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물론 조심스럽게 예상 했던 바이지만 그래도 유색인종이 연출과 주연과 제작까지 맡은 영화에 작품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아카데미가 그렇게 열려있는 영화제였던가?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이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베리 젠킨슨 감독, 극영화, 미국, 2016년, 111분)의 놀라운 작품성을 반증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영화가 매우 불교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불성(佛性)을 잘 닦아 참 나를 찾아내라는 뜻이다. “내 마음은 검지만 네 마음은 결코 검지 않단다.” 주인공 블랙(트레반테 로데스)에게 마약 중독자 보호시설에 있던 어머니 폴라(나오미 해리스)가 한 말인데, 바로 여기에 자기 안의 구슬을 부지런히 닦아 아름답게 하라는 불교식 지혜가 들어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어린이 시절에는 ‘리피트’(알렉스 R. 히버트)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청소년기에는 ‘샤일론’(애쉬튼 샌더스)이라는 제 이름으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블랙’이라 불린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삼 분할 된 남자 사진이 바로 그들이다. 마치 한 사람 같지만 실은 세 개의 자아가 있다는 뜻이다. 과연 어디에 진정한 내가 있을까?
리피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후안(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이다. 그는 비록 뒷골목에서 마약이나 파는 초라한 인물이지만 약해빠진 리피트를 따뜻한 마음으로 거두어 용기를 심어준다. 만일 리피트가 후안과 함께 있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면 인생이 훨씬 나아졌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린 리피트에게 잔인했다. 후안은 리피트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겼다. 달 빛 환했던 어느 밤 후안이 쿠바의 어느 해안에서 할머니에게 들었다던 말로 “달 빛 아래 서 있으니 네 피부는 파랗게 보이는구나”이다. 이 말은 리피트의 평생을 따라다닌다.
성장한 샤이론, 곧 ‘블랙’은 남자답게 보이려 노력했고 실제로 사내다운 건달이자 마약상으로 주변의 존경까지 받는다. 박박 깍은 머리통에 우람한 근육과 금 목걸이에 금이빨까지.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리피트와 샤이론 시절의 여리고 아름다운 마음이 남아있다. 결코 없앨 수 없는 본성이 있는 것이다. 누구도 몰라주는 내면을 찾아 블랙은 고향에 돌아오고 그 곳에서 자신이 무엇과 싸워나가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폭력적인 남성성이 강조되고, 인종적 편견이 판을 치고, 동성애가 무시당하는 사회가 그의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문라이트」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사색적이라 자칫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애정 영화처럼 비쳐질 수 있다. 특히, 끝 무렵에 나오는 캐빈(안드레 홀랜드)에 대한 블랙의 사랑 고백은 그렇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외면의 차분함 속에 들어있는 폭발적인 메시지는 해피엔딩을 거부한다. 달빛 아래 파란 피부색으로 서 있는 리피트는 감독의 분명한 생각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편견 없이 바라보면 모든 사람은 같다.
작품상 외에도 열연을 한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는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각색상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