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국립무용단의 『소울, 해바라기(Soul, 해바라기)』(11월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를 보았다. 10년 전에 초연된 작품이다.(2006년 10월27~31일 국립극장 해오름) 초연 당시, 독일의 재즈 앙상블 ‘살타첼로’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이 큰 화제가 되었다. 살타첼로의 리더인 페터 신들러 음악의 작, 편곡을 맡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기량이 출중한 한국연주자들이 참여해서, 더욱 더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성민제(더블 베이스), 장형식(바이올린), 송상우(첼로)와 함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수석연주자 문양숙(가야금)이 참여했다.
배정혜 안무다. 배정혜의 작품은 무용적으로도 그렇겠지만, 음악적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가장 잘 아는 안무가 중 일인이 배정혜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시절에 만든 대표작 『춤, 춘향』이 우선 떠오른다. 서정주 시, 황병기 곡인 「추천사」를 배경음악으로 삼았다. 국립극장의 대극장인 해오름에 매달린 ‘커다란 그네’와 함께, 정가(正歌)풍의 노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제 『소울, 해바라기』로 돌아와 보자. 페터 신들러와 살타첼로를 대수롭게 여기는 건 아니다. 살타첼로가 국내공연을 시작한 건 1999년쯤이다. 라이브의 인기와 함께 몇 장의 음반을 냈다. 주로 한국의 ‘민요’를 소재로 했고, 두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첫째, 아무래도 외국의 연주자이다보니 한국음악 특유의 본질적인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국악적인 시김새(장식음, 표현법)가 약하기에, 감정의 심층을 건드리지 못했다. 둘째, 살타첼로의 음악은 2000년대 초반의 트랜드를 반영하는 한시적인 음악이다. 서구인이 연주하는 한국음악이라는 호기심과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살타첼로는 재즈가 아니다. 미국적 재즈음악의 ‘즉흥연주’와는 거리가 크다. 살타첼로의 이렇게 한계가 분명한 음악이, 배정혜 안무의 『소울, 해바라기』를 통해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안무가(배정혜)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 국악과의 좀 다른 음악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것이겠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살타첼로의 음악이 ‘현대적 한국춤’에 사용되었고, 그 춤이 한국적 정서의 깊이를 담고 있었기에, 살타첼로의 음악도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1막은 살풀이, 2막은 진오귀굿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런 한국의 의식과 정서를 통해서 살타첼로의 음악도 더욱 깊이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서, 살타첼로의 ‘진도아리랑’은 그저 귀에 듣기 편한 곡이다. 그런데 여기에 ‘조용진-송설’의 남성이인무가 결합하면서 의미가 심오해진다. 음악은 이렇게 춤과 중첩되면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또 한 예로 아박무(牙拍舞)를 들을 수 있다. 원래는 궁중의 여성무희들이 작은 박(拍)을 들고 추는 춤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남성무용수들은 커다란 박(拍)을 들고 춘다. 그리고 이런 박소리는 살타첼로의 기악중심의 음악에 맥을 확실하게 살려주면서, 활기차게 전개된다. 배정혜의 안무에서 음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의 예는 무수히 많다. 한국무용계에서 배정혜와 같은 안무가가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