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살롱

매년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62년 살충제와 생태계 내 잔류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한 「침묵의 봄」이 발간되고 나서 점차 환경오염에 대한 고조되고 있었다. 미국 클리브랜드 지역의 쿠야호가 강은 20세기 미국 내에서 가장 오염도가 높은 강으로 유명했다. “물이 아니라 덩어리”에 빠지면 “익사가 아니라 녹아 죽는” 그런 강이었다. 그리고 1969년 다시금 강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 사건이 전국에 보도되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
1960년대 초반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넬슨 상원의원은, 당시 하버드 대학 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를 통해 ‘지구의 날’을 조직해보도록 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몇몇 학생들이 모여 자발적인 운동으로 시작했던 ‘지구의 날’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곧 수백 개의 대학 및 초중고등학교, 마을 공동체가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고, 1970년 4월22일 열린 첫 번째 지구의 날에는 약 2천만 명이 참여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1970년 12월 환경보호청이 신설되었고, 1971년에는 환경 보호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단체인 그린피스가 창설되었다.
어느덧 40여년 가까운 역사를 쌓아가는 ‘지구의 날’에서 2017년은 또 한 번 의미 있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올해 지구의 날은 「과학을 위한 행진(함께 하는 과학행진, March for Science)」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비정치적이어야 할 것을 강요받았다. 과학적 ‘객관성’이 손상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과학자라 할지라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지식의 한계, 그리고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채 ‘완전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또한 사회 내에서 과학이 담당하는 영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정치적인 문제에 점점 과학이 사용되는 빈도도 늘어갔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취임한 이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등 기존에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공격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즉 정치적 행보를 위해 기존에 축적된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과학은 더 이상 정치,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놓일 수 없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분연히 들고 일어나 올바른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정책을 만들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 역시 지구의 날과 비슷한 점이 많다. 2017년 1월21일 전세계에서 진행되었던 「여성들의 행진」에서 영감을 얻어 자발적으로 성장해왔다. 페이스북에서 약 2백여 명으로 시작되어 한 주를 넘기기 전에 30만 명으로 늘어났고, 이후 80만 명까지 증가했다. 2017년 4월22일 열린 행진에는 전 세계 약 320개 도시에서 함께 했으며, 서울에서도 약 1천여 명이 참가해 과학을 위한 행진에 동참했다.
과학은 정치와 동떨어져 있다는 과거의 ‘편견’을 버리고 세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과 세상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