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샤부샤부(しゃぶしゃぶ, shabu-shabu)는 끓는 국물에 얇게 썬 고기, 야채, 해물 등을 데쳐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일본 요리로, 어원은 ‘살짝 살짝’, ‘찰랑 찰랑’이라는 일본어 의태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샤부샤부’란 명칭은 1952년 오사카의 음식점 스에히로에서 이를 메뉴로 내놓을 때 처음 명명했다. 스에히로에서 샤부샤부를 시작한 계기는 여름철에 고기요리가 잘 팔리지 않은 대책의 일환이었는데, 현재는 쌀쌀한 계절에 먹는 거지만 당초 의도에서 보면 여름 음식이다. 일설에 의하면 샤부샤부는 타이에서 몽골로 전파되어 일본에서 현대적 요리로 발전하였다고 하는데 확실치 않다.
중국에는 샤부샤부와 거의 비슷한 ‘훠궈(火鍋)’가 있지만, 이는 재료를 오래 끓이는 탕이기 때문에 샤부샤부의 원조라고 할 수는 없다. 1980년대 이후 인기를 끌게 된 훠궈는 고기를 데치는 스타일을 수용해서 어디까지나 영향을 받은 정도이다. 우리는 ‘토렴’이라는 전통 음식 기법이 있는데, 토렴은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여 데우는 것이다. 이걸 샤부샤부의 원조라고 하여 어떤 식당은 토렴이라는 상호를 쓰는 곳도 있지만 참 황당한 얘기다. 한편 타이에서 몽골로 전파되어 징기스칸이 전쟁 중 투구에 야채와 양고기를 익혀 먹던 야전용 요리라는 이야기도 신빙성이 없다. 몽골 기병은 항상 솥을 지참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는 위키백과에 따른 얘기인데, 아무튼 샤부샤부는 명칭의 기원도 그렇고, 일본에서 발달된 음식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샤부샤부가 우리의 뛰어난 손맛 덕분에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우리 먹거리로 자리 잡아 탱자가 아니라 유자가 된 듯하다. 종로구 부암동에 상호가 사랑채를 뜻하는 ‘랑(廊)’에 국시와 만두란 말이 양옆에 붙어 있어, 통칭 ‘국시랑만두’라고 검색되는 집이 있다. 상호가 이러하니 웬 샤부샤부라고 할 수 있을 터이고, 먹으러 가도 만두나 국수 음식을 주문하기 십상이다. 물론 이 집은 상호에 걸맞게 만두전골, 국수전골도 좋지만, 샤부샤부가 어느 샤부샤부 전문집보다 아주 맛이 뛰어나다.
샤부샤부의 맛은 무엇보다 국물 즉 육수가 중요한데, 이 집의 육수는 달지도 짜지도 않고 담백하여 고기를 데쳐 먹고 국수나 죽을 끓여 먹을 때까지 육수의 풍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국수도 전문으로 하는 집답게 고기와 야채를 한껏 먹은 후에 끓여주는 삼색 국수(흰 국수, 비트의 붉은 국수, 부추의 초록 국수)는 별미가 아닐 수 없다. 밀가루가 안 맞는 사람은 고소하게 끓인 죽을 먹을 수도 있다. 밑반찬 중에 심심한 짠지와 깔끔한 양파와 양배추 절임은 봄철 입맛을 돋운다.
모든 음식을 포장할 수 있으나, 전날 빚어 냉동한 만두를 집에 가져가면 혼자만 먹은 샤부샤부의 미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으리라. 아울러 이 집 주인의 손맛은 물론이거니와 헤플 정도로 넉넉하게 손 큰 인심은 다시 찾게 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식사 전후에 백사실 계곡, 윤동주문학관, 청운문학도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건 그냥 덤이 아니다. 국시랑만두(02-395-4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