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아마도 한국인들이 올 한해만큼 착잡하게 살아본 세월은 없을 것이다. 전쟁이 나서 아수라장이 된 것도 아닌데 개인이나, 사회나, 나라나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헤아릴 길이 없어 너나 할 거 없이 태극기를 들고, 또는 촛불을 들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한마디로 초점이 없어지고, 기준이 없어지고, 기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기대왔던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판국에 서울문화투데이(대표 이은영)는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는 ‘문화대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기준이 무너진 시대에도 수상작이나 수상인을 뽑아 어느 한 분야나 한 사회에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일은 마땅히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매우 가치 있고 책임이 무거운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연말을 기해 여러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그러나 문화계에 불어 닥친 ‘최순실게이트’와 ‘블랙리스트’ 바람은 문화계와 우리사회에 ‘문화와 문화인’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모호한 대접을 받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류, 한드라마, 한뮤지컬 등 세계 속에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 한문화의 바람을 일으켜도 이 모든 것을 돈의 잣대로만 계산하던 정책과 정치풍토의 썩은 폐부가 여실히 들어난 현상이라 보는 것이 아마도 이번의 현상을 올바로 파악한 것이리라.
문화는 한 사회, 한 민족, 더 나아가 한국가의 정신과 철학의 심지이며 창조정신의 발화점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한국문화가 껍데기 대접만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문화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사실이다.
이러한 공황상태에 가까운 현실 속에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주간신문 「서울문화투데이」는 당당하게 시상식을 서울의 한복판, 한국프레스센터기자회견장에서 날씨도 매서운 1월12일에 진행했다. 김남조 시인을 위시하여 문화계의 큰 인물들을 모셔놓고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그리고 대상 수상자 여섯 사람과 젊은 예술가 두 사람의 면모에서 풍기는 격과 진지함을 바라보며 그곳에 모인 축하객은 모처럼 문화와 예술이 사람의 품격과 행복을 얼마나 빠르게 전염하고 있는지를 느꼈을 것이다.
이은영 대표의 당차고 당당하면서도 문화예술 전반에 보내는 폭넓은 시야,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정의감과 미래를 바라보는 촉각에 가까운 신문인의 직감, 그의 폭넓은 보폭과 문화를 담는 시야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감각이 살아있어 장르의 경계나 계층의 칸막이를 언제고 넘나들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위의 모든 장점보다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문화를 바라보고 문화예술인을 진정 사랑할 수 있는 그의 넓은 ‘품’과 예리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이종상)가 선발한 수상자들은 김영귀(국가무형문화재보유자 제30호), 제정자(미술 분야), 최금녀(문학 분야), 육근병(서양미술), 김승국(문화예술 행정), 윤중강(공연평론)이다. 이외에도 ‘젊은예술가상’으로 판소리분야의 최용석, 서양화가 이구하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