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음악극 「금시조」 리뷰를 허윤희 기자가 썼다.(2016.12.29. 조선일보) 작품의 한계를 잘 짚어냈다. 리뷰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은 없으나, 관련자의 SNS에선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옮기기에 민망한 댓글도 있다. 작품에 관한 다각도의 논의와 제대로 된 평가가 요구된다.
이 작품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서 야심차게 기획되어, 3년간 공연되었다. 이문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핵심은 ‘스승과 제자의 예도(藝道) 논쟁’이다. ‘품격(品格) 있는 음악극’이 필요하다는 예술감독 황준연의 생각에는 일단 동의한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작곡에 한정한다. 3년차 프로그램북에 실린 작곡가 신동일의 글 ‘금시조, 국악관현악극의 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피력이다. 신동일이라는 작곡가는 우수한 역량을 갖추었다. 동시대 작곡가인 김대성, 신동일, 원일, 이경섭, 조원행, 황호준은 저마다 개성을 갖추고 있고, 국악관현악곡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문제는 음악극 「금시조」가 갖는 명확한 한계다. 작곡가는 이 작품을 ‘국악관현악극’이라고 했다. 여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작곡가의 말대로, ‘국악관현악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전개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음악극 「금시조」는, 국악관현악을 사용한 ‘연가곡’ 형태라고 함이 딱 적절하다. 그가 만든 각각의 노래는 하나의 악곡으로 크게 흠 잡을 데는 없다. 아쉽게도 그것을 전체적으로 연결해 놓았을 때, 음악을 통한 ‘극적 구성’이 빈약하다. 뮤지컬과 오페라에 익숙한 청중에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건 국악관현악 혹은 국악관현악극의 한계일까? 아쉽게도 작곡의 한계다. 작곡가가 설정한 음악적 디자인이 문제다. 작곡가의 입장을 옹호해서 시어(詩語)로 비유하자면, 신동일은 외형률보다 내재율에 치중하는 ‘진중한’ 작곡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스토리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서, 음악은 다음 두 면의 하나는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국악관현악극’을 지향했다면, 보다 더 적극적인 악기의 활용도가 요구된다. 국악관현악이 보다 더 생동감있어야 했다.
작곡가 신동일이 이 작품을 3년 동안 다듬었다. 1년차에는 곡수(曲數)가 적었는데, 2년차에는 곡수가 배로 늘어났다. 2년차와 3년차의 음악(작곡)은 큰 변화는 없다. 첫해에 공연한 곡수 정도라면 어느 정도 들을 만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듣게 된 「금시조」는 공연시간에 비해, 음악적 지속성과 변화성이 취약했다. 긴장과 이완이 치밀해야 했다. 금시조의 음악을 건축에 비유한다면, ‘설계도 없이 증축한 건물’같다고나 할까.
3년차의 큰 변화라면, 1년차와 2년차와는 다르게, 주인공 제자(고죽)의 역할이 뮤지컬배우(한일경)에서 판소리창자(안이호)로 바뀐 거다. 작곡가는 고죽을 ‘처음부터 소리꾼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고 하는 게 이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신동일이라는 작곡가의 일련의 노래곡 스타일로서는 가치가 지니고 있을지라도, 한국의 전통적 성악곡이나 판소리의 연장선으로서는 모호한 면이 있다. 금시조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