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지난해 4월6일 경기도 파주의 한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마친 평론가 박용구의 1주기를 맞이해서 그를 기리던 지인 몇분들이 뜻을 모아 ‘박용구를 기억하는 어깨동무 모둠잔치’란 이름으로 작은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4월6일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4시간에 걸쳐 박용구의 예술세계를 말하는 지인들의 회고담, 그리고 무용 음악등 추모하는 짧은 공연, 박용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 영상, 그의 저서와 육필 원고, 서예 작품들이 전시되는 복합적인 잔치를 펼칠 예정이다.
103세라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박용구는 변화 많은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거쳐오면서 시대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끈 선구적 지성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생을 매우 극적으로 살아온 흔치 않은 저항자요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온 창조적인 예술가였다. 1914년 7월2일 경상북도 풍기에서 태어난 박용구는 할아버지 때인 조선조말 혼란기에 정감록 비결을 신봉하던 서북서 살던 일련의 집단들이 십승지지였던 경상도 풍기를 찾아 정착하였다. 이 가문들은 경상도에 살면서도 평안도 말을 그대로 쓰고 고향음식을 그대로 먹으며 고향을 그리워 하며 자녀들을 평양으로 유학을 시켰다. 이와 유사한 집안들이 충청도 계룡산 신도안 경상남도 안의 등에 정착하였다.
박용구는 중학교는 당시 명문이던 평양고등보통학교(평고, 평2중)로 유학하였다. 당시 평양은 기독교 교세가 강하고 서구문화를 일찍 받아들여 매우 진취적이고 문화적으로 앞서갔다. 학교 다니던 중 광주학생사건의 영향으로 항일학생운동에 가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3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도쿄 소재)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그 뒤 일본고등음악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 당시 일본에서 저명 평론가 야마네 긴지가 이끄는 음악평론사의 기자로 활동한 후 전쟁이 나자 서울로 귀국했다. 서울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였던 강신명(姜信明)의 누이와 결혼했으며 서울에서는 동성실업학교 교사를 역임했고 신문지상에 음악평을 투고하였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평론활동을 전개하고 수려한 문장 날카로운 시각으로 문명사관에 입각한 비평활동을 활발히 했다. 음악가뿐 아니라 설정식, 김동석 등 월북한 문인들과도 깊은 교류를 갖고 매우 진보적인 인사들과 함께 현실 비판적인 글을 썼고 자연히 좌경된 인사들과 가까워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50년 낙화암에 유서를 남기고 일본으로 밀항 10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고 그때 일본 고마키 발레단에서 일을 해 생을 이어갔다. 그때 그는 무용, 연극에 깊은 조예를 갖게 되었다. 4·19 이후 귀국 한때 간첩 혐의로 옥고를 치르고 1967년 예그린 악단 단장으로 우리나라의 새 뮤지컬 ‘살짜기 옵서에’를 탄생시켰다.
민족사관을 갖고 있었고, 1948년 집필한 「음악과 현실」은 음악평론집의 고전이 되었다. 음악해설, 교과서 집필, 영화자막번역, 많은 무용대본, 연출. 그리고 「어깨동무라야 살아남는다」 는 문명비평서는 미래를 예견한 명저가 되었다. 멋쟁이였고 고고하게 살아온 박용구는 예술세계를 조명한 큰 비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