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지난 4월10일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300쇄를 펴냈다. 일명 ‘난쏘공’으로 친숙한 이 작품은 1975년 12월부터 여러 문예지 연재를 거쳐 발표된 연작 소설 12편을 모아 단행본으로 초판을 찍은 것이 1978년 6월이다. 그러니까 무려 40년 가까이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라는 얘기다. 이렇게 300쇄나 찍어낸 책은 국내 문학작품 가운데 찾기 어렵다. 전반적인 출판시장 침체로 2쇄(흔히 중쇄)를 찍기도 어려운 시대인데, 300쇄라니, 오랜 시간을 관통하며 끈질기게 살아남은 책의 힘이 대단하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이 253쇄를 찍은 것에 비견되는 문단의 쾌거다.
쇄(刷)란 인쇄한다는 뜻이니, 300쇄라면 300번 찍어냈다는 것이다. 누적 판매량이 137만 부 정도라고 하니, 평균 잡아 4,500부씩 300번이나 인쇄한 셈이다. 300쇄 째는 3,500부를 발행했다고 한다. 대단한 실적이다. 판매 속도가 빠른 일부 베스트셀러의 경우 1~2년에 몇 십 쇄를 찍으며 100만 부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하기도 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 받을 용기」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팔린 책들의 다수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잊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비해 현대 한국문학의 고전에 오른 ‘난쏘공’은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스테디셀러의 대명사로 남을 전망이다. 1996년 4월에 100쇄(40만 부), 2005년에 200쇄, 2007년 100만 부를 찍어낸 뒤에도 일정한 판매량을 유지한 것을 보면 그 생명력을 짐작할 수 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4판 134쇄까지 발행했고, 2000년 이후에는 작가의 아들이 운영하는 ‘이성과 힘’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다.
‘난쏘공’은 1970년대 도시 빈민층인 난장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수작(秀作)이다. 그래서 “1970년대 우리 인문주의와 심미적 이성의 한 절정을 보여준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난장이로 형상화된 못 가진 자, 도시 빈민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 소설에서 ‘사회적 평등’을 처음으로 담아낸 걸작이라는 평가도 있다.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난쏘공’을 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작품을 쓰지 않을 수 없을 때 썼다는 것이다. 작가는 1965년에 등단했지만 단행본 소설집은 ‘난쏘공’과 「시간여행」, 직접 찍은 사진과 산문을 묶은 「침묵의 뿌리」만 책으로 펴낸 과작(寡作)이다. 출판시장에서 인기 작가들이 대부분 다작과 상업화의 길을 걷는 풍조와는 대비된다.
‘난쏘공’은 왜 40년 가까이 팔리고 있을까.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난쏘공’ 30주년 기념 문집에서, 당시 제기된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아직도 ‘난쏘공’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탁월한 작품성과 ‘현대의 고전’이라는 평가,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는 소설 읽기의 매력이 꾸준히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