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 에일리II(AileyⅡ), 주재만 안무의 『서큘러(Circular)』(3월29, 30일, 4월 2일 NYU Skirbal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안무가 엘빈 에일리(Alvin Ailey 1931~1989)가 미국 내 흑인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후 30년이 다 되도록 상당하다. 굳이 그 이유를 들면 에일리의 예술적 성향이 흑인들이 불평등을 겪었던 사회에서 기인하며, 당시의 공정하지 못하고 편협했던 사고방식을 작품을 통해 바로 잡고자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1958년에 에일리는 자신의 무용단인 엘빈에일리아메리칸댄스시어터(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er, 이하 AAADT)를 창단하고 한동안 다민족주의를 내세웠으며, 무엇보다도 흑인들의 사회적 여건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인지 에일리 자신이 무려 79편의 작품을 안무했음에도 무용단이 그의 레퍼토리에만 얽매이지 않도록 운영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선구적이며 유능한 안무가들을 초대하며 그들의 작품들로 AAADT의 레퍼토리는 더욱 풍성하게 표현된다.
그 일환으로 안무가 주재만이 선정되어 2017년 3월29일, 31일, 그리고 4월2일 3일간 그가 안무한 작품 『서큘러(Circular)』가 뉴욕에서 초연됐다. 참고로 2012년에는 미나 유가 에일리Ⅱ의 『불리바드(Boulevard)』를 안무, 뉴욕에서 공연했다.

주재만은 작품을 통해 인간감정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한다. 감정은 순환되고 반복된다는 보편적 진리를 춤으로 보인다. 30여 분의 작품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장의 시작과 끝은 고리처럼 연결되어져 있다.
촘촘히 모여있는 무용수들은 각자 다른 표정과 몸짓을 만들어낸다. 잠시나마 모두 한 곳을 응시하며 집중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 크게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상반신만 비추는 조명에 의해 그들의 움직임은 두터운 음영으로 더욱 강조된다. 화려한 군무 뒤 이별을 고하듯 빠져나가는 여성무용수에 뒤이어 두 남성무용수의 듀엣이 시작된다. 둘의 움직임은 감각적이지만 넘지 못할 선을 쳐놓아 강제로 절제 되어진 모습이다. 마지막 군무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빠른 움직임에서 갑자기 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는 무용수에 의해 관객의 숨쉬기가 조종당하는 느낌이다.
안무가는 작품의 의도에 맞춰 동작과 동선을 짜임새 있게 안무했고 12명의 무용수들은 그의 안무의도를 놓치지 않고 소화한다. 굳이 작품을 해석하지 않아도 『서큘러(Circular)』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피부색, 성별, 나이, 그리고 경력과 관계없이 무용수들의 장점을 살려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작품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편견 없는 조그만 세상이 되어 무대 위에 올라갔다.
“적어도 춤에는 편견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