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료

권위는 언제나 도전을 받게 마련이다.
명실 공히 무용가들에게 명예와 혜택(?)을 주는 위치에 있는 「권위」인 문예진흥원 무용지원 심사위원회에 며칠 전 「건의문」이란 이름의 항의서 한통이 날아들었다. 이런 일은 일반사회에 흔히 있는 일이나 무용사회에는 처음 일이어서 충격이 컸었다.
사실 지원금 주변에는 불평의 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적은 돈을 나누어 주는 일이고 보면 이런 불평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모두들 만족시킬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다만 이번은 그 소리들을 뒤에서 하지 않고 「무협이사 조흥동」이라는 이름을 정면에 걸고 나섰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한마디로 무용사회가 이만큼 밝아졌다는 말도 되고, 선후배의 의리만으로 유지되던 시대는 지나고 실력으로 대결하는 새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떻든 건의서는 용어가 감정적이고 빗나간 곳도 있으나 내용을 요약하면 위원회가 선정한 네 사람 중 세 사람은 「권위」 자신들이며, 특정인의 데뷔공연을 돕는 인상이고, 이미 받은 사람이 또 받았고, 받고도 하지 못해 반환한 사람에게 왜 또 주느냐, 그리고 교육자에게 주어서는 안 되고, 한 사람도 제대로 뽑는 눈을 갖지 못한 「권위」들 9명씩이나 뭐 필요한가, 하는 것이 골자이다.
여기에 대하여 「권위」들의 이유는 또 당당하다. 애당초 위원회가 춤의 실력자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 속에서 받을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며, 한 번 받은 자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만들어지면 결국 실력없는 자가 단지 순번 때문에 받게되는 결과가 되어 지원금 설정목적에 위배된다는 것 등, 그래서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 공정한 것인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같은 것을 놓고도 서 있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특히 주관적인 예술의 경우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건의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동기이며, 그 내용은 아닐 것이다. 아량없고 양보없는 「권위」선배의 각박함에 호소하려는 것이 그 동기였다면 너무 쉽게 본 것일까?
어떻든 「권위」들은 이것을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권위」란 말은 때로는 아량의 대명사처럼도 쓰인다. 건의문을 낸 쪽도 그 정도에서 멈춤이 덕성일 것 같다. 왜냐하면 「건의」란 말은 뜻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월간 「춤」 197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