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살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낮은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권력의 얼굴은 허망하고 황망했다.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일관하던 ‘올림머리’에 대한 왈가왈부조차도 뉴스가 되는 이 시절에, 그를 따라 움직이던 한 사진가가 독특한 전시회를 열었다. 19일까지 서울 서소문로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성룡 전-오답노트: 특이한 점」이다.
김성룡(43)씨는 한 일간지의 사진기자로 19년 동안 현장을 뛰어왔다. 특히 지난 1년여는 청와대 사진기자단의 일원으로 경호원 다음 가는 위치에서 대통령을 보고 찍었다. 김 기자가 전시 제목으로 정한 ‘특이한 점’은 바로 이 대통령의 의전과 관련된 표식을 말한다. 수많은 행사와 모임 등에 참석하는 대통령이 서거나 앉아야 할 자리에 의전 팀은 미리 가로세로 5cm의 형광 반사판에 파란 점, 혹은 그 파란 점 안에 노란 점을 붙여두었다. 대통령은 그 점을 따라 움직였다. 김 기자는 대한민국 최고 의전(protocol)인 대통령 의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 점에 주목했다.
그분이 오시는 자리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점, 멀리서도 확 눈에 띄는 그 점을 보면서 김성룡 기자는 VIP의 운명을 생각했다. 그분이 지나가는 계단이며 꺾어지는 복도에 선으로 표시되는 형광 스티커는 오히려 경호에 위험 요소가 아닐까. 만에 하나 누군가 대통령을 해치고자 한다면 그 특이한 점은 죽음의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의전 팀과 경호 팀이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김 기자는 사물의 두 얼굴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찍지 않은 그 점 사진으로 그는 7회 일우사진상의 ‘올해의 특별한 작가’ 부문에 수상자가 되었다. 국제심사위원단의 한 명으로 참여한 독일의 사진전문 프로그램 디렉터 나딘 바쓰는 김성룡의 작품에 대해 “저널리스트의 진술로서 확장성이 커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평했다.
지난 달 1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그 수상 기념전인데 주제가 주제인 만큼 관람객 반응도 좋았다. 기존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의 묘미에 더해 그 점에 섰던 주인공의 실각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김성룡 씨는 ‘사진기자로서의 나’와 ‘사진가로서의 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오답노트’라는 표현에 담아냈다. “사진기자로서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과 사진가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늘 공존”하기에 그는 오늘도 사진기를 두 대 들고 다닌다. 신문에 실린 사진(정답) 외에 신문에 실리지 못한 사진(오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