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2017년 2월23일 오후3시, 성균관대학교 무용과 학생들과 대학원생 30여명이 김포공항에 모였다. 다음날 주일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 한마당홀에 마련되는 「일한 교류 렉처 공연: 한국과 일본에서 보는 부채와 수건」 공연을 위해 일본으로 4박5일 간의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이다.
메이지 대학교 대학원 정보커뮤니케이션 연구과, 메이지 대학교 지재전략기구 아시아 태평양 퍼포밍 아트 연구소(RIAPPA)와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과 및 김백봉춤보전회가 공동주최한 본 행사는 일본 NPO 비교무용학회가 후원 및 제작 협력에 참여한 공연이다.
2시간여의 길지 않은 비행 후 드디어 일본 하네다 공항에 설레는 발을 내디뎠다. 그 후 전 출연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메이지 대학 스루가 다이 캠퍼스로 향했다. 리허설을 위해서였다. 학교극장으로 들어서자 일본의 국가지정 중요인간문화재 류큐무용(琉球舞踊) 중용류 초대종가인 시다후사코(志田房子) 선생과 그녀의 딸인 류큐무용 중용류 2대종가인 시다마키(志田眞木) 그리고 일본 무용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공연을 위한 준비에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임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보는 부채와 수건」의 기획은 행사를 위한 일시적 준비라기보다 메이지 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의 5년여 간의 지속적인 교류 연구를 통해 이뤄낸 한일 양국 간의 의미있는 성과물이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학 무용과의 전은자 교수는 2016년 1년 동안 메이지대학의 교환교수로 자리하면서, 시다후사코 문하에서 류큐무용을 배우고 있는 메이지대학 정보커뮤니케이션학과 하테루마 나가코(波照間永子)교수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날 공연은 양국 전통춤 레파토리와 재해석을 통한 공동 창작물 그리고 양국의 공통된 표현매체인 부채의 사용 방식에 초점을 둔 강연이었다. 렉처 공연(lecture performance)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한국의 전통춤과 일본 전통춤이 공통된 표현매체를 통하여 어떤 방식으로 예술적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지 볼 수 있는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었다. 렉처 공연이란 춤과 언어가 같이 공존하는 공연 형식으로,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예술공연에 거리감을 느끼는 많은 관객층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공연 형식은 두 나라 전통춤 간의 ‘이해’로부터 기인하였으며 양국의 전통춤 동작이 함의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인식하게 해주었다. 서로의 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 공연의 궁극적인 의미는 양국 간의 ‘국제문화 교류’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또한 단순한 문화교류행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우리 것 보여주기가 아니라 두 나라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춤의 창작자인 김백봉 선생과 시다후사코 선생의 무대의 등장인사를 통해 진정한 국제 춤문화 교류의 정통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두 나라 근대춤의 거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레파토리 공연과 연구는 후학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큰 감동과 말 그대로 진정한 두 나라의 교류, 화합의 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당시 필자는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전은자 교수와 하테루마 교수는 전통춤이 대학 안에서 전수형태의 교육과 연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통무용이 나가야 할 국제적 방향성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국제 문화교류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근대무용사의 흔적을 연구해 나가고 있는 두 대학의 혜안이 우리를 과거와 소통하게 하고 또 서로의 문화 간에 참 교류의 흐름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관객들의 큰 관심과 호응이라는 벅찬 선물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우리의 전통이 나아가야 할 길은 ‘소통과 이해’의 길이 아닐까? 이 길이 국가 간 또는 다음 세대 간으로도 이어져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