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지금 국악계에, 좋은 연주자가 많다. 작곡까지 겸하면 활동영역을 넓히는 연주자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선뜻 ‘작가’라 부르는 걸 주저하게 된다. 작가라는 부르기엔 뭔가 결핍된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 작가란 기본적으로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작가란 시대를 읽어내야 한다. 지금 국악계에 유명하고 유능한 인력들이 꽤 많지만, 그들에게서 ‘작가정신’을 찾긴 어렵다.
그러나 윤주희는 작가다. 그녀는 세상과 사회를 볼 줄 안다. 이를 국악을 매개로 해서, 그것을 풀어낼 줄 안다. 그래서 윤주희는 작가다. 윤주희는 해금연주가로 출발해서 작곡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2년에 윤주희소우주앙상블을 결성했다. 윤주희는 소우주앙상블 연주가들과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란 작품을 만들어냈다. ‘위안부’라 불리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풀어낸 공연이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2012년에 첫 선을 보인 후, 2014년과 2016년을 거쳐서 이번에 보다 완성된 형태로 공연(3월11일 국립극장 달오름)을 했다. 국악계에서 이렇게 같은 주제와 형식의 공연을, 몇 해에 걸쳐 지속적으로 업그레드하면서 공연하는 경우도 드물다.
윤주희는 이번 작품에 기획, 구성, 연출은 물론이요, 작곡과 편곡, 연주까지 담당하고 있다. 작퓸의 기획에서 공연까지, 이렇게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울러 이런 것을 모두 ‘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인정하게 된다. 윤주희소우주앙상블 공연은, 첫째 스토리텔링에서 무리가 없고, 둘째 세련된 연주를 통해서 완성도가 높고, 셋째 장르와의 협연이 매끄러웠다는 점에서 높이 산다. 그리고 이런 작업의 구심점에 윤주희가 있었다.덧붙인다면 그녀의 캐스팅 능력도 겸비한 것 같다. 선우정아(보컬)와 한예리(배우)가 각각 객원보컬과 안무 및 탈북소녀 송이 뉴욕에 가다 흔쾌히 참여하면서 공연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윤주희는 어떻게 이런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었을까? 윤주희는 어떻게 명실상부한 ‘작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여느 해금연주자와 좀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국악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대학에선 실용음악을 택했다. 그녀는 문학과 영화에 늘 관심을 두었던 것 같고, 이런 장르와의 협업에 대해 열린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달의 노래」(2008년)가 출발이 된다. 20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문화부 주최, 국악방송 주관)에 입상하기도 한 이 곡은, 국악과 대중음악을 모두 포용하면서 또한 이 두 장르를 모두 벗어난 독자적인 느낌이 살아있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에도 이 노래가 등장을 하는데, 작품의 주제와 연관해서 더 큰 의미가 다가왔다.
윤주희가 만들어낸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서 큰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비평가적인 입장에서 지적을 하자면, 무언가를 너무 많이 채우려했다. 오히려 그것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스스로 채울 것이 더 많을 거다. 국악계의 그 누구도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한 작품을 젊은 아티스트의 개인의 열정과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에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