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정유라 입학비리 사건의 1차 재판이 끝났다. 재판부는 입학과 학점 비리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과 특혜를 서슴치 않은 사람들에게 징역, 집행유예, 벌금 등 다양한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에서 최대의 쟁점은 체육특기자에게 입학과 학점 특혜는 하나의 관행이었는가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검찰 측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특혜는 청탁과 권력에 의해 자행된 부정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 피고인 측은 일부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이제까지 대학의 전통적 관행에 의해 정당하게 행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육특기자가 대학 입학의 특전을 얻기 시작한 것은 이미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 운동부라든가 체육부가 생겨나고 여기에 소속된 운동 팀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명한 연고전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운동부가 체육특기자를 선발하여 자신이 소속한 대학의 명예를 걸고 경기에 출전하게 한 것이다.
필자가 35년에 가깝게 봉직한 대학에서는 농구부와 축구부가 유명했다. 전국대학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거듭하면서 명성이 올라갔는데 이에 따라 체육특기자의 입학자 수가 해마다 늘어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체육학과에만 입학의 특혜가 주어졌지만 나중에는 체육학과 이외의 다른 학과에 입학하는 것도 가능했다. 말하자면 체육특기자가 국가시험이 필수적인 의학과나 법학과는 입학할 수 없었지만 신문방송학과와 연극영화학과에는 입학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든 학과의 입학시험에서 특별한 학력이나 실기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체육특기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학의 특혜를 얻을 수가 있었고 재학 중에는 학기마다 강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모든 과목이 B학점 이상으로 기재된 성적표를 받아볼 수가 있었다. 체육특기자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헤아릴 수 없지만 학기마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하는 학생에게 B 학점 이상의 성적을 주어야 하는 교수와 강사들의 곤욕스러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현재도 대학 연극관련의 학과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송출연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학과 학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을 선발하기 위한 입학시험에서는 고등학교의 학력이 반영되지 않고 대신에 방송출연 경력과 인기 정도가 심사의 주안점이 된다. 그래서인지 대학가에서는 연극학과 입학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교수가 아니라 방송국 프로듀서와 기획회사 직원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방송출연 경력자가 처음에는 어떤 특혜를 받고 대학의 문턱을 넘었는지 모르지만 최근에는 각 대학 연극학과에서 유명한 방송출연자를 경쟁적으로 모셔가는 형편이다.
방송출연 경력자가 입학과 학점 특혜를 얻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많이 있다. 우선 입학을 위해 방송출연 경력보다 충분한 학력과 연기능력의 소유자이어야 하며 입학한 후에는 배우는 학생인 만큼 강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강의에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교육자의 역할과 양심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