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KBS-1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요일까지 5부작으로 방송하는 리얼 드라마이다.
엎치락뒤치락이나 자극과 충격은 없어도 흐뭇한 감동을 주는 이웃의 보통사람들의 생활리포트이다. 1월 마지막 주에 「채옥 씨의 지리산연가」를 방송했다. 무대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700고지에 자리한 ‘채옥산방(採玉山房)’. 산 첩첩 지리산골짜기에서 연가를 부르는 채옥 씨는 누구인가?
산방은 너와집. 궁금증은 본인께서 내레이터 필요 없이 독백처럼 풀어놓는다.
김채옥 씨는 올해 75세 되신 할머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8세에 지리산 속 ‘팔망마을’로 시집을 왔다. 남편은 하늘나라로, 자식들은 대처로 떠나고 산이 좋고 너와집에 정이 들어 홀로 지내신다. 할머니 혼자서 적적해서 어찌 지내실까?
하지만 걱정은 접으라신다. 무엇이던지 하면 된다는 것이 지론이고 무엇이던 배우고 싶으시다. 지난해 2016년 74세에 운전면허를 따서 자가용차를 몰고 다닌다. 상점과 기관들이 있는 면소재지까지는 승용차가 필수다. 계절 따라 할 일이 바쁘다. 봄철에는 산에 지천인 고사리 꺾어 자식들에게 우편으로 보내주고,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려고 말려 팔아서 생활비에 보탠다.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등산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들려서 친척처럼 허물이 없다. 함께 노래 부르고 할머니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해서 보내주고,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블로그를 만들어서 지리산 팔랑마을 소식을 전한다.
청춘과 닮은 봄날이 가는 것이 아쉽고, 사람이 사람을 봐도 반가워 할 줄 모르는 각박한 인정, 그래도 그리움에 사무치는 밤이 짧아서 좋으시단다. 산천은 그대로인데 뭐해놓고 이렇게 늙었나 하니, 산이 좋아서 산을 짊어지고 살아서 이렇게 허리가 굽었나 보다.
가난했을 때 생각이 나서 올갱이 수제비 끓여서 여자 동창생 셋을 불러서 ‘건강을 위하여!’를 부딪치고…. 지리산의 만추는 일찍 시작된다. 산에 가면 도토리, 알밤이 널려 있으니 ‘없는 친정’에 가지 말고 산으로 가랬지 않나! 김장 80포기 담가서 자식들에게 보내주고, 겨우살이 준비로 땔 나무 해다 쌓고(기름값 아끼느라 보일러는 안 켜신다), 봄에 지붕 잇기 위해 억새를 40다발 꺾어서 쌓아 놓는다. 「산내면 경로잔치」에서 춤추고 노래 불러 스트레스를 푸니 ’쌀‘ 한 푸대를 상품으로 탄다.
채옥 할머니는 TV연속극은 보지 않는다. 뉴스를 본다. 산속에 살아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아야겠다고. 24시간 4계절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신데 중대목표가 남아있다. 매일 일기를 쓰는데 쌓이면 시집을 내는 것, 그리고 안성순 선생으로부터 피아노를 무료로 배우고 있는데, 건반에 번호를 붙여서 ‘피아노를 와다다다’ 완주 졸업하는 꿈이다.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휘날래 곡 「해운대 엘레지」의 가사, 음정, 박자가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시니 두 가지 소망도 머지않아 이루시리라 기대감을 준다. 책임PD: 한호섭, PD: 임대배, 글: 홍은영, 내레이션: 이규원, 연출: 천지영, 제작: 제3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