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올해도 변함없이 대학 연극학과의 경쟁률은 높기만 하다. 경쟁률이 100대 1을 상회하는 대학 연극학과가 상당수에 이른다. 학력보다는 실기를 중시하는 대학이 많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번 대학 연극학과에 원서를 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요즘 대학 연극학과는 탈출하기에 바쁘다. 보다 좋은 환경을 마련한다는 명분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도 10대 1정도의 경쟁률은 유지할 터인데 어째서 탈출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인가. 지방의 오지에 설립한 대학 연극학과는 서울 주변의 일산, 고양, 동두천, 평택으로 교육장을 옮기고 형편이 여의치 못한 대학은 본교에 시설 일부를 남겨두고 대학로 주변에 강의실과 공연장을 마련하여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주의 동양대학 연극학과는 수년전 대학로에 3개의 공연장이 있는 아트센터를 매입하여 운영 중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 연극학과도 탈출 대열에 합세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데도 대학로로 교육장과 공연장을 옮기고 있다. 이미 명성 있는 중앙대학, 한양대학을 비롯하여 동덕여대, 상명대학 등이 대학로에 교육용 건물을 신축, 매입,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아는 일이다. 최근에는 서경대학이 공연장 위주의 대규모 아트센터를 대학로 요지에 건축하고 있어서 대학로의 스카이 라인이 뒤바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강남지역에도 여러 개의 대학 연극학과가 진출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 연극학과는 물론이고 새롭게 대학 수준의 연극학과가 문을 열고 있다. 전북 익산의 백제예술대학이 강남지역의 요지에 교육장과 함께 럭셔리한 공연장을 매입하여 운영한 것은 오래 전이다. 또한 여의도에서 입시연기학원으로 성공한 사람이 설립한 서울종합예술학교가 무역센터 부근에 5개의 빌딩을 매입하여 성공리에 운영하면서 기존의 대학 연극학과를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 연극학과가 유리한 지리적 여건과 교육시설을 마련하는 데 피나는 경쟁을 하면서도 정작 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올바르게 정하지 못하고 상업주의라는 허망한 것에 목을 매려는 상황은 분명히 시정해야 한다.
현재 대학 연극학과의 수는 60개를 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 연극학과의 목표는 하나 같이 연기자 양성이다. 연기교육의 전공교수가 한 명에 불과한 대학도 교육목표는 연기자양성이다. 하나의 예로 중앙대학 연극학과는 1959년에 원래 연극학자, 배우, 화술교육자 등의 양성에 교육목표를 두고 설립했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중앙대학 연극학과는 연극학 연구 선두주자로서의 목표는 내던지고 오로지 연극, 뮤지컬 배우의 양성에 골몰하고 있다. 45년간 석사, 박사과정을 설치하여 수많은 연극학자와 교수를 배출했는데도 말이다.
대학 연극학과는 연극학 연구의 보루여야 하지만 연기자 양성도 하나의 교육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60여개의 대학 연극학과가 하나 같이 연기자 양성에 목표를 둔다면 어디서 양질의 교육자를 구할 것인가. 대학 연극학과는 학문적, 예술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양질의 교수요원을 영입하는데 역점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