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애용되는 장어는 흔히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 외에 갯장어(일본어에서 유래한 하모), 붕장어(일본어로 아나고), 그리고 꼼지락거려서 꼼장어로 불린다는 먹장어가 바닷장어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입맛과 선호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갯장어는 샤부샤부로 먹는 게 맛있고, 붕장어는 장어탕으로, 꼼장어는 구이로 먹는 게 평균적으로 맛있다. 갯장어, 붕장어 등을 회로 먹기도 하지만, 요즘은 기생충 감염의 우려가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이 중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에 있는 온갖 생선들 중에 가장 많이 파는 꼼장어란 놈을 출연시켜 본다.
대부분의 장어가 그러하듯 꼼장어도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A가 풍부하며 피를 맑게 하며, 보양식으로 뛰어나다. 또한 두뇌개발과 치매 예방에 좋다는 DHA, EPA 함량이 높으며, 단백질과 콜라겐이 풍부해 해독 능력과 세포 재생에 효능이 있어 피부미용에도 좋다. 꼼장어는 껍질이 벗겨진 붉은 몸통이 꼼지락거리며 구워지기에 좀 징그러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성들은 다소 꺼리고 남성들의 술안주로 애용되지만, 여자의 몸에 특히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시장은 행정구역 상 중구 남포동과 충무동에 걸쳐 있으며, 해안과 도심과 접하고 있어 시장과 관광, 요식의 기능을 아우르고 있다. 자갈치라는 지명은 자갈해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활어로 거래되는 어종인 ‘갈치’를 상징적으로 사용했다는 말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6.25 전쟁 이후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자갈치시장으로 모여들어 장사를 하면서 고유명사화한 ‘자갈치 아지매’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그럼 우선 자갈치 시장의 그 많은 꼼장어집 중에 어디를 가야 할까? 한 마디로 말하면 관광객 같은 타지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부산 토박이들이 가는 곳을 가면 된다. 가게에 들어가서 억센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일단 무조건 1차 합격이다. 예의 없는 말 같지만, 여수 같은 남도와 달리 부산은 주재료에 따른 메인 음식은 뛰어나지만, 김치를 비롯한 사이드 음식은 그리 맛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밑반찬도 맛있는 집을 찾아간다면 금상첨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자갈치시장에 꼼장어집만 대략 100여 곳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번호가 붙어 있어 번홋집으로도 알려져 있는 꼼장어 골목이 있고, 시장 외곽으로도 산재해 있다. 자갈치 시장 2층 주차장 옆에도 일군의 꼼장어집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동성꼼장어집이 밑반찬까지 맛있는, 부산 사람들이 주로 가는 집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사이좋게 손님을 맞아주는 이 집은 다른 집보다 팔팔한 큰 꼼장어를 쓰고, 넉넉한 양으로 푸짐함을 주며, 가성비 또한 좋다. 특히 주방아주머니의 음식솜씨가 좋아 즉석에서 무쳐주는 나물도 손맛이 뛰어나다. 꼼장어를 소금구이로 먹고 입가심 겸 식사로 얼큰한 장어탕을 한 그릇 하면 부산에 있는 만족감이 뱃속에서부터 밀려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국제시장 투어도 하고 근사한 야경도 즐기면, 부산의 밤이 어느새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시간은 흐른다. 문의(051-243-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