덕경 교수는 대단한 무대 연출가이면서,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는 진정한 이시대의 춤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무용지도 선생들의 노력과 땀은 아주 위대하다고 여겨집니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위대하고 값집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장애인 학생들이 무용을 계속 할 수 있게 돕고 싶어
조은경 _ 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공연을 하는데, 연습을 오랜 기간 동안 열심히 했을 것 아니에요? 그 연습 과정에서도 달라지는 게 있을테고, 공연 끝나고 나서도 좋았던 게 있나요? 변하는 게 있나요?
박주영 _ 우리가 3년 동안 영등포여고, 서울여고와 함께 공연을 했는데,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으셨어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첫 무대 끝나고 나서 선생님들이 많이 바뀌셨던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먼저 하겠다고 원하고, 앞으로 계속 하기를 원하셨어요. 학생들도 처음에는 무용을 무척 생소해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선생님과 가까이 하지도 않던 아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 부딪히면서 연습을 하니까 굉장히 잘 따르게 됐어요. 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나면 아이들이 더 밝아지고, 다음부터는 연습 성과도 더 좋았어요.
그런데 우리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학교뿐만 아니라 마포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해서 여러 곳의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그 아이들 중에는 몇 번 안 가르쳤는데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무용을 계속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반호정 _ 저도 『춘앵무』, 『하얀 선인장』, 『아리랑 팩토리』에 출연했는데 힘든 것보다 걱정이 많이 됐어요. 저는 솔직히 이렇게 크게 공연을 만들어서 우리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가 됐어요. 제가 작년과 올해 학교에 나가서 지도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은 졸업해서 다 취업을 나갔고, 다시 원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거예요. 다시 시작해야 되는구나 싶었는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아이들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하루 가르치고 그 다음날 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어요. 아이들 상황이나 마음은 잘 알지만 너무 속상한 거예요. 게다가 제가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아이들에게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하면서 지도했어요.
그런데 걱정과는 다르게 공연 때 너무 잘 해주더라고요. 한 아이는 자폐가 엄청 심해서 정말 아무것도 못했었어요. 도는 것도 못 하고, 발 디딤도 못 하고, 친구들 따라가는 것도 못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따라다니면서 잘 돌봐주고, 아이도 참 순하고 해맑았어요. 또 하고 싶어 하는 의지도 있어요. 그래서 공연에서 뺄 수 없었고 끝까지 같이 해서 무대에 올랐는데, 무대에서는 너무 잘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공연 보시면서 막 우시고 좋아하셨어요. 우리 선생님들한테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아이도 공연 끝나고 와서 부끄러워하면서도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가 발음도 똑바로 못해서, 그 전에는 저에게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고맙다고 하면서 꽃다발을 주는데, 그때 마음이 좀 찡하더라고요.
조은경 _ 얼마나 연습한 거예요?
반호정 _ 원래 계획은 일 년 전부터로 캠프와 연결해서 공연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예전에 비해 기금도 너무 늦게 결정되고 많이 삭감도 되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기금이 다 어디로 간건지? 유독 올해는 행사를 추진하는 데 어려웠어요. 이번에는 20주년이라 작년부터 저희는 준비를 했었는데 부족한 것은 장문원 이사진에서 후원을 해주셔 그런대로 할 수 있었어요. 공연은 6개월 정도 연습했어요. 처음 2개월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 회의와 지도자들 연습과 지도할 내용지도받고, 이후 4개월은 각 학교에 나가 지도해주고, 공연 두 달 전부터는 매주 오전은 지도자 연습과 오후에는 각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여하여 합동으로 모여 문래청소년수련관에서 총연습을 했어요.
박주영 _ 학교에서 하면 학생들 시간에 맞춰줘야 해요.(웃음)
반호정 _ 한 번에 2~3시간 정도 하죠. 학교 마다 연습을 따로 해야 하니 한 학교에 일주일에 1번 가지만, 여러 학교에 가야 하니 일주일에 2~3번 가야 하죠. 총연습 할 때야 한꺼번에 모여서 같이 연습 하는 거죠. 마지막에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무조건 연습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약속한 대로 끝내야 되고 교사들도 딱 본인시간만 참가하고 학생들도 끝나면 다들 바빠요. 역시 무대도 여러 번 서고 몇 년 하다보니 교사들도 학생들도 잘하려고 다들 잘 따라줬어요. 작품안무가 연습이 잘 안되면 저희도 애가타고 안타깝죠.
이철용 _ 애쓰셨습니다.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공연장에 가는 날이면 극장에 장애인 시설이 얼만큼 배치되었는지 나도 모르게 눈여겨보게돼”
김하림 _ 저는 『춘앵무』, 『아리랑 팩토리』 두 작품에 출연했어요. 초등학교 때 장애인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 출연을 했었는데, 그때는 교수님께서 하시는 일이니까 뭣도 모르고 참여했어요. 그래서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 심오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제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어요. 작품에 참여한 장애인 아이들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평소에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고,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장애인들을 대하고 가르치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또 우리가 장애인들과 같이 공연을 해도 장애인 시설이 어떻게 돼있는지 볼 기회는 없잖아요? 공연하기 바쁘니까요. 장애인에 관한 여러 작품에 투입되면서부터 공연을 하기 위해 공연장에 가는 날이면 극장에 장애인 시설이 얼만큼 배치되었는지 나도 모르게 눈여겨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세요. 저희 어머님이 이번에 공연을 처음 보셨는데 굉장히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춘앵무』는 팜플렛을 보지 않고 공연만 봤을 때는 관현악단 단원들이 맹인들인지 전혀 모르셨대요. 그런데 공연을 보니까 단원들 모습이 좀 달라보여서 팜플렛을 자세히 보고 맹인악단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셨다는 거예요. 게다가 궁중 무용을 하니까 더 대단한 거죠. 사실 악사분들께서 몸이 불편하시니까 소통하기가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서로 마음이 통해서 공연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아리랑 팩토리』는 제가 작년에도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작품이 좀 변형됐어요. 저는 ‘희애뜰’이라고 문래청소년수련관에 초등학생들을 맡아서 가르쳤는데, 작년에 비해 아이들이 많이 변한 게 눈에 보였어요. 구체적으로 작년에 공연에 참가한 아이들 같은 경우는 자신감이 향상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더불어 본인들도 일반인처럼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걸 느낀 것 같아요.
윤덕경 _ 문래청소년수련관에서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방과후 아카데미, 희애뜰’이라는 방과후수업을 해요. 방과 후에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이 신청을 너무 많이 해서, 20~30명씩 몰린다고 해요. 우리가 희애뜰에서 3년 정도 몸동작을 지도했는데, 평가가 무척 좋습니다. 발달장애 초등학생들이에요. 출연은 2년째인데, 거기 어린이들은 이번에 다섯 명 참석했지요.
김하림 _ 그런데 여자 아이 중 한 명이 집중력이 너무 떨어지고 산만해서, 항상 조금 하다가 저에게 그만 하면 안 되냐고 하고 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공연이 끝난 후 또 하고 싶다고 얘기해서 놀랐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웃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애환을 춤에 담아
조은경 _ 참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우리가 잘 몰랐네요. 윤덕경 선생님께서는 한국 춤 창작에서는 확고한 자기 세계를 갖고 계시는 최고의 안무가이신데, 이렇게 경계를 넘는 작품을 안무하실 때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나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창작할 때 주의점 등을 털어놔 주세요.
윤덕경 _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처음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할 때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야한다는 당위에서 시작했지요.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나 『어 엄마 우으섯다』 같은 작품이 그런 경우죠. 장애인을 소재로 창작 춤을 안무하면서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는 거죠. 다르게 표현하면 인식개선과 함께 장애인 권익을 위한 작품이 되겠죠.
하지만 저는 평소에 생각하고 다듬었던 작품과 저의 춤 세계 즉, 춤 정신을 바탕으로 하려는 것일 뿐 장애를 소재로 한다고 해서 특별하게 요란하게 꾸미고 치장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을 앞세우려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 전에는 주로 자연이나 사람 등 아름다움을 주제로 했다면, 이제는 우리사회를 직시하는 것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웃 그리고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이웃들의 애환을 주제로 삼으려는 노력을 했어요. 사실 이철용 이사장님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이사장님이 대본을 다 써주셨는데, 처음에 100장 가까이 되는 원고를 받았어요. 제가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당사자가 아니라 그분들의 고통을 잘 몰랐기 때문이지요.
1994년에 제가 청주에서 『빈 산』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때 이사장님께서 제 작품을 보셨어요. 그 뒤 저에게 대본을 주시면서 작품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셨지요. 그런데 제가 장애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사장님께서 끈질기게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무대를 만들어보자고 하셨죠. 한편 저의 마음 한구석에 늘 사회문제를 다뤄봐야겠다는 충동이 일기도 했던 때였습니다. 그동안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둔 세계를 표현해왔다면 이후엔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교육자로서 세상에 대해서 눈을 돌려보고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과 갈등이 일어났던 시기였거든요. 우리 무용계도 우리끼리만 즐겁게 하지 말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더불어 교류하고 소통하고 함께 가야 된다는 거죠. 사람의 일은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말처럼 때가 돼서인지 이철용 이사장님도 만났고 저 자신도 춤 세계관을 좀 더 넓혀야겠다는 고민을 하던 시기였고 이래저래 장문원과 인연을 갖게 됐어요. 이런저런 인연과 사연이 모아져 장문원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어요. 준비하고 마음을 다잡고 해서 탄생시킨 첫 작품이 바로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였어요. 대본을 받아들고 혼자 울다가‘아니야 이건 안 돼’ 했다가, 또 보고, 또 던져 놓는 등 여러번 지웠다 썼다 갈등하던 끝에 결단을 하고 춤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한편으론 아르코 극장에서부터 종로 5가까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체험에도 동참했고, 일본 나고야에 장애인 부모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도 같이 참여해서 갔어요. 나름 장애인들과 가깝게 하려는 노력을 열심히 했죠. 컨벤션센터에서 2년마다 한일 교류를 하더군요. 제자들과 동행해서 직접 눈으로 현장을 보고 행사에 참여해보니까 마음이 다잡아지더군요. 이를테면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확고해지고 어디선가 마음속으로부터 열정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등 고집과 오기가 충전되는 등 내 자신이 완전 타인처럼 완전 달라진 기분이 들었어요.
성공한 시각장애인 초청해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장애인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등 공격적인 경험을 살렸어요. 그런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한편 수화 선생님을 모셔다가 제자들과 함께 수화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배운 수화를 몸짓으로 만들어 무대에서 활용하기도 했어요.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라는 작품을 보면 처음을 수화로 시작하고, 중간 중간에 수화를 춤으로 만든 동작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만드느라 나름 많은 연구와 고심을 했고요. 그 어느 창작작품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을 소재로 하거나 함께 하는 작품도 그동안 제가 작품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저의 생각으로부터 시작했고요. 또 장애인이라고 소규모로 하거나 축소하거나 대충하거나는 저의 춤 정신엔 맞지 않았기에. 그래서 그동안 추구해왔던 그 정신 그대로 나의 창작세계연장선으로 무대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어요. 제자들부터 인지상정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그렇듯 다 좋은 무대에 서고 싶어 하고, 누구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 하잖아요. 처음부터 저는 장애인들도 좋은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는 걸 원칙으로 정하고 시작했어요. 물론 그렇게 하려면 저도 무척 힘들죠. 왜냐하면 천 석 되는 무대에서 공연하려면 전문 스태프들이 다 나와야 해요. 요즘은 극장에 있는 사람만 가지고는 공연을 못 하잖아요. 사실 그게 다 돈이에요. 좋은 조명을 받아야 보는 사람들도 더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의 창작 세계와 장문원에서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동일하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어요.
조은경 _ 돈 문제만 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윤덕경 _ 그렇죠. 돈 문제 빼고는 다 좋아요. 아무래도 어렵죠. 제자들에게도 누누이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거니까 그냥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라”고 말해요. “너희들은 부모님 잘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무용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좀 힘들더라도 같이 하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냐”라고 이야기 했죠. 또 부족한 부분은 이사장님이 뒤에서 도와주시고요. 어디 가서 돈 받고 돈 얻어내는 것은 싫어하시거든요. 우리 나름대로 하는 게 좋지, 여기서 몇 억 받고, 몇 천 받고 하는 것도 다 빚이라는 거죠. 사실 저도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그래서 그냥 우리 장문원의 힘으로, 또 무용단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떠벌리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온 것 같습니다.

우리 무용계도 우리끼리만 즐겁게 하지 말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더불어 교류하고 소통하고 함께 가야
조은경 _ 무용계가 장애인 문화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실 윤덕경 교수 영향이 많았어요. 앞서 가는 예술세계를 가진 분이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왔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거죠. 이번에 「1회 대한민국 장애인국제무용제」(9월8~10일)가 있었잖아요? 그 공연 중에 스페인 무용가의 공연을 보니 정말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공연을 하더라고요. 이제는 장애인 공연도 우리가 그냥 봐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 예술가들도 자신들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애인 무용 공연이 있고, 장애인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같이 하는 공연이 있다는 걸 알았죠. 또 장애의 종류도 많다는 걸 알았고, 장애인 공연도 휠체어만 생각하는데 또 그게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가족’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쓰셨는지 알 듯합니다.
이철용 _ 공연이나 무대를 한 송이 꽃이라 한다면, 윤덕경 교수가 뿌리이고, 제자들은 가지와 잎이고, 바람과 태양의 역할은 「춤」지와 정부인데, 「춤」지와 정부당국의 기여와 역할에 따라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겠지요. 가족은‘하나’라는 개념이거든요. 우리가 아무리 까불고‘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 따로따로 간다고 하지만, 하늘 아래 땅 위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같이 살수 밖에 없어요. 즉 더불어 살수 밖에 없으니 춤도 어울려 출 수밖에요.
춤 작품 제목 하나하나를 살펴봐도 엄청나더군요. 윤 교수가 20년 동안 해 온 업적이 엄청난 분량이더군요. 이번에는 7분 정도의 영상 자료로 장문원의 활약을 짧게 소개했지만, 다 소개하면 한국 춤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윤 교수의 춤 정신을 내가 정리해야겠다는 욕심이 은근히 생기더군요.
아무튼 윤 교수 같은 경우는 좀 독특해요. 처음에 보니까 일 하는 게 깐깐하게 느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꼼꼼하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내가 『우리 함께 춤을 추어요』 대본을 건네주면 그냥 덥썩 받는 게 아니라, 체험도 하고, 시각장애인을 불러서 강연도 듣고, 시찰도 나가보고 하면서 나름대로 확신을 다지면서 일을 시작하더군요. 그러한 진지한 모습을 보고 상당히 완벽한 춤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분 같으면 장문원에서 계속 같이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판단이 옳았지요. 20년 동안 호흡을 맞추면서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오늘 여기 오니까 좀 마음이 놓여요. 전통과 권위가 있는 춤 잡지인 「춤」지에서 새로운 춤의 세계, 한국 창작무용의 귀재가 아닌 무용의 한 장르를 또 하나 구축해내는 그런 춤 정신을 하나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을 무대로 올려 춤을 추게 한다는 것 자체가 춤의 새로운 역사이고 춤의 혁명이라고 봅니다. 장애인에게도 춤을 추게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춤은 비장애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진실을 천하에 밝혔다는 점입니다. 사랑이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찾고 있는 것에서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춤에서 장애인을 찾고 장애인에게서 춤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봅니다. 사랑의 춤 정신을 선포하고 실천한 윤덕경 교수야 말로 무용의 한 장르를 구축한 진정한 사랑의 춤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조은경 _ 외국의 경우 장애인 단체, 장애인 예술세계가 분명하게 돼 있더라고요. 종목별로 많이 있어요. 문화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니까요.
윤덕경 _ 네, 그런 게 잘 돼 있죠. 지난번에 외국에도 많이 나갔다 온 학생이 홈페이지를 보고 장문원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나라도 이렇게 장애인들이 무용을 하는 데가 있습니까?”라고 물어왔어요. 외국에는 장애인 무용 단체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해요. 물론 장애인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다른 단체도 있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협회가 아니라 완전히 특수교육 시설이에요. 무용단으로서는 우리가 시작을 했는데, 세월이 20년 넘게 지났으니 이제는 우리 제자들이 이어서 해야죠.
이철용 _ 앞으로 더 활발하게 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장애인들을 소재로 하거나 함께 하는 작품도 나의 창작세계, 춤의 예술성을 추구할 것”
조은경 _ 그러면 한 가지만 더 질문할게요. 윤덕경 선생님께서는 춤의 예술성을 어떻게 확보를 하실 건지요? 지난해 한국춤협회의 「한국 춤 제전」에서 『아리랑』 공연을 하셨는데, 아주 좋은 공연이었어요. 윤 선생님께서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하시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윤덕경 _ 제가 내년에 개인 발표를 한 번 해야 되는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철용 _ 『춤추는 알갱이』라고 제목도 다 정해놨어요. 우리가 빵을 반죽할 때밀가루에 효모가 들어가거든요. 그걸 누룩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밀가루는 창대하나 효모는 지극히 미미하잖아요.(웃음) 이 미미한 누룩이 빵 전체를 다 부풀게 만들어요. 그러니까 윤 교수의 춤의 정신이 이 어지러운 세상에 딱 들어가 효모 작용을 통해서 잠자고 있던 굳어진 사람들을 춤추게 하여 부드러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를 한다는 의미이지요.(웃음)
조은경 _ 그 춤의 정신이 뭔지요?
이철용 _ ‘춤추는 알갱이’의 정신은 사회적 약자나 문화, 예술 분야에 소외된 사람들을 다 끄집어내서 하나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어울림’이라는 것은 너 틀리고 나 틀린 게 아니에요. 너와 나는 약간 다를 뿐이고,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것이지요. 무용은 나만 추고 너는 와서 구경만하라는 게 아니라, 너도 추고 나도 추는 어울림이예요. 그래서 윤 교수님이 인사말에서‘나의 몸짓, 너의 몸짓, 더불어 몸짓’라고 했는데, 그게 윤 교수님의 춤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예술이라고 하면 자꾸 어디 높은 데서 끌어내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게 아니라 지극히 소소한 것이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 그것이 참 예술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진정한 예술은 삶이지, 삶과 다른 것은 더 없을 것 같아요. 경계가 있고 편견과 차별의 벽이 있는 건 예술이 아니고, 예술의 힘으로 그걸 무너뜨리는 거예요.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어서, 지구별이라는 공동체에서 빈부의 격차와 많고 적음의 격차, 배우고 안 배우고의 격차, 있고 없음의 격차를 다 허무는 거죠. 그렇다고 공산주의처럼 같이 살자는 게 아니라, 함께 춤을 추자는 거예요.‘너는 너의 춤, 나는 나의 춤, 그리고 더불어 춤’,‘어울림 춤’이요.
윤덕경 교수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예술 그자체지요. 삶이 가장 귀한 예술이라고 한다면, 윤덕경 교수의 춤 정신은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주 영악하게 출세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묵묵히 다른 길을 안 보고 예술의 외길을 걸어왔잖아요? 그래서 윤 교수님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모범적이고 성실하고 야무진 진정한 사랑의 춤꾼이라고 봐요.
조은경 _ 지금까지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장문원의 계획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것 같아요. 하나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협업하는 공연과 다른 하나는 교육을 통해서 장애 학생들을 예술가로 키워 내는 거죠. 이 양쪽을 같이 끌고 가시면서 좋은 역할을 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반호정 _ 공연은 우리가 준비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거예요. 늘 우리 공연에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보러 와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주영 _ 이사장님이 정말 고생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칭찬은 우리가 받는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동안 공연을 위해서 정말 고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칭찬은 저희가 많이 받아서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김하림 _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예산 문제로 교수님께서 고민을 하시는 걸 제가 몇 번 봤거든요. 그래서 이런 뜻깊은 공연에 나라에서 예산을 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웃음)
윤덕경 _ 저는 지금 이순간도 제가 춤을 추기 잘했다 생각하며 부모님께 감사 드리며 가족에게 감사하고 또한 장문원이 있었기에 이러한 다양한 예술작업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저와 제자들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 든 무한한 상상의 에너지를 연습과 무대를 통해서 발휘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 꾸밈없이 진지하게 소통 할수 있는 제자들이 있기에 더욱 든든하고 끝으로 이렇게 20주년을 격려해주신 「춤」지가 있기에 더욱 힘이 납니다.
박주영 _ 전체적으로 예산이 많이 줄었는데, 그나마 우리 단체는 여태까지 해온 것을 많이 인정받아서 다른 단체에 비해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우리는 좀 더 큰 규모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좀 힘들었죠.
조은경 _ 기금은 많이 모였나요? 배우 김보연 씨가 열심히 홍보하시던데.
이철용 _ 아니요.(웃음) 그건 그냥 얘기만 한 거예요. 와서 참여해준 것만 해도 고맙죠. 배우들이 와서 홍보이사로 참여하고 사회까지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반호정 _ 어떤 공연 보러 가니까, 티켓팅 할 때 조그마한 봉투를 주더라고요. 티켓비는 알아서 지불해달라고 하는 거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철용 _ 우선 관객으로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없으면 우리 공연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분들에게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 또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를 해주셨어요. 아이들 옷매무새를 만져주고, 목이 쉬어라 아이들을 지도하고, 무대 뒤에서 동분서주하는 교사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이런 것들이 다 고맙죠.
그래서 공연에서 춤추고 신명나게 노는 아이들이 꽃이라고 한다면,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 땅 속을 헤매는 뿌리인 윤교수와 가지와 잎으로서 태양을 찾아서 꿈틀거리는 제자들의 역할이 있지요. 또 거기에 태양과 바람이 있어야 되는데 「춤」지가 바람이 되든 태양이 되든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다른 분들도 함께 참여하셔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장애인 문화예술에서 무용 장르가 확산되고, 국제 대회까지 갈 정도로 많이 활성화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무용계에서는 윤덕경 교수 외에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또는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무용이 확산되지 않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는 주객이 좀 전도된 것 같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을 비롯해서 전국 교육청 직원들이 이걸 봐야 된다는 거예요. 장애인 교육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 공무원들이 보고 인식 전환을 해야 합니다. 제가 조만간 서울시 교육감이나 경기도 교육감을 직접 방문해서 만나려고 합니다. 이번 20주년 공연, 또 그 전의 공연 자료를 갖다 주려고 합니다. 일단 교육청 직원들부터 그런 자료와 공연을 보고, 장애인들이 무용 공연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합니다.
조은경 _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앞으로 30주년 50주년, 장애를 이기며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여온 장문원의 기념공연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