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참말로, 강호에 ‘간신나라 충신들’이 우글거린다. 하나같이 삐까뻔쩍! 명문대에 바다건너 유학파다. 옛날엔 TK다, PK다 불학무식 흑두겁들이 말아 드시더니, 이젠 FTK다 ATK다, 지랄염병! 혀 돌돌말린 뺀질이들이 판을 친다. 칼국수 밀가루반죽 밀대로 밀어 늘리듯이, FTK를 밀대로 밀어 ‘쫘악∼’ 펴보면 ‘Foreign high school Training Korean’이라. 오메~! 그러고 보니 ‘외국어고등학교에서 배운 자’가 되는구나. 댓바람에 ATK도 오뉴월 깨구락지 패대기듯, 시멘트바닥에다가 들입다 한번 내동댕이쳐보니 ‘America Training Korean’이라고 ‘좌악∼’ 펼침막이 펼쳐지는디, 오호, ‘미국에서 공부한 한국인’이라. 아니 근디, 그 천하고수덜이 왜 그 무지몽매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툭하면 때까오처럼 ‘꽥 꽤액∼’ 소락때기나 내지르는 무당아줌마 밑에서, 머리 조아리고 손발 비비며, 핸드폰 고이 닦아 바쳐대고, 꽈배기처럼 몸 배배 꼬며 어쩔 줄 모르는가!
아서라! 말아라! 남쪽에서 ‘꼬막 살이 통통 올랐다’고 전서구가 날아왔다. 살이 배춧속처럼 꽉 찼단다. 겨울바다가 버무려진 쫄깃쫄깃 달짝지근한 감칠맛. 생각만혀도 혀가 자꾸만 돌돌 말린다. 잇몸 날이 뭉개져 그 아픔이 뭉툭하다. 꼬막은 삼국시대 무사들의 투구를 닮았다. 언뜻 조선무인의 벙거지 같기도 하다. 빗살무늬 기와처럼 껍데기에 줄이 파였다. 벌교 사람들이 말하는 꼬막은 참꼬막이다. 새꼬막은 “개꼬막, 똥꼬막”이라며 쳐주지도 않는다.
참꼬막은 껍데기 줄이 17~20개, 새꼬막은 30개 안팎, 피조개는 40개 정도이다. 새꼬막은 대체로 서울사람처럼 희여멀건하다. 참꼬막은 전체적으로 굴뚝에서 나온 새처럼 거무튀튀하다. 천방지축 부엌강아지 같다. 참꼬막이 햅쌀 맛이라면, 새꼬막은 묵은 쌀 맛이다. 참꼬막은 살이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하다. 갯내가 멍게만큼 은은하다. 입 안 가득 향긋하다. 새꼬막은 질겅물컹 하다. 껌이 처음 입안에서 씹힐 때 같다. 짠 바닷물 냄새가 강하다.
꼬막 맛은 어떻게 삶느냐에 달렸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진다. 그렇다고 삶는 둥 마는 둥 하면 개흙냄새가 난다. 한마디로 ‘데치듯 익혀라’가 정답이다. 너무 익으면 ‘삶은 채소’같아 영 맛이 안 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람마다 비장의 노하우가 있다.
어떤 이는 끓는 물에서 공기방울이 생길 때 꼬막을 넣었다가, 다시 공기방울이 올라올 때 불을 끈다. 그런 다음 뚜껑을 닫은 채로 2,3분 기다렸다가 꼬막을 꺼낸다. 또 다른 이는 물이 끓으려고 할 때 얼른 꼬막을 넣고, 이때 한 번 저어준다. 그 다음 뚜껑을 덮고 불을 끈 뒤 2~3분 있다가 꺼낸다. 물이 펄펄 끓을 때 찬물을 한바가지 부어 약간 식힌 다음, 꼬막을 넣은 뒤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꼬막을 건져내는 사람도 있다.
동지섣달 긴긴밤에 한 허리를 잘라내어, 벌교 참꼬막 무쇠솥에 가득 삶아 놓고, 한 잔 먹세 그려, 구신 씻나락 까먹듯, 조근조근 이 넘의 시상 씹어가며, 졸깃졸깃 옴죽옴죽, 배릿 간간한 벌교꼬막 까먹세 그려! 발가락 사이 때만도 못한 인사들, 도대체 그들은 혀 돌돌 말아가며, 외국어학교에서 미국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공부했다더냐. 더질더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