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세종문화회관 옆 주차장 자리에는 원래 체신부 건물이 있던 자리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2월16일 우리나라에서 첫 라디오방송을 시작했을 때 당시 체신국 청사에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해서 그곳에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한때는 ‘방송의날’도 2월16일이었다. 지금은 TV까지를 포함해 방송의날을 옮기게 되었다.
방송기념탑 뒤편에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 싸운 분들의 업적을 기리는 작은 기념비가 세워졌다. 또한 한글학회에서 경복궁역까지 ‘한글가온길’을 조성해 한글의 내력을 알리게 되었다. 지난번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옆 주차장 자리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전용연주회장을 지으려 할 때에 가장 반대에 부딪쳤던 것이 한글을 사랑하던 분들이 한글기념비를 훼손하며 새 건물을 지어야 하는가, 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가장 힘을 받아 이 건물은 창신동에 짓기로 내정되었다.
세종문화회관은 1972년 12월2일 문화방송 개국 10주년 기념공연 때 화재로 전부 불 탄 서울시민회관 자리와 그 옆 예총과 동양통신사 자리까지 넓혀 당시로서는 국회의사당, 대우빌딩(교통회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건물이고 건축양식의 창조적인 측면에서 한국건축사에서 길이 남을 기념비적 건물이다.
건축가 염덕문 씨의 최고 걸작이며, 건축자재와 시공인(대림건설) 그리고 부설된 조형물과 파이프오르간 등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서울시장 구자춘, 건축 책임 김성배 제1부시장, 그리고 관장인 배문환, 예술감독 이상만(당시 개관예술제 사무국장), 박위민 과장 등이 시공초부터 개관까지 자리변동 없이 지속해서 일했다는 것이 성공의 큰 원인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은 개관 1년 전쯤 해서 정해졌다. 특히 그 당시는 북한과의 경쟁이 치열할 때고, 북한에서는 공연장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다. 1973년에 남산 장충동에 신축 국립극장을 지었으나 양이 차지 않았고, 1975년 8월15일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뒤 국립극장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꺼리게 하는 장소여서 세종문화회관의 건설은 더 절실했다.
당시 예술원 회장인 월탄 박종화 선생의 도움을 얻어 서울 세종문화회관이라고 이름을 짓고 개관 첫 헌당 작품으로 세종대왕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국악과 양악의 요소들을 합해 새로운 양식의 창작을 강석희 씨가 작곡해서 올렸다. 큰 강당은 대극장이라고 이름 짓고, 작은 강당은 소극장이라고 했다.
개관 당시에는 국제회의장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통역시설을 갖춘 회의장이었다. 국제회의장은 개보수 뒤 세종챔버홀로 이름을 바꿨고 소극장은 M시어터라고 명명했다. 개관 당시는 좌석표시도 영어로 쓰지 않고 1급, 2급석으로 숫자를 표시했는데 지금은 S R A B C로 쓰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4월14일 ‘위대한 전진’이라는 공연으로 김일성의 생일 전날에 남북대결, 문화전쟁의 개가를 부르던 날이다. 지금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그런 문화예술의 전당의 이름을 아직도 영어로 쓴다는 것은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더구나 한글을 사랑하는 박원순 시장 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