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오프 대학로의 중심’ ‘소극장 연극의 메카’ 등으로 알려진 연희단거리패의 게릴라극장이 폐관을 앞두고 있다. 새롭게 개관한 명륜동의 30스튜디오와 부산 기장군 일광의 가마골소극장의 개관을 앞두고 서울에 두 개의 소극장을 운영하기에는 역량이 모자란다고 판단하고 지난 10여 년간 혼과 땀을 담았던 게릴라극장을 매각하게 된 것이다. 매각을 결정한 후에는 연극인이 인수하여 전통을 이어가기를 고대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나는 게릴라극장을 누구보다 많이 지켜본 사람 중의 하나이다. 나는 게릴라극장보다 4년 전에 명륜동에 입주한 사람이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극장과 연극박물관 건립을 위해 전 재산을 투자하여 게릴라극장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땅과 건물을 매입했다. 원래 내가 매입한 건물은 지상 2층과 지하 1층이었는데 지하 1층에서 2004년 극단모시는사람들이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을 공연하면서 금방 대박의 문을 열었다. 이 지하 1층의 극장은 2,5 미터 정도의 높이와 여름철이 되면 이따금 물이 차는 열악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극장이 문을 열자마자 귀신에 들린 듯이 관객을 끌어 들였다. 100석 극장은 매일 매회 매진을 거듭했고 하루에 3~4회 공연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개관 후 3년간 유치한 관객 수가 10만을 상회했으며 이것이 명륜동에 오프 대학로의 극장가를 형성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모시는사람들의 대박공연이 없었다면 과연 게릴라극장이 대학로 한복판에서 변두리의 명륜동으로 이전을 결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로가 아닌 곳에도 작품만 좋으면 얼마든지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준 것이다. 그 후 명륜동에는 게릴라극장을 비롯하여 눈빛극장, 선돌극장, 나온시어터 등 10여 개의 소극장이 생겨나면서 대학로의 상업적, 비연극적 연극에 대항하는 오프 대학로의 지형도가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게릴라극장은 개관하자마자 오프 대학로 극장가의 지향점이 되었다. 당시 하나의 극단이 자체의 자금력으로 하나의 극장을 소유하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그런데 연희단거리패는 땅을 사서 극장을 건립하고 소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예술적으로 자립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2006년에 개관하여 10여년을 지속한 게릴라극장의 레퍼터리가 160여 개라는 것도 놀랍기 짝이 없고 그것이 한국 최고의 예술적 극단에서 생산되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러한 분투의 결과로 70여석에 불과한 소극장의 연극이 매년 국내의 연극상을 석권하고 끊임없이 해외공연을 감행해 왔다는 사실도 찬탄의 대상이 될 만하다.
이제 게릴라극장은 한국연극사의 현장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그 예술적, 경영적 전통은 그대로 연희단거리패의 30 스튜디오와 기장의 가마골소극장에서 더욱 영글어질 것이다. 30스튜디오는 게릴라극장보다 위치적으로 불리하지만 단원숙소와 카페를 완비한 건물에 들어가 있으며 5월에 개관하는 기장군 일광의 가마골소극장도 극단소유의 건물로 상당한 수의 객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게릴라극장의 폐관은 아쉽기는 하지만 연희단거리패의 재도약을 위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보아 성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