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국은미 (鞠銀美 / 숨무브먼트 예술감독)
김정명 (金正明 / 명지대 예술체육대 학장ㆍ한국몸학연구센터장)
조기숙 (趙起淑 / 발레ㆍ이화여대 교수, 한국소매틱연구교육원 원장)
조정희 (趙靜姬 / 블루토컴퍼니 예술감독)
조은경 (曺恩慶 / 본지 주간) [사회]


춤과 인간(마음)에 관한 관심이 ‘몸’에 대한 탐구로
조은경 _ 오늘 네 분 모시고 몸과 춤 예술 창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기숙 _ 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왜 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간단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작지만 저는 옛날에도 키가 굉장히 작았어요. 특히 발레를 하기에는 키가 너무 작았고, 대학에 들어가서 보니까 제 몸이 좀 불량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몸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메소드에 대한 방황도 많이 했어요. 내 몸이 잘 안 움직이니까, 이게 맞는 건가 싶었지요. 한편 예술은 자유라고 하는데, 저는 발레를 하면서 자유를 못 느끼겠는 거예요. 이건 자유가 아니라 속박이고, 규제고,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서 갈등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국 유학을 가서 여러 가지 메소드를 경험하게 된 거예요. 소매틱 계열의 휄든크라이스(Feldenkrais), 바디 마인드 센터링, 접촉즉흥춤 등을 하면서 몸이 얼마나 중요하고 몸을 잘 알고 잘 느끼고 잘 써야 되는지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게 됐고, 몸에 대해서 할 말이 참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오늘 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조정희 _ 안녕하세요. 저는 발레를 하는 조정희라고 합니다. 현재는 움직임디자인연구소에서 무용수들과 움직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고, 이화여대에서 ‘춤과 명상’이라는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몸에 대한 행복한 소통을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10년 정도 활동을 했어요. 클래식발레는 지켜야 하는 형식이 많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몸을 느끼기 보다는 해나가야 하는 역할이나 춤에 집중을 하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발레단 초년생일 때 고(故) 로이 토비어스(Roy Tobias) 예술감독께서 저에게 ‘발레리나는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에도 의미가 있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죠. 평소에도 제 몸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터라 그 말씀이 너무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발레단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자 하는 마음에 손가락 마디 발가락 마디마디에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공주 역할을 하더라도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나의 몸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발레단 10년 생활과 연결하여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스토리 보다는 몸움직임의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주로 안무해서 춤을 추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조기숙·김정명 교수를 만나면서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소매틱스(somatics)와 밀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학문적으로도 생각이 정립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체험한 것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국은미 _ 저는 ‘숨무브먼트’라는 무용단에서 2002년부터 계속 활동해오고 있는 무용수이자 안무자에요.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무용전공을 했는데요. 희한하게도 체조, 마셜 아츠, 피겨스케이팅 등 사람의 몸이 가지고 있는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좋았어요. 어릴 때 엄마랑 자주 가던 시장 부근에 현대무용 학원이 있었거든요. 꼭 가보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해서 무용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무용을 시작했어요. 춤과 몸에 대한 관심은 함께 시작되었고 대학 입시를 치르고 무용을 하면서 끊임없는 부상, 한계 등에 부딪히면서 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느끼게 된 거예요. 그리고 현대춤은 발레와 달리 보여지는 것보다는 존재감, 사람 자체를 좀 더 보고 싶어하는 게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존재를 좀 더 담아낼 수 있을까, 나를 어떻게 더 담을 수 있는지를 자꾸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찾게 된 게 무용의 테크닉에 있어서는 릴리스 테크닉이었고, 지금 제가 이해하는 몸학에서 가지고 있는 지점과 릴리스테크닉은 ‘불필요한 긴장의 완화’라는 점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 휄든크라이스를 만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춤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고, 지금도 쭉 그 분야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여기 함께 계신 김정명·조기숙 교수께서 소매틱을 연구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계속 공부해 가는데, 끝이 없습니다.
김정명 _ 몸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을까를 생각해보면,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닐리리 맘보」라는 춤을 추면 식구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본격적인 몸과의 인연은 중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하면서부터예요. 태권도를 아주 열심히 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체육학과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당시 강압적이고 이론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체육에 별로 재미를 못 느꼈어요. 체육과 무관했던 여러 과목을 들으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중 스포츠 경영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걸 경영학 교수에게 처음 듣고 스포츠 경영학,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 갔어요. 거기서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에 소매틱스(somatics)를 만났어요. 소매틱스를 만든 ‘토마스 하나(Thomas Hanna)’라는 분이 1983년에 OSU에서 열린 큰 컨퍼런스에서 주제강연을 하셨어요. 제목은 ‘Physical Education as Somatic Education: A Future Scenario’였고, 진정 몸을 만나는 교육의 의미에 대한 강연이었지요. 그러니까 껍데기 신체만의 교육인 ‘physical’ education은 문제가 있다, 이게 이제는 진정한 심신교육인 ‘몸학(somatics)’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의 컨퍼런스였어요. 그때까지 저는 스포츠를 통해 돈을 번다는 생각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이건 뭐지?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을 보면 운동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어요. 그걸 보면서 몸을 희생해서 외재적인 가치만 추구하던 우리가 그동안 뭘 좀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에 진행된 세미나에서 토마스 하나를 초청하셨던 클라인만 교수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 싶었지요. 그 교수가 현상학을 하시는 분인데, 댄서였기에 소매틱과 명상에 관심이 많으셨고 이런 인연으로 제가 그분 밑에서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올림픽을 계기로 1989년에 한국청소년연구원이라는 정부출연기관이 생겨서 거기에서 한 3년 근무했어요. 그때 소매틱 운동, 청소년들의 전인성 회복 운동을 했어요.
그리고는 명지대학교 체육학부에 근무하고 있고, 한 3년 전부터 예술체육대학의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 예술과 체육 분야가 공히 ‘소마(soma)의 논리’에 의해 예술지성을 기르는 특별한 학문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몸과 소매틱스의 중요성을 알리는 책도 하나 썼습니다. ‘예술지성’에 대한 영어 명칭을 ‘Artful Intelligence’라고 붙였어요. 그래서 AI에요. 앞으로 예술지성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서로 보완해갈 거라고 생각해요. 이세돌과 알파고처럼요. 제 사무실 바로 앞에 바둑학과가 있는데, 우리 학교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둑학과가 있어요. 아무튼 이런 저런 인연이 돼서 몸과 춤과 예술을 만나게 됐습니다.
조은경 _ 인공지능을 뜻하는 AI에 대해서는 다들 익숙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또 다른 AI인 ‘예술지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몸학이 청소년들의 전인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흥미롭고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차차 알아가게 되길 바랍니다. 먼저 몸학이 춤예술 창작에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춤추는 몸은 어떻게 다른가, 혹은 어떻게 같은가 의문이 들어요.
조기숙 _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질문을 해주시니 좋네요. 예술하는 사람들이 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은 몸 안에 창의성이 있어요. 그런데 무용예술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몸을 잘 모르거든요. 그런 얘길 하면 몸 얘기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듯 합니다.

창의적 춤은 몸에 대한 각성(감각을 깨우는 데)에서 출발
조은경 _ 익숙한 내용부터 먼저 들어볼까요?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춤 명상 수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주세요.
조정희 _ 조기숙 교수께서 처음 소매틱스를 기초로 그 과목을 개설하셨고, 제가 한 것은 약 3년 남짓 되었습니다. 무용과 교양수업으로 무용전공 학생들도 있지만 일반 학생들이 많아요. ‘춤과 명상’은 교양 과목인데, 춤이라는 것과 명상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괴리감이 크잖아요. 과목명에 대한 의문이 생겨서 오는 학생들도 있고, 명상을 하고 싶어서 온 학생들도 있고, 춤을 추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도 있고, 단지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온 학생들도 있어요. 굉장히 여러 이유로 강의를 신청합니다.
이 수업은 처음에 호흡법부터 시작해요. 자기가 평소에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느냐를 생각하고 느껴보는 시간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춤이라는 것은 호흡, 숨 쉬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숨을 더 크게 쉬고 내쉬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만히 있더라도 숨은 다 쉬고 있잖아요. 호흡과 더불어 움직임이 있는 몸짓 자체가 춤의 시작인거죠. 학생들의 90%는 ‘저는 몸치에요’라고 이야기를 해요. 제 역할은 학생들에게 특정 춤, 특정 명상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줄 뿐이에요. 처음에는 가만히 누워서 호흡을 해보는 것을 많이 어색해해요. 그 어색함이 반복 체험으로 쌓이면서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알아가는 것 같아요. 몸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더니 어느 순간에 춤을 추게 되더라고요. 기말고사 때는 팀플(team play)을 하는데, 그때 보면 몸치라고 했던 학생들이 제가 놀랄 정도로 춤을 잘 춰요.
춤과 명상이라는 수업이 타이틀만 보면 춤도 춰야 될 것 같고 명상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몸을 통해서요. 처음에는 춤에 대한 관심도 없고 움직임 자체를 꺼려했던 학생들이 춤과 명상 수업을 다 듣고 나면 자기 몸을 조금이나마 인지하게 되면서 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정말 자기 몸에 대한 생각이 없던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알게 되는 거죠. 저 역시도 그랬고, 무용하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춤을 춘다고 해서 몸을 다 아는 게 아니더라고요. 작은 움직임, 사소한 동작에서 스스로 자기 몸을 인지하다 보면 그게 춤이 되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통해서 명상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춤과 명상’이라는 수업이 일반인들한테는 자기 몸을 조금이나마 알게 하는, 내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과목이에요. 저도 이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몸의 소중함을 다시금 배우는 수업이에요.
김정명 _ 저는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소매틱스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한다는 것에 놀라서 조기숙 교수께 찾아갔어요. 대화 속에서 소매틱의 공감대인 각성(awareness)의 문제를 몸의 움직임과 함께 풀어나가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소매틱스를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20년 전인 1997년에 ‘교양단전호흡’이라는 교양수업을 만들었어요. 단전호흡 수업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움직임을 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다르게 느끼기를 바랐어요. 한 마디로 자신만의 ‘몸길 찾기’라고 하거든요. 그동안에 체육이나 발레에서는 정해진 형식을 찾아 움직이는 교육이 일반적이었어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다만 그걸 하는 과정에서 숨어있는 것들, 창의성 등의 틈새 길을 놓치는 위험을 말하는 거죠. 그건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몸 또는 그 움직임에 몰입하는 순간 탁 터지는 건데, 같은 형식이라도 정말로 우아하고, 춤추는 사람들도 거기에서 아주 깊은 맛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춤추는 사람들이 아니고 집단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도 그런 걸 조금 맛보면서 ‘이거 뭐야?’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지난번 「서울시민몸축제」 때, 우리 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그런 걸 경험해볼 수 있게 하려고 축제에 보냈어요. 감각 깨우기 등을 경험시키고, 창의성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거죠.
조기숙 _ 저는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했어요. 그때 친구가 로얄발레스쿨의 시니어 티쳐라서 거기에 여러 번 가봤어요. 로얄발레시니어스쿨은 로얄발레단과 같이 있어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학생들이 발레를 하는데, 뭔가 한국 학생들과는 무척 달라요. 한국 학생들은 뛰고 돌고 하는 건 잘하는데 뭔가 2~3% 부족해요. 그게 뭔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제가 소매틱스를 하고 몸을 찾아 헤매다 보니까 그게 뭔지 알겠는 거예요. 발레에서 제일 낮은 단계는 근육의 힘으로 동작을 하는 거거든요. 근데 더 높은 단계에서는 몸이 주인이 돼서 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몸 사용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자신이 몸의 주체가 돼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어서 모르는 거예요. 그냥 따라하니까요. 억지로 턴 아웃을 만들어서 하니까 어딘가 막혀서 긴장되어 있는 거죠.
‘몸 사용을 어떻게 하는 게 잘 하는 건가?’ 제 개인의 깨달음인데, 저는 몸 안에 공간을 만드는 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워서 쉬는 것은 중력을 받고 몸을 펴는 것, 몸에 공간 만드는 것이에요. 발레가 우리에게 주는 굉장한 가르침이 있는데, 동작만 따라하느라 그 귀한 원리를 놓친 거예요. 예를 들어 서 있을 때 발은 바닥에 뿌리를 내려 박고 중력과 항력이 균형을 잡으면서 직립을 할 수 있는데, 풀업은 직립을 최대한 하는 거거든요. 박고 뻗는 건데, 이는 몸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다른 예로, 발레에서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턴아웃은 골반에서부터 되는 건데, 골반과 고관절이 만나서 공간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고요함이 생기고 자유가 생겨요. 이게 ‘프리퍼레이션(preparation)’이에요. 이게 되면 턴아웃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똑바로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안 된 상태에서 억지로 시키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몸을 잘 쓴다는 것은 몸 안에 공간을 만들고 어느 부분에 중력을 받아야 되는지, 어느 부분을 끌어올려야 되는지, 그걸 디테일하게 몸으로 터득하는 거에요. 그걸 설명해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고 억지로 시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뛰고 돌고 억지로 훈련은 하는데 뭔가 덜 된 거예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아무리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해도, 외국 학생들이 더 빛나 보이는 거예요.
영국에서 공부할 때 보니까 거기 학생들은 몸의 감각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절로 딱 되는 무용수는 그것을 설명하지 못해요. 저는 안 되는 몸 가지고 오랜 기간에 걸쳐 터득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소매틱스 하면 발레하는 사람이 전공을 바꿔서 한다고 생각하는데, 소매틱스는 자기가 하는 춤을 더 잘 추게 하고, 춤추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몸을 잘 써서 몸과 마음을 성장하게 하는 거거든요. 몸만 잘 봐도 몸 안에 민주주의가 있고 창의성이 다 있어요. 몸이 예술의 보고에요. 몸만 알아도 춤이 나오는 거예요. 몸 안에 무궁무진한 창의성이 있다는 것을 소매틱스를 알게 된 이후에 훨씬 더 명료하게 알게 됐어요. 내가 내 예술의 주인이 돼서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 그것에 대해서 인식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김정명 _ 그래서 ‘몸 길 찾기’에서 제일 핵심이 지금 말씀하신 이완이에요.
조기숙 _ 춤을 잘 추는지 못 추는지 보려면 몸이 얼마나 이완되어 있고 자유롭게 움직이는가, 막히는 것 없이 부드럽게 뚫리는가 보는 거예요.
조은경 _ 국은미 안무가의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원이 무대 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공연 보러 가면 깜짝 놀라는 게 판토마임 내지는 연극, 오브제만 등장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의 작품을 좀 설명해주세요.
국은미 _ 춤이라고 하면 너무 당연하게 몸과 마음이 하나고, 재료가 되는 나 전체이기 때문에 쓰임을 잘 알아야 해요. 항상 변화하고 있는 전체로서의 나를 알아차리는 작업이 춤일 텐데요. 이 자리에서 제 춤에 소매틱적 접근, 휄든크라이스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조금 더 몸을 지각하고 인지하고, 알아차리는 방법으로 간 것 이죠.
우리가 지금 몸을 대하는 관점을 보면, 특히 예술로서의 춤, 공연을 전제로한 움직임과 그 교육현장에선 보여지기 위한 ‘형식’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어요. 입시교육에서는 더더욱 해내야하는 목표지향적인 움직임이 주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움직일 때는 ‘감각’이란 부분이 늘 함께해요.저는 리허설이나 움직임이 창작되고있는 연습실에서의 생동감있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무대위에서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보여지기위한, 특히 해내야 하는 긴장감과 목표지향적인 움직임에서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몸안의 변화들 , 미세한 흐름들, 마음의 상태, 의도 등이 왜곡될 수 있거든요. 교육현장에서도 ‘주어진 프레이즈들과 이상적인 움직임들을 ’열심히 한다, 해낸다‘는 목적아래에서만 하다보면 생명체로서 저희 움직임의 기제에 순환되어야 하는 ’감각‘이란 부분이 상실될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감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계속 연습을 하게 된다는 거죠.
또 하나는 구조적으로 볼 때, 몸에 대한 해부학적인 지식이 너무 춤과 동떨어져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휄든크라이스를 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이해했어요. 휄든크라이스에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의 범위에서 천천히 여유를 갖고 주의를 기울여서 움직임을 알아보도록 합니다. 나의 의도를 나의 전체가 어떻게 수행하게 되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긴장은 내려놓게 되는 것이죠. 이스라엘의 과학자이자 유도 유단자이셨던 휄든크라이스가 정교하게 디자인해 놓으신 움직임의 방식들이 있어요. 움직임에 있어서의 중력과의 관계, 아기의 발달과정들이 포함된 방식들입니다. 내가 몸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시간인데요. ‘감각’, 알아차린다는건 움직임에 있어서 무궁무진한 시작과 끝이에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춤에서도 계속적으로 유기적인 움직임들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대학에서 무용 테크닉 수업을 하고, 밖에서는 ‘몸/춤’이라는 방법을 가지고 춤을 가르쳐요. 테크닉 수업을 하면서도 왜 움직이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여유있게 감각을 함께 강조하고 있고, 학생들은 무용수로서, 정형화된 움직임이 가지고 있는 공간, 여러 방향, 복잡한 패턴과 리듬등을 소화 해내야 합니다. 너무 한쪽으로 치중되면 문제이겠지요. 그런데 원래 함께 인걸요. 몸에 대한 감각을 나름대로 익히면서 복잡한 패턴들을 해나가야 하니까 그 수업을 이끌어가는게 저한테는 호기심도 있고 도전적인 일이에요.
‘몸/춤’은 휄든크라이스와 즉흥춤이 함께 있어요. 저희 숨무브먼트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하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겼고 개발되는 중입니다. 휄든크라이스의 자각을 위한 움직임을 하고 나서 즉흥춤을 추게되는 방식입니다. 자연스럽게 접촉즉흥까지 가게되지요. 수업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물리치료사도 있고, 연극하는 사람도 있고, 무용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원도 있어요. 그들이 움직임이라는 툴로 만나는 시간이죠. 그런데 각 분야에서 자신들이 경험하는 일을 이야기해주는데 참 재미있어요. 움직임을 배우고 나서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작업이 더 잘 된다고 해요. 또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면서 몸이 부드러워지고, 회사에서 상사가 뭐라고 해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해요.(웃음) 그 전에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이 부드러워지기 전에는 잘 안 된 거죠. 그런데 이런 변화는 몸으로 오는 거라서 뭐라고 설명을 못 하시겠대요.
저 역시 창작적으로도 일단은 몸이 편해지고 무용수로서 가지고 있던 통증이나 부상을 스스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니까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무한한 가능성을 더 믿고 찾게되었죠. 또 무용수들과 같이 작업을 할 때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게 되어 훨씬 깊게 만날 수 있다고 느껴요. 적어도,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서로를 다치게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고…, 그러니까 더 좋은 방식을 찾아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좋습니다.
조은경 _ 수업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 건가요?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아요.
국은미 _ 수업은 월요일에는 휄든크라이스 수업, 토요일은 몸/춤 이렇게 있는데요. 몸/춤에서는 휄든크라이스와 즉흥을 반반씩 해요. 전체 세 시간 수업인데, 앞의 한 시간 반은 휄든크라이스 수업이에요. 그 안에는 항상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요.

‘몸’을 통해 깨달음을 체험하고 세상과 하나되다
김정명 _ 소매틱스 자체는 우리가 서구에서 배운 거지만, 원류로 볼 때는 동양적인 바탕이 있거든요. 돌아가신 김기인 교수께서 옛날에 제가 명지대 근처에 살 때 우리 동네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그분 춤을 보면서 ‘저거다’하는 느낌을 가졌어요. 김기인 교수는 명상적인 수련을 하면서 ‘스스로 춤’이라고 해서 나름 정말 소매틱적인 것을 하셨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에, 언니인 김기선 선생님이 독일에서 귀국하셔서 춤추는 분들을 위해서 애를 많이 쓰고 계세요. 모임에도 주기적으로 나오시고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고 계세요. 원래 철학을 하시는데 몸으로 돌아오셔서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주 오는 타말파의 소토 교수가 항상 하는 말이 ‘소매틱스는 너네 거다’라는 거예요. 동양적인 요소가 많다는 거죠. 아무튼 지금까지 제가 우리나라에 자신 있게 소개하는 외국 소매틱 전통은 ‘알렉산더테크닉’, ‘휄든크라이스’, ‘타말파,’ 그리고 토마스 하나의 소매틱 교육인 HSE(Hanna Somatic Education)이에요. 참고로 타말파는 미국에 있는 산 이름이에요. 이밖에도 이들에게서 파생된 다양한 전통(modality)들이 제가 아는 것만도 십여 개가 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자체가 아니라 소매틱적 구현이라고 봅니다.
조은경 _ ‘각성’, ‘알아차리기’는 요즘 많이 듣고 있어요. ‘알아차림’이나 ‘인지’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조기숙 _ 저는 한국에 와서 이대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소매틱스에 대해서 아무도 몰라서 너무 외로운 거예요. 알렉산더는 제가 외국에서 춤으로 좀 해봤는데 그것도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김정명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이 분야에 내공이 깊은 분이라 제가 선배님을 제대로 만난 거죠. 선생님께서 늘 우리를 돌봐 주셔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몸에 대한 것을 사실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책으로 배울 수도 없잖아요. 직접 자기 몸으로 체험을 해봐야 하는데요. 이건 책으로 안 되고 머리로 안 되는데, 제가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뻥 뚫리는 경험을 했거든요. 뚫리고 나서 얼마나 행복한지, 아무것도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몸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 표정이 달라지고 즐거워지죠. 몸에 대해서 자기가 뻥 터진다는 건 길이 열리는 거거든요. 길이 터지고 열리면 행복한 거고, 몸에 대해서 뚫리면 나로 끝나지 않고 자아를 초월할 수 있고, 자연 세계와도 교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몸으로 한 번 뚫리고 깨달으면 그 사람은 절대 교만할 수가 없는 게, 몸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바뀌거든요. 자기가 잘난 척하며 교만하면 몸은 또 금방 변하거든요. 그래서 몸에 대한 깨달음은 자랑하는 게 아니고 공유하며 성찰하는 거예요. 그렇게 뻥 뚫리니까 너무 행복하고, 산에 들어가서 도 닦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런 깊은 맛이 있어서 다 버리고 갈 수 있구나 싶어요. 오히려 나는 지금도 많이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두 번째는, 몸학이라고는 하는데, 기존에 몸에 관해서는 의학이나 생리학 쪽에서만 다뤘잖아요. 그런데 19세기가 돼서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몸에 대한 담론이 들어가면서 몸에 관한 정보가 범람을 하니까 일반인들은 어떤 게 진짜인지 더 복잡하고 모르게 된 거예요. 몸이나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한 마디씩 하는대 정작 몸에 대한 이해는 더 어려운 시대가 된 거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어로 얘기하면, ‘에너제틱 바디’, 우리말로 하면 ‘생기의 몸’이라는 거예요. 세상이 복잡하고 힘드니까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몸도 안 좋고 아프고 그러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몸은 감사하게 생명의 기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생기의 몸을 갖고 다시 생명의 기운을 찾아서 세상에 나가서 진화를 위해 자기 역할을 하고 자기 발언을 하는데, 그건 누가 뭐래도 자기가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단, 몸이 뻥 뚫려야 생기의 몸을 만들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몸을 잊고 살면서 생기가 막혀버린 거예요. 생기의 몸을 찾는 게 소매틱스라고 생각해요.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사람은 죽지만, 누구는 스스로 살아나서 또 세상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너무 칙칙하고 어두운 춤을 추거나 몸을 쓰는 방법을 모르고 감정으로 치유하는 것은 조금 경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치유나 치료는 일정한 단계에서는 필요하지만, 칙칙하고 어둡고 눌려있는 춤은 크게 보면 생기를 생성하지 못하지요. 생기의 몸은 에너지가 좋고, 칙칙하지도 않고 산소같이 주변에 맑은 기운을 주지요.
그리고 춤은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냥 저절로 드러나는 거고 저절로 되는 거예요. 춤을 잘 추겠다는 마음을 다 내려놓아도,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인 몸공부를(somatic learning) 통해 춤이 저절로 되요. 그리고 두 명 이상 관계 맺기를 하면 듀엣, 군무가 되고요.
김정명 _ 1960년대에 나온 「바디 일렉트릭」이라는 책이 있는데, 우리 몸을 전기(電氣)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몸에 대한 이해가 거의 다 먹는 것, 살 빼는 것, 건강에 관련된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사실 몸은 무엇보다 주체적인 체험이거든요. 우리가 뭘 먹으면 대사 작용을 거쳐서 배고픔이 없어지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이런 대사작용이 일어나기 전에 배고픔은 사라집니다. 배가 차지도 않았는데 배고픔이 없어지는 게 바로 ‘기(氣)’ 때문이에요. 생리적인 몸은 이 기운(氣運)과 연결돼있는데 비만 클리닉 하는 사람들 보면 계속 신체적인 작용만 생각해서 안 먹고 트레드밀 위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운동만 열심이지요. 그런데 요요현상을 막을 길은 없어요. 기운의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지요. 좀 먹어도 괜찮아요. 우리가 옛날에는 몸에 대해 ‘기운체’로서의 이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물질대상으로서의 몸만을 찾다가 그걸 놔버렸어요. 다시 우리 자신의 몸이 주체적‘기운체’라는 것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게 바로 소매틱스와 연결되어 있어요. 기운은 무엇보다 직접체험에 의해서 발현하지요. 이 때 보다 과학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체험하는 거예요.
국은미 _ 수업시간에도 화면을 보면서 러닝머신에서 뛰는 걸 많이 얘기하는데, 그건 몸과 마음이 분리된 채 몸을 움직이는 거예요. 우리는 움직임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움직임은 천천히 할 수 있으면 내가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니까 그 예를 들어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조기숙 _ 예를 들면 우리 몸이 경계가 있고, 나만의 고유한 몸이잖아요. 그렇지만 동시에 나만의 몸이 아니라 세상과 통하고 있어요. 우리가 먹으면 나오고, 공기는 늘 들어가죠. 그리고 코, 입, 땀구멍을 막으면 숨을 못 쉬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늘 통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나이기도 하지만, 우주의 일부이기도 하고 같이 가는 거거든요.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내 폐가 독자적인 독립구조를 가지고 움직이고 역할을 하지만, 폐의 입장에서 보면 폐가 전체지만 몸의 시각에서 보면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폐 입장에서 이가 아프면 내 일이 아니니까 몰라, 이게 아니고 몸 전체 시각에서 보면 이가 아픈 게 폐한테도 큰일이거든요. 그러니까 큰 시각에서 보면 우주 저편에 우리가 모르는 애들이 아프고, 모르는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도 몸에 대한 이해를 하면 나한테 아픔으로 다가오는 거거든요. 그게 어떻게 남의 문제겠어요? 몸에 대한 이런 이해를 하면 진짜 농담이 아니라 가슴에 세상을 품는다는 말이 뭔지 감이 오는 거예요. 남의 일이 아니라, 나만이 나고 내 새끼만 나라는 생각에서 초월하게 되는 게, 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주적인 이해를 하기 때문이에요. 몸을 이해하는 것 이상 그런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있을까요? 머리로 이해해서 될까 싶을 정도로 몸은 우리한테 주는 게 크다는 거죠.
김정명 _ 머리도 몸은 몸이니까요.(웃음) 몸이 유한과 무한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바로 그런 상태죠. 지난번 댄스포스트코리아에서 소매틱스를 소개해달라고 해서 몸에 전체성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표현을 했어요. 공통점이 뭐냐고 묻길래 몸학, 소매틱스의 공통점은 각성 훈련 등과도 다 통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몸’은 도구나 대상이 아닌 춤 예술의 주체
조은경 _ 그럼 춤 예술에서 몸은 어떤 건가요? 왜 몸인가요?
조정희 _ ‘춤 예술에서 몸’, 왜 몸일까요? 굉장히 거창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원초적으로, 아주 태초로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돌아가 보면 손가락 한 마디, 발가락, 머리카락조차도 내 몸의 일부잖아요. 그것들이 결국은 춤 예술에서 몸 전체적인 것이죠. 똑같은 인간이어도 굉장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몸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발레를 예로 들면, 주입식 교육이거나 형식이 갖춰진 것이지만, 그 속에서도 저는 자기 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춤 예술이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수준 면에서도 그렇지만 표현 면에 있어서도 그냥 틀에 박힌 게 것이 있을 수 있고, 독창적인 게 있을 수 있어요. 물론 발레는 테크닉이 중요하기 때문에 테크닉을 연마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똑같이 아라베스크를 하더라도, 내 몸을 인지하고 아라베스크를 하는 것과 그냥 일률적으로 교육받은 걸로 아라베스크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발레 『심청』을 예로 들면, 심청은 우리 이야기지만 서양의 춤인 발레로 표현하는 거죠. 심청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서 모든 주역들이 똑같은 테크닉을 구사하지만(주어진 스텝이 있으니까), 각 주역들의 몸에 체화된 몸짓은 다 다르며 표정 또한 다릅니다. 똑같이 아라베스크를 해도 어디를 보고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에 따라서, 또 사람에 따라, 몸과 얼굴 표정에 따라 표현이 굉장히 다르게 되거든요. 똑같은 심청이고, 똑같은 오로라 공주일 것 같지만, 내 손과 내 다리와 내 몸 스스로를 인지하고 동작을 하게 되면 똑같은 아라베스크를 하더라도 관객이 그걸 받아들일 때는 굉장히 다른 아라베스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독창성이죠. 그래서 관객들 중에서 각 주역마다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다름을 보고 싶어서. 또 춤 예술에 있어서의 몸은 말로서 솔직하자고 해서 솔직해지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몸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인지함으로 인해서 몸에 대한 표현의 솔직함이 시각화되어 드러나게 될 때 관객이 감동을 느끼고 소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기숙 _ 조정희 박사와 둘이서 공동 연구로 춤추는 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해서 논문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연구 내용이 크게 세 가지였어요. 춤추는 몸에 대해서 클래식 발레 쪽에서는 테크닉을 드러내는 도구로 생각하는 거죠. 이를테면 팽이를 돌릴 때 채찍질을 하면 계속 도는 것처럼 발레 마스터가 막대기를 들고 발레리나를 돌게 훈련을 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 무용수의 성과는 다 마스터나 안무가한테 가는 거지 무용수를 예술가라고 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기량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무용수도 그런 식으로 다뤘던 거예요.
그 다음에 현대무용에서는 무용수 내면의 마음을 표현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이사도라 덩컨, 마리 비그만 등등 미국은 미국대로, 독일은 독일대로 표현주의가 우세했던 거예요. 그런데 이게 나중에 포스트모던주의자들한테 얻어맞아요. 그 이유가 뭐냐면, 마음을 표현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마음은 어디 있느냐, 뭘 표현하느냐,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발상 역시도 이분법적인 잔재라는 거예요. 포스트모던에서 주장하는 것은 몸 그 자체가 주체라는 거예요. 니체도 ‘몸이 바로 나’라고 얘기했잖아요. 니체는 ‘춤추지 않는 신은 믿지 않는다’, ‘춤 자체가 대단히 거대한 지성’이라는 주옥같은 말을 남겼는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그냥 춤을 추면 표현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기 모던과 포스트모던을 연결한 다리 역할을 한 발란신이 표현주의를 굉장히 비판했어요. 표현을 하려고 하면 마음이 있어야 되는데 마음은 어디 있느냐는 문제제기이요.
그러면 포스트모던에서는 춤추는 몸을 어떻게 보느냐, 그것 자체를 주체로 보는 거예요. 춤추는 몸에서 뭔가를 재현하거나 표현할 필요 없이, 춤추는 몸 자체에 무용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을 해석하는 철학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그냥 춤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칫 잘못 하면 예술을 위한 예술로 오해될 수 있어요. 무용수 자체가 주체이기 때문에 모던에서는 안무가와 무용수의 관계에 위계질서가 있었는데, 포스트모던에서는 춤추는 무용수가 제일 중요해요. 무용수가 직접 무용할 때 관객과 어떻게 만났느냐가 중요하지, 그 뒤의 안무가가 중요하지 않고, 또한 안무가와 무용수가 동일인인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포스트모던에서는 춤추는 몸은 예술의 주인이자 주체에요. 자발적으로 느끼면서 춤추는 사람이 최고라는 거죠. 그리고 뭔가 표현을 안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휄든크라이스에서 뭔가를 하는데 스토리가 뭐냐는 촌스러운 얘기를 안 하듯이 어떤 표현을 했는지 묻지 않거든요. 춤을 보면 무용수의 철학과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드러나는 거죠. 우리가 같이 연구한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조정희 _ 춤 예술에 있어서 몸은 정해진 답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김정명 _ 타자의 시선을 위해서 움직이는 몸과 내 안에서 움직이며 느끼는 몸이라는 게 다르잖아요. 다르지만 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움직임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몸의 개별성, 개체성을 보면, 몸은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요. 예를 들어서 영지주의에서는 영혼과 육체의 분리가 굉장히 심했어요. 기독교에서는 교회가 그걸 봉합하면서 영육의 분리를 주장하는 게 이단이 돼요. 몸을 영혼이나 정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전통이 고대부터 있었고, 특히 데카르트 이후에 그게 아주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해서 몸을 완전히 수단화, 대상화합니다. 이분법적으로 ‘정신’, ‘영혼’이 되는 거예요. 몸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런 부분을 부정하죠.
몸학에 기초해서는 대상으로서 몸을 볼 것인가? 타자의 시선에 갇힌 몸도 사실은 대상으로서의 몸이에요. 이걸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주체로서의 움직임을 계속 할 것인가? 사실 그 안에 정신적인 것, 인지적인 것, 감성적인 것이 다 뭉뚱그려 들어있는 거거든요. 그 부분을 학문계에서 많이 놓치고 있다가 지금 진화생물학을 하는 에드워드 윌슨 같은 사람들이 이제 생물학에서 개체적, 자연과학적인 것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고 하면서 대통합을 외쳤어요. 그런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훨씬 전인 1960~70년대부터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생물학자나 자연과학도들 입에서 나왔다는 게 좀 충격인데, 사실 그 전부터 몸으로 뭘 하는 사람들한테는 모든 게 다 융합이고 체험이었죠.
국은미 _ 휄든크라이스 쪽의 언어로 우리는 ‘패턴’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이 사람은 몸을 쓰는 데에 있어서 이런 패턴으로 움직이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이게 맞고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뭐가 다른가를 보는 거죠. 초등학교 1, 2학년이 봐도 ‘여기가 움직여요’, ‘길어요’, ‘짧아요’, ‘여기가 가까워져요’, 이런 식으로 구별해낼 수 있어요. 보이는 것들이 어떻게 다른지 정말 해보는 거죠. 남의 패턴으로 나도 한 번 해보는 방식인 거예요. 그런 걸 해보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패턴이 내가 취한 일시적인 나의 습관적인 패턴이지, 그게 정말 효율적으로 좋아서 가지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하면서 내 패턴이 바뀌는 걸 알아차려요. 움직임을 통해서 그런 학습이 가능하다는 게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몸학’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것
조은경 _ 그렇게 내 몸에 집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건가요?
국은미 _ 전체적인 변화라서 그리고 많은 피드백들이 정말 다양해서 정말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네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글을 쓰시던 분은 글을 더 잘 쓰시게 되었구요.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니까요. 회사내에서의 인간관계도 원활해지셨다고 하시기도 하고요. 두통이 심해서 오셨다가 통증이 완화가 되시기도 하고요. 약장사같지만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요. 몸이 가지고 있는 똑똑함, 생명력이 회복되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도 함께 변하게 되죠. 내가 보는 빨간색이 좀 달리 보이기도 하고, 정말 같이 있다는 공감의 느낌이 새롭게 일어나요. 그런데 그 시작은 정말 단순한 ‘자각’이란 게 대단하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할까요? 휄든크라이스의 말씀을 인용하면,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면, 당신이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고 하셨지요.
조정희 _ 제 수업과도 연결이 되는데, 생활습관과도 관계될 수 있어요. 몸에 집중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더라고요. 특히 요즘 몸에 대한 메소드가 많은데, 뭔가 하는 체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것 같아요. 그냥 보이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쉽게 다가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아이들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딱 봤을 때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거죠.
제 학생들의 경우에도 자신은 편하다고 누워 있는데 보면 몸이 삐뚤어져 있어요. 그렇게 삐뚤어져 있는 건 습관화된 자세이고, 올바른 자세가 아닌 거예요. 그래서 한 번씩 서로 몸을 정렬해주는 시간을 가져요. 그렇게 해줄 때 어색한데 학생들이 그게 왜 좋으냐고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어색하지만 습관화된 걸 똑바로 하면 잠자던 내 몸들을 깨우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삐뚤어진 게 자기가 편할 뿐이지 올바른 게 아니죠. 편하다는 게 그냥 습관이 돼서 늘 해왔던 거니까 그것에 대한 편함인 거지, 실제로 내 몸이 편하진 않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좀 삐뚤어져 있는 걸 바로 하면 수축된 몸이 이완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몸으로 저한테 보여주더라고요. 끝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똑바로 누워있는 게 익숙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솔직하게 다가가고 자기 몸이 원하는 걸 알아차리고 인지하게 되는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몸을 정렬해주다 보면 어느 순간에 우리가 처음 보는 사람인데 굉장히 친한 사람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의 몸에 집중해서 몸을 인지하게 되면 많은 변화가 생겨나더라고요. 몸과 몸이 만나는 데에는 정말 신비로움이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조은경 _ 사람이 변하는 데에는 세 가지 외에는 없다고 들었어요. 하나는 사는 곳을 바꾸든가, 생활하는 시간을 바꾸든가, 세 번째는 친구, 만남을 바꾸든가. 그런데 내 몸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변화의 방법이 되는 거군요.
국은미 _ 휄든크라이스가 주장하셨던 말씀 중에 저한테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함께 기억되는 문구가 있어요. 1995년도에 쓴 제 석사 논문이 「창작무용 학습이 청소년기 자아 개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에요. 금란여중에서 창작무용을 가르치면서 실험논문을 썼는데, 거기에 휄든크라이스 말을 인용한 거예요. 그때 1995년도는 머리로 쓸 때라….(웃음) 몸과 마음의 연결, 자아정체감과 움직임을 연결시키려고 하면서 찾아서 읽은 책이 휄든크라이스 책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저는 열심히 작품활동하고 춤을 추느라 제 논문을 들춰보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아마 인용구도 잊었었나봐요. 2012년도에 제가 휄든크라이스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우연히 제 논문을 읽었어요. 그리고 이 문구를 발견하고 너무 신기해서 제 논문을 심사하신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선생님, 제가 요즘 휄든크라이스를 하고 있는데, 1995년도에 논문 쓸 때 휄든크라이스의 말을 인용했더라고요’라고 이야기했어요.(웃음) 그때 인용한 휄든크라이스의 말이 ‘생각, 움직임, 감각, 느낌 이 네 가지가 동떨어진 순간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어요. 어떤 순간에도 항상 이 네 가지가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거죠. 수업시간에 들어오면 ‘어떠세요?’ 하고 물어보는데, 그게 느낌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고, 몸의 편안함일 수도 있고 정말 다른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편안하다고 해도 정말 몸이 편한 건지 습관적으로 익숙해서 편안한 건지 그런 차이점도 있어요.
김정명 _ 말씀하신 것 가운데 ‘다름’이 중요합니다. 휄든크라이스의 업적 가운데 FI(Functional Integration) 만큼 다름(Differentiation) 찾기를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다름’, 그러니까 몸이 다 다르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움직임 속에서 평소와 다름을 계속 찾아나가고 발견하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예를 들어서 알렉산더테크닉 같은 경우도 움직임에서 ‘자제심’(inhibition)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습관적 움직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임의 과정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이 그거죠. 이게 몸학 서클의 훈련핵심으로 발전된 듯합니다.
알렉산더는 호주에서 셰익스피어 연극배우였어요. 서양에서는 그 사람이 공식적으로 몸학교육을 시작한 거예요. 알렉산더가 영국에도 영향을 주고, 체험으로서의 예술을 주장한 미국의 존 듀이 등 다양한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존 듀이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공부했고, 그의 영향으로 과정 중심의 교육 철학도 나온 거예요. 우리에게 소개가 많이 안 돼서 그렇지, 알렉산더와 휄든크라이스는 거목이에요. 그리고 1975년도에 소매틱 에듀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을 더 찾아서 거기서 공통점도 찾아내고, 교육 모델과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한 사람이 바로 토마스 하나죠.

지금, 여기서 행복을 주는 건 ‘몸’
조은경 _ 말씀을 듣다보니 몸학은 외국에서는 전문 무용가들을 통해 발전해 왔고 한국에서는 일반인들의 교육에서 먼저 성과를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에 ‘몸 축제’라고 해서 이화여대에서 일반인들과 전공인들이 같이 하는 축제를 개최하셨는데, 소개 좀 해 주세요.
조기숙 _ 이번이 네 번째에요. 「서울시민 몸 축제」라는 이름으로는 두 번째고, 그 전에 두 번을 「춤, 몸 그리고 치유」라는 제목으로 진행했었고요.
조은경 _ 몸축제는 춤 예술의 장점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겠군요. 가무를 즐기는 우리 민족성으로 볼 때 갑갑하게도 항상 객석에서 관객으로서 무대를 바라보고만 있었거든요. 이런 축제를 통해서 직접 체험을 하면서 춤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되는 거지요. 관객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기숙 _ 지금 우리 무용계의 흐름을 보면, 특히 발레 같은 경우는 ‘우리가 대단한 발레를 하니까 극장으로 와’ 이런 식이어서 관객의 호응을 충분히 못 얻었어요. 그래서 찾아가는 무용으로 산간벽지까지 다니면서 춤을 추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아주 가난한 동네에 가서 공주 춤을 추면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 다음 단계가 세상이 변하니까 관객들이 ‘나는 보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되고 내가 해볼게’ 하는 거죠. 그래서 옛날에는 3% 이내의 예술가가 97%에게 보여줬다면, 지금은 한 50%의 시민들이 나도 예술가라고 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그래서 사진이라든가 영화, 핸드폰으로 영화 만들기, 노래하기 별 걸 다 하는 거예요. 춤도 그런 맥락에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어요. 일반인들의 체험에 있어서 발레를 쉽게 하거나, 현대무용을 쉽게 하는 차원이 아니에요. 소매틱은 메소드 자체가 다른 거거든요. 감각을 하고, 자신의 몸을 느끼는 과정이 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서 이해하고 알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습관, 자신의 문제를 알고 개선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게 몸으로 끝나지 않고 마음도 행복해지고, 개인 차원을 넘어서 가회생활도 잘 하게 되고, 공동체에서도 역할을 달리 하게 돼요. 그런 메소드가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춤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타말파, 휄든크라이스, 소매틱연구 교육원 등에서 일반 프로그램을 많이 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몸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어요.
저도 이번에 깜짝 놀랐던 게, 몸축제일이 탄핵 인용된 바로 그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2천 명의 참가자들이 와서 얼마나 기분 좋게 축제를 했는지 몰라요.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정신으로 온 게 아니고, 몸으로 왔잖아요. 정신을 담은 몸으로 온 거죠. 또 몸 없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잖아요.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헌신하라고 하지 않는 거예요.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 줄 알 수 있나요? 지금 여기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건 몸인 거죠. 그래서 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공유되면서 사람들이 춤추고 싶어하고 움직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기존 무용계에 프로그램이 준비돼있지 않고, 타말파나 알렉산더, 소매틱연구교육원은 무용계 메인 스트림에서는 잘 모르고 있어요. 그런 쪽에서 무용하는 사람들이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국 선생도 일반인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고, 조정희 박사도 지금 일반인과 학생들과 춤과 명상수업을 하고 있고, 저 같은 경우는 다음 주부터 이화-서울시민대학에서 10주간 ‘아픈 세상, 몸으로 살기’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그런데 50명이 당일에 바로 마감됐어요. 그러니까 시민들이 무용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몸을 움직이면서 체험을 하고 예술적인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어요.
앞으로 무용계에서 그런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면 파이가 쪼그라들고 우리는 없어지는 거예요. 일반인들도 무용을 좋아하고, 그렇게 열광하고, 무용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무용계는 지금 대중의 소리,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무용계는 쪼그라들지도 모르는 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부산 대학 예술제에서 무용예술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달라고 해서 무용계 동호회의 숫자를 알아봤는데, 동호회 수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탱고 동호회, 살사 동호회 등등, 거의 27만 명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무용 인구가 많은데 무용계에서는 대학 무용과가 없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중의 춤에 대한 열망과 대학 무용과가 완전히 평행선으로 따로 노는 거예요.
일반인들은 몸과 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이번에 「서울 시민 몸 축제」를 하는데 참가자수에 우리 주최 측도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와서 쓱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체험하고 수업에도 들어가고 그러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렇게 몸이나 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무용계가 접점을 잘 찾고, 전략을 바꾸면 앞으로 무용계가 부활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게 됐어요.
국은미 _ 이번 「서울시민 몸 축제」에서 1시간 반 수업을 했는데 객석에 있는 분이 다 올라오지도 못했어요. 다들 소극적이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나와서 ‘여기까지만요’라고 한 게 100명인 거예요. 무용 공연을 하면 절대 100명 안 오잖아요. 관심도 정말 많고, 느끼려고 몸을 다 열어 놓고 있어요.
조기숙 _ 무용하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깜짝 깜짝 놀라는 거예요.
국은미 _ ‘시민 예술대학’처럼 서울문화재단에서 하는 ‘춤바람 커뮤니티’ 등 움직임에 대한 관심은 정말 많아요. 연극인복지재단에서 연극하는 사람들이 이런 수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가 매칭해서 하기도 하고, 연극계에서 많이 찾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용하는 후배들이 움직임에 대한 시각을 조금만 열면 무척 좋을 것 같아요. 그들이 평생 움직임을 찾았던 사람들이라 감각이 무척 좋죠. 움직임, 운동에 대한 센스가 있으니까요. 휄든크라이스가 얘기하듯이, 유연한 몸이 아니라 유연한 뇌에 대해 조금만 개방적인 생각으로 알아가려고 한다면 무용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움직임과 몸에 대해서 분리해서 보는 과학적, 의학적인 시각들을 가진 사람들도 이제는 그것만 갖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김정명 _ 우리나라에 ‘라이프 스타일 의학회’라는 게 생겼어요. 생활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 학회에요. 일본에는 생활습관의학이라는 개념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네요. 저도 가봤어요. 우리가 춤은 물론이고 운동 같은 경우 거의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많이 하잖아요. 운동을 잘 한다, 춤을 잘 춘다고 하면 어떤 특정 패턴을 반복적으로 해서 거기서 끝나는 걸 내 스토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런데 자동화된 것으로 끝나는 건 소매틱스가 아니에요. 잘 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는 작업이 깨어남, 각성 이런 거예요. 그래서 창조적이 되죠. 보통 자동화된 시스템은 운동 잘하면 소뇌에서 소화하는 걸로 생각하고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것에서 끝나는데, 습관을 인지하고 습관에서부터 벗어나서 머무는 게 필요해요. 두정엽에서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만나잖아요. 여기까지 다 와서 두정엽에서 아주 머무는 게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빠르게 운동할 때나 춤을 출 때 보면 이점을 놓치지요. 춤추면서 사고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느린 움직임과 각성을 통해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몸학 교육하는 사람들한테는 쭉 이어져 왔어요.
요즘 뇌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 과정을 볼 수 있게 되고, 뇌가 항상 몸과 같이 움직여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거죠. 그동안 이분법적인 사고의 잔재 때문에 몸과 뇌를 따로 가르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지금은 많이 깨졌죠. 99년도 소매틱 학회 세계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 세미나에서 어떤 강사가 마음하고 몸이 만나는 지점이 어디냐고 물어봤어요. 그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목(neck)이요” 라고 했어요. 머리랑 마음이 따로 있다고 생각을 해서 목이라고 대답하고 그 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조기숙 _ 저는 그래서 소매틱스를 추천하고 싶어요. 몸에 관한 이해나 몸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잖아요. 모두 다 몸을 알고 몸이 착해지고 마음도 건강해지면 이 세상이 정말 변할 거예요. 그래서 다 같이 몸 공부를 하고 춤을 추자는 거죠. 전 국민의 몸·춤 운동이 필요해요. 이제는 전 국민 춤 운동을 좀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손에 손을 잡고 다 같이 춤추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건 무용 전공자들한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은 거예요. 요즘 우리 셋 다 바쁘잖아요. 굉장히 많이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바빠요.

몸은 예술지성, 창의성의 원천
조은경 _ 우리가 내 안의 나를 알아차리면 지금 여기서 내가 행복해지고,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같이 하나가 되는 것이군요. 몸으로 시작해서 영적인 분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은 정말 춤밖에 없는 거예요.
조기숙 _ 몸이 굉장히 융합적이고 통합적, 통섭적이잖아요. 여기엔 음악 리듬도 있고, 미술적인 것도 있고, 사회적인 것도 있고, 공간적인 것도 있고 다 들어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지향하는 건 아름다운 거거든요. 예술에 이것이 다 녹아있지요.
조은경 _ 그런데 예술이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이어야죠. 다 가능하다는 거죠?
조기숙 _ 네.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죠.
김정명 _ 예술이 창의적인 접근의 기본임을 이해하려면 말보다 소매틱 체험을 권하고 싶어요. 이도희 선생이라고 타말파 교수이고 미국 교포인데 조만간 한국타말파연구소에서 워크숍을 한다고 들었어요. 소리도 하고 참 대단한 소마 교육자지요. 저도 워크샵에 몇 번 가봤는데, 미국에서도 이분이 워크샵을 하면 그 독창성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요. 예술이 창의적 접근의 기본임을 이해하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적 예술체험이 중요하겠지요. 직접 소마교육을 경험해보면 예술지성을 말로 설명해 보려던 제 책(예술지성: 소마의 논리)도 결국 힘만 들이다가 만 느낌이지요.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서 통합적이 되어야 하고 소마 즉 몸 중심이 돼야 된다는 내용이에요. 사고 혹은 생각은 분석적일 수밖에 없지만 소마 즉 몸은 그 작용이 통합적이지요. 감각적, 정서적, 인지적, 영성적 차원이 살아있는 움직임 안에서 통합된답니다.
결국 소마의 논리에서 발현하는 예술지성은 통합 지성이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고유 지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로 이 통합지성은 대상으로 몸을 다루는 삼자관점의 과학이나 비평을 넘어서 ‘지금여기’에서 ‘움직임을 체험’하는 예술가에 의해 또는 예술지성에 의해 늘 새롭게 발현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은경 _ 그러면 이러한 몸학, 예술지성이 춤예술 창작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가요?
조기숙 _ 예술은 기존의 관례에 대한 질문이자 문제제기입니다. 우리 무용예술이 기량을 수련하느라 살짝 놓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몸에 대한 감각이에요. 몸의 감각을 살려서 자신의 몸을 알고 이에 근거해서 춤을 춘다면 그 무용수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지요. 우리의 몸은 신비의 세계이자 소우주이지요. 몸을 탐구하면 그 안에 무한한 창의성이 들어 있지요. 또한 무용계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소매틱스에 있어요. 소매틱스를 무용계에서 적극 받아들여서 활용하면 무용인구가 더욱 많아지고 무용을 향유하는 층이 놀라울 정도로 확대될 것입니다.
국은미 _ 춤예술 창작. 모두가 몸이 있기때문에 살아가고 그렇게 살 수 있어서 춤을 출 수 있는 겁니다.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사고, 사회 문화적 패턴, 미적 감각등이 시대마다 춤예술의 형태를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됩니다. 몸학의 시각은 우리가 이름짓고 분석하고 분리해서 보려다보니 하게된 몸과 마음의 이원론적인 생각, 이성적인 사고에 비해 감각적인 몸을 경시하는 풍조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 이 공간들 시간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 아니 원래였던 어떤 것을 다시 과학적인 물음을 통해 제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춤예술의 창작형태가 서서히 변하지 않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자기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움직임은 이미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타인과 사회전체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그 시각이 변한다는 건 이미 실제로 방향전환이 일어난 것이기때문에 춤교육, 안무가와 무용수의 관계, 작품감상에 있어서의 해석의 여지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리라 봅니다.
조정희 _ 몸학(somatics)에서는 몸을 바디(body)가 아닌 소마(soma)라고 해요. 물론 둘 다 몸이라는 것은 같죠. 소마(soma)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몸뿐만이 아니라 지성과 영성이 포함 된 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몸학의 창시자 토마스 하나는 소마에 대해서 ‘나 자신이 스스로 인식한 살아있는 몸’이라고 정의했어요. 이것은 예술지성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봐요. 지성과 영성이 살아있는 ‘지금 여기’의 몸이 필요한때죠. 춤예술을 완성하기까지는 부수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그 핵심에는 ‘몸’이 있죠. 몸학에서 말하는 몸, 예술가가 스스로 인지한 몸은 예술창작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막연함에 대한 꾸밈보다는 예술가가 인지한 몸과 현상에 대한 표현이 춤예술로 귀결된다면 관객과의 소통도 깊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생각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고 또 인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몸학, 예술지성은 예술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개성을 더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죠. 예술가들의 지각이 상승되고, 새로운 인식을 창출해 낸다면 그로 인해 파급되는 춤예술의 영역은 풍부해지리라 기대합니다.
조은경 _ 몸학은 상당부분 교육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의 경우 ‘몸학교’라고 들어 본 적이 있고요. 청소년기 교육으로 접근하고 있지요, 우리의 경우에도 움직임이 마음의 치유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년법원의 교정대상 청소년들에게 움직임을 가르쳤더니 굉장히 좋아졌다’, 또 ‘가정법원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움직임을 같이 하게 했더니 관계가 개선되고, 헤어져도 서로 원수가 안 된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조기숙 _ 우리는 「금천구민 몸·춤 학교-몸으로 춤으로 말해요」를 4월부터 10주간 시작할 거에요. 몸·춤학교라는 용어는 누가 저작권 신청을 안 했기 때문에 우리 쪽 사람들이 많이 써요. 우리 한국소매틱연구교육원에서는 학교 프로그램이나 방과후 프로그램보다는 서울시나 구청에서 하는 일반인 교육 프로그램을 하면서 몸·춤 학교하는 용어를 쓰고 있어요.
김정명 _ 지적 재산 관계가 이 분야에서는 좀 약해요. 남미 콜롬비아에서 뉴욕에 유학한 발레리나가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위해 ‘몸의 학교’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좋아 한동안 소매틱 수업에서 단골로 영상물을 썼어요. 저도 제자들한테 오래전부터 ‘몸의 학교 만들까?’라는 이야기를 해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도 ‘몸의 학교’라는 용어를 아예 자신의 타이틀로 만들어서 춤을 통한 트라우마 치유모임에 쓰고 있어요. 아무튼 저는 환영하고 있어요. 몸이나 춤, 성 등 시대적으로 네거티브하게 인식했던 부분들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봐요. 지적재산 관계가 비교적 철저한 미국에서는 유사용어나 기법사용이 문제가 되지만 소매틱 분야는 경쟁가운데서도 서로 서포팅하는 편이예요. 그게 참 중요해요.
조기숙 _ 우리는 사이가 다 좋고 서로 인정하고, 부족하면 서로에게 배우고, 오픈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개 경쟁을 하다 보면 약간 사이비들도 좀 있어요.(웃음) 그걸 볼 줄 아는 능력이 또 생겨요. 그런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해요. 다들 안목이 있으니까요.
김정명 _ 고려대 철학과 이승환 교수가 동양인 몸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했는데, 1999년에 「전통과 현대」라는 잡지에 ‘왜 몸인가?’라는 주제로 특집을 냈어요. 그리고 요새 고미숙 선생 이야기도 들어보면 맨날 제가 강의 때 하는 이야기와 상당부분 겹치더구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좋아요. 그런 좋은 생각들은 자꾸 공유해야지요.
제가 옛날에 청소년지도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했는데, 저를 소개를 할 때 체육을 공부한 부분을 슬그머니 빼요. 체육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부드러운 몸의 교육이 전인교육에 얼마나 중요한지 실습과 함께 강의를 해준 적이 많아요. 우리나라에 청소년학파가 있는데 그 중에 몸학파가 하나 있는 거 아세요? 농담이 아니고 진담이에요. 현재 청소년학과 교수로 계신 어떤 분이 박사학위 논문에 제가 소개한 ‘몸학’을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의 한 줄기로 다루어주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저는 이러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춤은 생명의 향연”, “숨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춤출 것”
조은경 _ 네 분께 앞으로의 계획들을 들어볼까요? 먼저 국은미 선생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창작자이신데, 앞으로 양적으로 어떻게 배분을 할 생각인지요?
국은미 _ 양적 배분. 그렇네요. 창작자도 교육자도 정해진 시간만을 하면 되는 길이 아닌지라 제가 배분을 잘 해야지요.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역시 춤으로 고민하고 춤을 만들고 추는 일이 저라는 사람과 함께 가야함을요. 열심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야지요. 사람들과 소매틱으로 만나고 배워가는 경험이 또 나라는 전체가 되어서 춤에도 함께 녹아나지 않을까 합니다. 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양적 배분 다짐해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김기인 선생의 ‘스스로춤’ 축제가 있는데, 거기서 9월 기획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요.
지난 3~4년 동안 무용수들과 메소드를 아예 휄든크라이스로 바꿨었어요. 제가 2002년에 무용단 만들었을 때는 무용수들에게 제가 움직임을 주는 걸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경우에는 제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무용수가 해야 되는데 뭔가 다른 거예요. 뭔가가 불완전해 보이고 불확실해 보이는데, 그게 연습 부족인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실은 패턴이 다른 거고 몸이 달라서 그런 거예요. 그 방식으로 4~5년을 하다가 휄든크라이스를 알고 나서는 즉흥이 좀 많이 들어갔고, 지난 3~4년 동안은 무용수들한테 휄든크라이스만 하도록 해요. 같이 즉흥 작업을 하고 있어요. 즉흥을 많이 하면서 중간에 제가 잡아낼 형태들이 있을 것 같아서 그 작업들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조정희 _ 보통 사람들은 고정관념으로 발레는 생명이 짧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소매틱스 차원에서 본다면 어떤 나이든 그 나이 때에 그 시기에 맞는 춤을 추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까지 춤을 춘다고 정해져 있는 건 없다고 봐요. 제 숨, 호흡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추게 되겠죠.
또 발레 후학도 양성해야 되고, 후배와도 함께 성장해야 하고, 블루토컴퍼니라는 발레단도 운영해야 돼요. 클래식 발레를 하지만 그 속에서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을 뽑아내려는 작업을 늘 하려고 해요. 제가 ‘움직임디자인’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움직임이라는 게 몸의 움직임일 수도 있지만 나와 주변 환경, 공간과의 관계디자인 등 여러 가지를 뜻할 수 있거든요. 몸뿐만이 아니라 몸과 소통하는 모든 움직임에 대한 디자인을 연구하고 싶어서 연구소 이름이 ‘움직임디자인연구소’가 됐어요. 클래식 발레를 하지만, 그 속에서 무용수 개개인의 다른 장점들을 뽑아내려는 작업을 서서히 하고 있는 노란 병아리 시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춤은 계속 출 거고, 함께 하는 친구들과도 소통하는 공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블루토컴퍼니는 6월에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공연 계획이 있고, 11월에도 있어요. 아직 확실하진 않은데 한국에서 하는 국제 페스티벌에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11월 공연에는 아마 제가 춤을 출 것 같고, 6월에는 저희 무용수들 움직임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조기숙 _ 조기숙뉴발레단에서 신작을 매년 한 편 내지 두 편 정도 했는데요. 그런데 저처럼 13년 동안 신작을 21편을 공연한 발레단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거예요. 예를 들어서 국립발레단은 27년 동안 신작을 못 내고 있죠.
『백조의 호수』가 퀼트 신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데, 저는 왜 한국에서 발레하는 사람이 서양신화만 가지고 해야 되나 싶어서 동양 신화를 연구해서 동양 신화 여신 시리즈를 3번 했어요. 『그녀가 온다 -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 여신 항아』, 『그녀가 운다 - 여신 무산신녀』의 작품을 했고, 그 완결판이 될 4번째 작품은 『그녀가 난다 - 여신 여와』로 준비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김영란법 때문에 출연자들한테 돈을 줘야 되는데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어요. 대신 4월23일 ‘즉흥춤 축제’ 난장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저는 우리 팀이 한국에서 발레를 하면서 즉흥춤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에게 소매틱 교육하는 건 계속 하고 있고요. 제가 발레 가르치는 것과 소매틱 가르치는 것이 거의 비슷한 양으로 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공연 못하는데 앞으로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막막합니다.
조은경 _ 김영란법이 또 이렇게 발레 예술계에 타격을 줄 거라고 생각 못했네요.(웃음)
김정명 _ 저는 춤 계획은 없고요(웃음). 제가 몸학적 사상, 소매틱 사상이 우리나라에 잘 스며들 수 있게 뒷받침을 하고 있는데, 꼭 10년 전인 2007년도에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셨던 세이머 클라인만 교수님을 명지대학교에 모시고 한국몸학연구센터를 만들었어요. 거기서 매해 한두 번 씩 세미나를 쭉 해오다가 제가 학장 보직을 맡은 이후에는 못했어요. 올해 11월 8일에 토마스 하나의 부인인 엘리노어 크리스웰 하나박사님을 모시려고 해요. 그 직전에 일본에 오시는데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분은 1960년대부터 요가를 하셨고, 학술지 소매틱스를 1976년부터 토마스 하나와 거의 같이 만들어 나간 분이에요. 현재 워크샵을 요청중입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이 맞으면 몸학연구센터 10주년 기념행사를 할까, 그런 정도 계획만 가지고 있어요.
조은경 _ 학회가 따로 있나요? 몸학을 연구하거나 체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김정명 _ 센터 개원이 10회 째 되는 때에 학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2년 있으면 제가 대학을 은퇴해요. 학회 요청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데, 지금 몸학 기반의 표현예술치유학회도 생겼고, 조기숙 선생님이 한국무용역사기록학회 하시면서 소매틱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셔서 최근에는 이미 실기 기반의 좋은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여, 형편 되는대로 소매틱 연합공동체 구성 및 소매틱 전문저널 발간을 고민하고 있어요.
학회를 하든, 공동체를 하든, 감각을 잃어버린 사회에 몸학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갈 것은 분명합니다. 어느 새 몸학의 귀한 동료들과 제자들이 여러 곳에 둥지를 틀고 작고 부드러운 혁명을 시작했어요. 우리는 의료와 차별화를 위해 치유, 치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꼭 교육, 레슨이라고 하죠. 소마교육에서는 움직임에 대해서 조금만 가르쳐주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해방되는 법을 스스로 익혀나가게 되니까요. 그런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조은경 _ 마지막으로 제언이나 소감 무용계에 대한 당부 등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조정희 _ 저는 오늘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해요. 몸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교수들과 몸을 아는 안무가 국은미 선생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월간춤에 감사하구요. 덕분에 제 몸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네요. 그리고 전문가를 비롯한 일반인들과 몸에 대한 인식의 중요함에 대해 더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아직도 배움을 해나가는 중이라 무용계에 당부라고 하기는 조심스러워요. 단지 바람이 있다면 춤예술은 거짓이 없었으면 합니다. 춤예술의 핵심인 ‘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나 글은 꾸밀 수 있지만 몸은 너무나도 솔직하더라고요. 몸에 대한 거짓말이 없다면 예술가와 관객의 소통이 더 편안해질 수 있으며 춤예술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나눈 몸에 대한 많은 얘기들에 대한 관심이 무용계에서 일상적이며 흔한 일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은미 _ 제가 10대, 아무것도 모르고 춤이 좋아 춤을 시작하면서 항상 감사하게 옆에 두고 공부했던 춤지에서 ‘몸’이라는 주제로 훌륭한 분들과 좌담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영광입니다. 물론 춤에 있어서 마음과 몸이 따로라고 생각된 적은 아마 한번도 없었을 것입니다만 이것을 어떻게 해왔지에 대한 방법론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된 전체로서의 몸, 소마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인 접근은 공연문화, 무용교육, 사회에서의 역할을 위해 이제는 무용계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조기숙 _ 몸을 전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용가가 의외로 몸에 대해서 무지한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는 몸을 혹사시켜서 몸에 병을 얻는 경우도 있지요. 몸의 소리를 듣고 몸을 알면 춤도 성장하게 되요. 이를 위해서는 몸에 몰입해야 되고 이런 몰입을 거쳐서 결국은 몸을 초월할 수 있게 되지요. 무용인들이 몸을 알고 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춤을 춘다면 이 세상의 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춤에 세상을 구원할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무용인들이 이 사회의 진화와 춤의 확산을 위해 단결하기 바랍니다.
김정명 _ 제가 몸에만 몰두하며 살다보니 몸 얘기만 하다가 고급 비평지인 춤지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아무튼 모든 예술이 주체적인 몸에 대한 이해 없이 제대로 설 수 없다고 생각해요. 춤은 특히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 예술하는 분들은 비평의 영향 때문인지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정신의 그늘에 숨으려고만 하죠. 사실 정신이나 영혼은 살아있는 몸에서만 발현한다는 사실을 잊는 거죠. 인간이 몸으로 살아가는 한 춤은 생명의 향연일 수밖에 없고 삶은 엉덩이를 들어 올려 한판 벌이는 춤의 무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전통춤이건 현대춤이건 발레건 비보이건 간에 오늘날 우리의 삶은 춤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인공지능시대는 몸의 기능을 기계가 빼앗아가기 때문에 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정당한 위치를 회복하면 춤은 더 살아납니다. 이제는 춤의 아름다움이 타자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춤꾼들 자신의 소리와 함께 승화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조은경 _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