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살롱

흔히 허리병이라 부르는 척추 질환은 대표적 퇴행성 질환. 이는 수십 년 오래 사용하여 몸 구석구석이 닳고 낡아 생기는 병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자동차라고 해도 여기저기 낡고 마모되면 고장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TV 거의 모든 채널에 허리 병의 대가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고질적인 만성 통증을 단 몇 분 동안에 말끔하게 고친다고 솔깃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렇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감언이설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금세 자명해 진다. 낡은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아무리 한 군데를 잘 고쳐 놓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이 또 망가지는 것처럼 퇴행성 질환 역시 한 곳을 손 대 놓으면 다른 데가 망가지고 해서 정말 말끔히 치료가 되려면 나이를 거꾸로 먹어 젊어지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몽땅 새것으로 바꾸지 못할 바에야 가능한 최소한으로 손을 대서 치료를 하자는 것이 요새 유행인 ‘최소 침습(invasion, 侵襲 외과적 상해) 수술’이다. 1978년 윌리엄스라는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의 무용수들을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무대로 복귀 할 수 있도록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을 최초로 개발하였는데, 이러한 개념으로부터 ‘내시경 수술’이라든지 피부절개를 최소로 줄이는 ‘경피적 나사 고정술’ 등이 유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 침습적 수술은 수술 후 통증이나 합병증을 줄인다는 것이지, 수술로 고칠 수 없는 사람들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치료에도 적응증(치료를 위해 특정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가 하는 상황판단, 위절제술의 적응증은 위암, 위 천공 등이 있으며 너무 전이되어 수술효과가 없을 경우 적응증이 아니라고 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그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것으로, 적응증이 아닌 경우는 수술이나 시술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대로 무조건적으로 수술을 피하라는 사람들도 믿어서는 안된다. 퇴행성 질환은 오래 사용해서 발병을 하는 그 특성상 그냥 기다린다고 해서 퇴행성 변화 자체가 호전될 수가 없는 병이다. 그래서 증상이 생길 경우, 적응증에 따라 수술을 할 것인가 보전적 치료를 할 것인가 결정을 해야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수술을 하지 않는 것도 몰상식한 행동이다. 우리가 허리 병으로 가장 흔하게 알고 있는 척추 디스크는 ‘추간판 탈출’이라는 병인데, 퇴행성 변화의 최초 증세로 열에 아홉명은 한두 달 지나면 그냥 나아지며 다음 단계의 퇴행성 변화로 이행한다. 그러니 한두 달 정도 참고 견딜 수 있으면 수술을 피할 수 있다. 반면 퇴행성 변화가 한참 진행하고 나서 증상이 발생하는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의 거의 말기로 아무리 기다려도 증상이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병이 퇴행성 변화의 초기인지 말기인지 가늠을 하면 이것이 수술이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