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홍어는 꽃게나 돔, 광어, 우럭, 멸치, 조기 등을 잡아먹는 생선으로 고단백질 알칼리성 영양식품의 보고라고 한다. 그런데 이 홍어를 삭히면(숙성시키면) 외국 사람이 우리의 전통 음식 중에 가장 먹기 어려운 먹거리라고 하지만, 전라도의 대표 음식 중에 하나인 삭힌 홍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젠 상당히 보편화된 듯하다. 우스갯소리로는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많이 대중화됐다고도 한다. 이 홍어를 먹으러 가서 애와 코를 달래야 ‘홍어 좀 먹을 줄 아네’ 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 홍어애는 흔히 홍어의 간을 말하는데(‘애간장이 탄다’의 애가 바로 이거다), 싱싱한 걸 그냥 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애국을 끓이면 그 어느 해장국보다 숙취 해소에 으뜸이다. 그리고 숙성된 홍어는 강알카리성이 되어 산성체질을 알카리성으로 바꿔주며,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 하고, 대장에서는 강암모니아로 잡균을 제거하여 속을 편하게 하기에, 가스가 차서 속이 편하지 못한 사람이 섭취하면 아주 좋다고 한다. 특히 홍어애국은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가 심해서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
홍어애국은 초봄의 보리 새싹을 넣고 된장을 풀어 홍어살과 함께 끓이는데, 그 톡 쏘는 시원한 맛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입에서의 감칠맛은 물론이고, 먹고 나서 속이 편하고 든든함이야 한 끼 식사로도 어느 음식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홍어가 흔히 말하는 흑산도 홍어 같은 국내산 홍어는 식감이 뛰어나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서 맘 편히 먹기가 수월치 않다. 그래서 칠레나 아르헨티나 수입산으로 대용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비록 수입산이라도 잘 삭히고 조리하면 국내산보다는 못하지만 가성비 좋은 홍어와 애국을 먹을 수 있다. 싱싱한 애를 날로 고소하게 먹기는 좀 어려운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가성비 좋고 맛있는 홍어애국을 먹을 수 있는 집이 이대역 근처에 있다. 2호선 이대역 6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유일한 음식점으로 홍어애탕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는데, 왼쪽 계단 위에 상호도 없이(원래는 토담식당이라는데 상호 간판도 없다) 후각을 자극하는 짙은 홍어 냄새를 풍기는 집이 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무리 없이 쓰는 아주머니 두 분이 하시는 이 집에서 홍어애탕 백반을 시키면, 구수한 홍어애국에 맛깔난 밑반찬이 갈린다. 비록 국내산 홍어는 아니지만, 직접 삭힌 홍어와 보리 새싹을 넣어 맛있는 된장으로 끓인 홍어애국은 입에 넣는 순간부터 미각을 일깨우기에 손색이 없다. 밑반찬으로 주는 고추절임, 깻잎절임, 무나물, 김치 등 그때그때 나오는 음식들이 그 어느 하나 주인장의 손맛이 배지 않은 것이 없다. 홍어애국 말고도 주인장이 직접 숙성시켜 만든 삼합, 홍어회, 홍어찜, 홍어전 등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저렴하고 맛있게 홍어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가고 봄철에 입맛도 잘 안 나는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톡 쏘는 홍어애국으로 입맛도 달래보고 얼도 차려보면 어떨까 싶다. 이대역 6번 출구 앞(02-715-8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