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5일 인쇄
2017년 3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7년 3월호 통권 493호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과학살롱

 

맘모스 복원 기술
-




정준호(鄭準晧)(과학칼럼니스트)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이루어진 인류의 기술적 도약과 더불어 진행된 급격한 환경 변화는 ‘인류세’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생물들의 멸종으로 이어졌다. 어떤 연구자들은 인류에 의한 6차 대멸종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에 의한 멸종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약 4천여 년 전까지 지구 위를 거닐던 맘모스는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빙하기가 끝나고 일어난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번성하기 시작한 인간에게 집중적으로 사냥 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생물의 멸종은 단지 안타까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저하와 함께 지구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인류에게 닥칠 대재앙(기후변화, 범세계적 전염병의 창궐 등)에서 이러한 생물자원의 활용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환경에 대한 인류의 기술적 개입을 멈추고 변화를 더디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더 빠른 기술의 발전이 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있는 듯하다. 바로 멸종된 생물을 되살리는 기술이다. 멸종된 생물 중 특별한 관심을 받은 종들이 몇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멸종한 시베리아 호랑이를 다시 살려내는 일이 좋은 예다. 이는 유전적 차이가 매우 적은 종을 대상으로 하며, 유전자가 조작된 수정란을 착상시킬 수 있는 ‘대리모’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멸종된 종의 ‘성배’는 이제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생물 종을 되살리는 일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종이 바로 맘모스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구 동토에서 발견된 맘모스의 미이라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가까운 친척인 코끼리에 집어넣어 맘모스를 되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맘모스를 되살려내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멸종된 맘모스를 되살려 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되살아난 맘모스가 과거의 맘모스와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유전 정보 자체는 동일할 수 있겠지만, 그 생물 안에서 함께 살아가던 수많은 미생물들이 같이 사라져버렸고, 이들에 대한 정보는 이제 아예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식동물이 풀을 소화시키려면 섬유질을 분해할 수 있는 장내미생물이 필요하다. 가장 비슷한 코끼리의 것을 그대로 이식한다고 해서 맘모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지난 수천 년간 진화해온 각종 기생충과 병원균들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생존할 것이며, 또 반대로 새로운 숙주인 맘모스를 맞이했을 때 병원균과 기생충들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61세기 인류 사회에 갑자기 되살려진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우리는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다른 생물 종에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일까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