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파이프오르간을 독일어로는 오르겔이라고 하고, 장인 혹은 거장이라는 뜻의 라틴어 마에스트로를 독일어로는 마이스터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우어는 꾼, 쟁이라는 뜻으로써 일반적으로는 농사꾼을 칭한다. 독일에서는 오르간 제작수업을 마치고 국가시험을 거쳐야만 마이스터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음악적인 기초소양은 말할 것도 없고 음향학, 건축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목공에 이르기까지 이 자격증을 따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독일 쾰른에 있는 요하네스 크라이스는 지금 생존해 있는 마이스터 중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장이다. 그 밑에서 홍성훈은 수업했다. 오르간을 제작(건축)할 수 있는 나라는 모두 세계 1등 국가들이다.
서기 1257년 로마교황청이 오르간을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로 공인한 이후 파이프오르간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이후 교회음악의 전유물이 된다. 그 뒤 로마문화의 확산으로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으로 전파되고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도 역시 오르간을 예배용으로 인정하여 독일, 네덜란드, 북유럽, 영국 그리고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으로 오르간 제작기술이 확산되어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1918년 정동제일감리교회에 미국제 오르간이 건립되었고, 1923년에 서울 명동성당에 프랑스 회사의 작품이 건조되었다. 그리고 1932년 북한 함경남도 덕원수도원에 독일 회사의 오르간이 건립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 공연장으로는 1978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독일 칼 슈케 회사의 오르간이 건립되었고, 최근에는 롯데홀에 오스트리아제의 오르간이 건립되었다. 1988년에 지어진 예술의전당 음악당에는 자리만 마련하고 오르간이 없어 큰 흠으로 되어 있다.
오르간 제작자 홍성훈은 이번에 「천사의 소리를 짓다」라는 그의 모습과 오르간 작업과정이 담긴 저서를 발간, 2016년 12월 1일 서울 청운동에 있는 새사람교회에서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가졌다. 이곳에는 그의 열 번째 작품이 건립된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한 오르간 조율사는 이 작품을 가리켜 롤스로이스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의 글과 사진은 사진작가 김승범이 10여 년 간 끈질기게 홍성훈의 작업과정을 쫓아다니면서 인간 홍성훈과 그의 삶, 그의 예술혼, 장인정신을 담아 감동이 넘치는 보고 읽을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홍성훈은 열여섯 채의 오르간을 건조했다. 연극배우 같이 다양한 모습을 갖춘 준수한 모습과 함께 책에서 재미있는 글은 눈을 뗄 수가 없다.
십여 년 전 그가 첫 번째 지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그의 오르간 소리를 들은 뒤 남양 홍씨 실학자 홍대용의 후예라는 말을 귀띔해주었고, 홍난파도 남양 홍씨라는 말을 했었는데 홍대용 이야기가 이 책에 언급되어 기뻤다.
그의 소망은 한국적 오르간, 그리고 홍성훈이 그리는 소리를 오르간에 담고 싶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이러한 생각들이 이미 담겨 있다. 그의 바람인 「수제천(壽齊天)」을 연주할 수 있는 오르간이 제작되기를 갈망한다. 그때 그는 세계적인 마이스터 반열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