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교육방송(EBS)의 「리얼극장 - 행복」은 가족 간에, 특히 부모 자식 간에 반목하고 대립돼서 풀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낯선 외국으로 여행을 시켜 중재 없이 직접적으로 풀어보려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오해 이상의 혈연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상대의 가슴 깊이 굳어진 응어리를 어떻게 푸느냐하는 것이 리얼극장의 과제이고 인생여정의 고개를 넘어가는 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해를 바라는 어떠한 변명, 해명도 의미가 없다. 오로지 진정성뿐이다.
방송프로그램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거의 해피엔딩이다.
가수 제임스 킹은 혼혈흑인이다.(1월17일 방송) 본명은 김준호. 극적인 관계는 6·25전쟁 1·4후퇴로 시작된다. 신의주에서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와서 서울 해방촌에 정착하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고. 아직 젊은 어머니는 의정부로 옮겨서 미군부대에서 일을 하는 중에 미군(흑인)을 소개받아 결혼한다. 딸을 낳고 또 임신 중에 미군남편은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생활비를 여유있게 넘겨주었다. 아들 준호는 태어나서 아버지 얼굴도 못 보았고, 딸은 병으로 죽었다. 미국에서 생활비는 또박또박 보내왔고 곧 초청한다고 했는데 아버지의 사망소식이 왔다. 그때부터 가족간의 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미군남편과 살면서 큰아들은 불편한 존재였다. 열다섯살 차이가 나는 형제는 미묘한 방향으로 뒤틀려갔다. 형은 엄마속을 썩이고 동생을 때리고 사업한다고 재산을 날리고. 동생이 축구를 잘해서 스카웃 제의가 왔지만 형은 응낙하지 않았다. 준호는 18세에 가출했다. 흑인 청년으로 방황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 제임스 킹으로 행세, DJ도 하고 외국인 가수가 되었다. 그리고 30년. 비빌 언덕도 없이 부랑의 세월로 중년이 되었고 형도 노인이 되었다. 늙은 어머니는 요양원에 입원하고,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도 형제는 만나야했다. 그래서 필리핀으로 단둘이 여행을 왔다. 사사건건 부닥치고 잘 안되지만 조금씩 풀렸다. 동생은 형을 다그쳤다. 원망했다.
형은 말문이 막혔고, 동생이 좋아하는 축구화와 운동복을 선물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평소에 조그맣게 부르곤 하던 노래를 불렀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비내리는 고모령」)
그리고 요양원에 어머니를 만나서 서로 부둥켜 않았다. 제임스 킹은 감격했다.
“30년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이름 김준호를 찾았다. 언제나 내편이 돼줄 피붙이를 찾았다!”
전쟁이 빚은 한 가족의 비극적인 운명은 사랑의 본성을 찾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다. 「리얼극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관계들을 풀어주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책임PD 최남숙, 글 노옥환, 촬영감독 홍용우, 취재 임성미, 내레이션 구민선, 연출 최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