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1991년, 몽골이 최초로 공산권에서 유리되여 스스로 자립하며 서방권에 문호를 개방하던 시기, 나는 몽골 국립극장 개국 60주년, 환갑잔치에 초대되어 몽골의 공연예술(영화, 연극, 무용, 서커스 등) 전반에 걸친 발전상을 접하는 행운을 누렸다. 인구 200만이 좀 넘는 열악한 그들의 경제상황을 보면서 나는 문명의 혜택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편리함을 제공하며 길들게 하는지도 함께 경험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 불편하고 열악한 삶의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몽골국민이 지니고있는 건강한 자긍심과 자존감을 접하며 그들에게 칭기즈칸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들의 정신과 역사의 척추가 되고있음에 감탄하였다. 공룡의 나라, 초원의 나라, 말과 라마 양떼들과 함께 문화를 일구어 온 소박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그들의 그림, 춤, 노래 어느 곳에서도 몽골민족의 긍지와 당당함이 풍기고 있었다. 인간이 당당하다는 것은 참 아름다움 그자체다.
2003년 초봄, 나는 또 한 번의 행운을 경험한다. 페르시아 문화의 보고라고 하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치러지는 국제연극제를 통해 괴테가 동경하던 페르시아 문화의 진수를 경험하며 베일에 쌓여있던 또 다른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아랍어와 다른 페르시아 언어의 유려함과 우아함은 이란사람들의 선량함과 유연한 세련됨을 내세우지 않아도 전달하고 있었다. 더구나 20여 년이 넘는 미국과의 냉전 속에서도 유유히 버텨낸 당당함과 지혜로움이 그들 섬세한 문화 속에는 면면히 깃들어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알렉산더대왕의 정복을 비롯, 수많은 역사의 편린이 그들의 굴곡을 수놓아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연극제를 중심으로 문화행사를 치르는 그들의 행사진행 속에는 그들의 내면에 깃든 당당함과 자존감의 세련된 표현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또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그 저력으로 단절된 역사의 굴곡을 딛고, 대한민국의 70년 남짓한 동안 세계가 놀라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세계가 감탄하는 대한민국의 화려한 발전과 번영은 한민족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큰 획을 긋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스스로가 반성하고 비판하며 삶을 돌아보는 태도는 유구한 역사 속에 한시도 놓쳐서는 안될 일이지만, 지나친 자기비하의 “엽전” 근성은 대한민국 앞날의 건전한 성숙을 가져오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오늘 날 세계는 대한민국을 우러러보며 부러워하고 칭찬하고 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성숙의 디딤돌로 삼아야 함을 잊지말자. 또한 건전한 자존감과 자신감의 주춧돌로 삼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되, 포용의 문화 속에 격과 품위를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