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혼자서 죽음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서 몇 나라의 국경을 뚫고 한국으로 온 10대 소녀 한송이 양이 미국 뉴욕에 갔다. 채널A 「잘살아보세」의 탈북소녀들의 든든한 오빠 최수종이 지난 1월 어느날 뜻밖의 E-mail을 받는다.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청년 조셉 킴입니다. 뉴욕에 오실 수 있을까요? 송이 양과 뉴욕에서 만나요.”
송이와 수종은 감격 속에 ‘뉴욕까지 초청해주셔서 놀랍고 고맙다’ 고 답신을 보낸다.
한국 오는 꿈도 못 꿨었는데 미국 뉴욕까지 가다니, 이건 말도 안 된다고 ‘기적’이라고 송이는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송이는 최수종 이상민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짐을 챙기고 여행에 필요한 요령을 익힌다.
두 오빠와 함께 뉴욕에 도착. 4박5일 일정을 세계적인 번화가 타임스퀘어에서 시작한다. 백두산 기슭 양강도에서 자란 송이에게 뉴욕은 별천지였다. 첫 번째 이벤트는 잘사는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 뉴욕스테이크로 배를 채우고 재래시장을 찾아서 랍스타를 포식했다. 오빠들은 10불짜리 한 조각 씩을, 송이는 랍스타 한 마리를 사줬다.
호텔창 밖으로 어두운 허드슨 강을 내다보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마 북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둘째 날. 초청해준 조셉 킴은 누구일까? 그의 집을 방문한다. 조셉 킴, 28세, 2006년 탈북, 미국으로 와서 후원인 하나 송(37, 북한인권단체 대표)씨를 만나고, 대학에서 정치철학, 국제관계학을 전공, 북한인권강연과 저서로 꽤 알려진 청년이었다.
둘은 같은 처지로 친남매처럼 마음을 털어 놓았다. 송이는 어렵게 가지고간 장군님 사탕, 평양라면, 들쭉술을 내 놓는다.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되새기는 귀한 물건들이다. 그리고 ‘김광진’이라 새겨 가지고 온 도장을 준다. 특별한 선물이었다. 조셉 킴의 본명은 김광진, 북한 회령출신, 꽃제비를 하다가 17세에 탈북, 미국으로 와서 흑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정착, 아버지는 사망.
송이와 만난 광진은 친누나 생각으로 가슴이 아프다. 엄마 대신 끔찍이도 보살피고 사랑해주던 봉숙이 누나는 팔려가고 소식을 모른다. 항상 누나는 가슴속에 남아있다.
조셉 킴은 일행의 권유로 누나를 찾는 영상편지를 보낸다. “누나, 광진이야. 새끼손가락 구부러진 것 보이지? 김봉숙 누나. 누나 생각에 마음이 가난한 적 없고, 다리 밑에서라도 누나가 깨워주는 꿈. 사랑해 누나! 고아라고 생각 안하고 열심히 살게….”
마지막 이벤트. 뉴욕 한식당 김훈이 셰프의 주선으로 송이의 스토리를 듣고 싶은 미국인과 교포들이 모였다.
미국인 남자의 질문 “북한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있나요?” 송이는 뭐라고 하나 약간 당황.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살려고 하는 투지와 정신이라고 대답. 공감하는 답변이었다.
송이의 적절한 예의와 기지가 놀라웠고, 모임을 뜻있게 마칠 수 있었다. 채널A 「잘살아보세」 100회 특집4부작, 2월18일 방송. 책임PD 정회욱, PD 박세진, 연출 김창범·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