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살롱

과학이란 무엇이며, 과학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과학이라는 말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종의 수식어가 되었지만 정작 과학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과학 연구는 대체로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차대전을 지나며 과학 연구는 점점 거대해져갔다. 핵무기 개발을 수행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이런 거대 과학의 대표적인 예다. 기초 과학 연구와 이에 기반한 기술 개발은 강력한 힘의 상징이 되어갔고, 자본에 여유를 가지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과학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학 연구는 사람들의 일상과 점점 멀어져갔다. 어찌 보면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류 역사 상 그 어느 때 보다도 과학 기술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학에 대중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가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처럼 우리 후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분야, 생물 다양성이나 생태학처럼 실용 연구와는 거리가 먼 분야들 보다는 무기 연구 같은 국방 분야나 경제적 이득이 높은 의약품 등의 분야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학 연구의 규모는 전례 없이 커졌지만, 흔히 기초 과학 분야로 불리는 곳에서는 여전히 자금과 사람이 부족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민과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해왔고 그 정의도 다양하지만, 대체로 비전문가인 과학자, 그러니까 대중에 의해 연구되는 과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세티엣홈(SETI@Home) 프로젝트’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던 ‘세티 프로젝트’는 미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소수의 고효율 컴퓨터에 의존하기 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세계의 유휴 컴퓨터를 연결하여 외계의 전파를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세티의 이러한 시도 이후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과학 분야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중이 참여하는 시민과학은 대표적으로 생태학이 있다. 영국에서는 2007년부터 ‘오팔(OPAL)’이라는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다. 영국 곳곳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집 주변의 정원, 흙, 연못 등에서 생물들을 찾아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약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은 생태계라는 것이 차를 타고 교외의 숲과 바다로 나가야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음을 알게 되고, 동시에 과학을 한다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는 삶의 태도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이처링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봄꽃지도를 만들거나 개구리 산란시기를 측정하는 일들이다. 한국의 시민과학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열악한 기초 과학 분야에 활력을 주기를 기대해 보고 있다. 이제는 취미로 ‘과학을 해봐야지’라는 다짐은 어떨까. 먼 훗날 언젠가 사람들이 자개소개서 취미란에 ‘과학’을 적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