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서편제’는 힘이 세다.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이 쓴 ‘서편제’는 「뿌리 깊은 나무」 1976년 4월호에 처음 실렸다. 41년 전이다. 널리 알려진 영화 ‘서편제’는, 1993년 4월에 개봉했다. 24년 전이다. 영화 ‘서편제’는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고, 뮤지컬 ‘서편제’, 창극 ‘서편제’도 만들어졌다.
2017년 4월, 소리극 ‘서편제’가 무대에 올려졌다(4월25~27일 서울돈화문국악당). 먼저 ‘소리극’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 기반해서 ‘소리극’을 말하자면,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공연 형태로 창극에 비해서 규모가 작은 작품이다. 창극이 대개 반주악기를 여럿을 사용하는데 반해서, 소리극은 이를 최소화하고 있고, 보다 ‘소리’와 ‘연기’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소리극 ‘서편제’에는 모두 6명의 배우가 등장을 한다. 판소리를 잘 할 줄 아는 3명의 소리꾼(배우), 소리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한 연극배우 3명 등 모두 6인이 소리극을 이끌어 간다. 소리극 ‘서편제’도 이청준의 소설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에선, 그간의 다른 작품과 같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무엇이 다르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소리극 ‘서편제’에는 웃음이 있다. 이건 그간의 한(恨)의 정서에 집중했던 것과는 완연한 차별을 이룬다. 소리극을 보는 관객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3분의 1정도의 웃으며 즐겁게 볼 수 있다. 흥(興)과 한(恨)의 균형감이 살아있다.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각색(진남수)과 연출(권호성)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너무도 익숙한 서편제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배열’하고 있다. 이게 극에 대해서 몰입하고, 해방의 경험하게 해준다. 소리(음악)와 얘기(연극), 진지한 것과 재밌는 것의 배치가 아주 좋다. ‘부분의 독자성’이 잘 살아있다.
판소리와 마당극 등 우리 전통공연예술의 특징을 이런 ‘부분의 독자성’으로 얘기한다. 서구의 연극처럼 하나의 주제로 계속 파고들면서 심화하기 보다는, 주제에 집중하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하면서, ‘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극을 우선하기보다는, 판이 더 중요하다.
소리극 ‘서편제’는 이런 ‘판’의 원리를 현명하게 잘 알고 있었다.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만들다가, 극에서 빠져나와서 놀이처럼 소통하다가 다시 극으로 이입하게 과정이 자연스럽게 재밌었다. 연출은 한국전통예술의 특장(特長)을 잘 살리면서, 2시간동안 몰입하게 해준다.
소리극 ‘서편제’는 성공했다. 평단의 입장에서도, 관객의 입장에서도 모두 그렇다. 성공요인의 일등공신이, 조엘라라는 소리꾼이었다는데 거의 모두 다 동의하리라. 기존의 서편제에서는 등장하지도 않거나, 중요치 않았던 이 배역이 소리극에서는 흥을 만들어내고, 서편제의 주인공들을 다시금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기틀을 마련해준다.
송화 역의 황애리와 김나니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영화(오정해), 뮤지컬(이자람, 차지연), 창극(김미진, 민은경)에서 ‘송화’를 맡았던 인물들의 존재감이 무척 큰데, 황애리와 김나니도 앞으로 이런 계보에 당당히 자리매김하리라. 소리극 ‘서편제’와 같은 작품이야말로, 서울돈화문국악당과 같은 공간에 딱 맞는 콘텐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