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료

게임의 루울에 복종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내가 불리한 결정에 눈물을 보이지 않고 그 루울을 승복한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명예와 상금이 따르는 무용콩쿨이라는 게임에 끈질기게 잡음이 붙어다니는 이유를 이해할 것도 같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무용콩쿨을 치렀다. 그러나 어느 한 번도 지저분한 뒷이야기를 남기지 않은 때가 없었다.
심사가 잘못되어 제일 잘하는 사람이 떨어졌으니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 대개 그런 뒷이야기 요지이다. 결국 춤 춘 사람은 다 옳고 심사한 사람은 잘못되었다는 뒷이야기다. 정말이라면 이제까지의 그런 무용콩쿨들은 없었던 것보다 못했단 말이 된다. 사실 콩쿨이라는 제도가 무용에 필요한 것인가? 이 문제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여기서는 다만 자기가 동의하여 참가한 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으로만 멈춘다.
루울에 승복 않는 것은 자존심 잃은 행위고 비겁한 일이다. 이것마저 지킬 줄 모르는 춤 지망생들이 있다면 우리는 대체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물론 게임에는 시운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평소의 실력과는 달리 억울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심사위원의 주관에 따라 같은 작품을 놓고도 그 평가가 상반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판정을 승복 못한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내가 진 게임은 언제나 무효다 라는 논리면 내가 이겼을 때 유효 라는 논리 역시 성립될 수는 없다. 더욱이 형식을 갖춘 심사가 틀렸다면 그것마저 갖추지 못한 의견 쪽이 옳다는 근거는 더욱 희박하지 않은가?
행길가 촌부들의 훈수장기에도 루울은 있고 승복할 줄 하는 자존심은 있다. 하물며 말이다.
한 번의 게임으로 무용가가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또 승패의 위치는 항상 바뀌게 마련이다. 자존심을 잃은 추악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서 승패가 다시 결정되는 양식(良識)의 세계가 또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겠다.

－ 월간 「춤」 197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