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2017년 7월4일 독일 옛 동독 지역이던 라이프치히의 한 교회당에서 독일의 국부라고 일컬어지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큰 음악회가 열린다. 이때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을 역임하고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맡았던 작곡가 이건용의 새 작품이 세계 초연된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작품을 위촉받았고, 세계 많은 작곡가들의 부러움을 사는 큰 영예이다. 이건용 작곡가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위촉을 받아 많은 성가를 작곡했으며, 이 성가들이 교회협의회가 편찬한 성가집에 수록되어 우리나라 밖에서는 많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1517년 10월30일 마르틴 루터는 당시 타락의 일로에 치닫고 있던 로마가톨릭을 개혁하고자 하는 95개 조항의 선언을 한 뒤 많은 공감을 얻어 교회개혁의 불씨를 당겼다. 이것이 바로 개신교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루터는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이 운동은 독일어를 문화적인 언어로 승화시켰고, 독일 민족을 문화민족으로 바꾸는 민족문화혁명을 이끌어냈다.
루터는 작곡가였다. 그리고 찬송가를 교인들이 부르는 회중찬송을 시작했다. 그의 생각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로 이어졌고, 독일을 음악의 나라 철학의 나라로 발돋움시킨 것도 루터 덕분이다. 분단된 독일이 동서 모두 루터를 나라의 아버지로 존경하여 독일 통일을 앞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곡가 이건용은 2012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과 시 산하의 클래식 음악단체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등장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 기간은 오페라단만 전념했고,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사임했다. 이유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작품을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5년 반의 짧은 기간 동안에 이건용은 두 가지의 우리나라 오페라 사상의 큰 업적을 남겼다. 첫 번째가 세종카메라타를 구상하고 정착시킨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창작오페라를 개발하고자 극작가 작곡가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실제적인 작업(워크숍)으로 새 오페라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2013년 11월에 리딩 공연을 시작해 이미 10여 곡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문화대상 시상작이기도 했다. 이건용은 “오페라는 말과 음의 만남이다. 인간이 구사하는 이 오묘한 두 세계는 역사적으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지배하기도 하고 서로 충돌하기도, 또 행복하게 결합하기도 해왔다. 오페라는 그중에서 행복한 결합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행복한 새 작품이 탄생했다.
또 한 가지 오페라 마티네는 매월 1회씩 4년간 40여 편의 작품을 낮에 공연했다. 이건용의 정제된 해설과 압축된 공연은 오페라 이해의 중요한 공연으로 정착되었고, 흥행적으로도 성공했다. 치밀한 기획과 짜임새 그리고 투명하고도 오페라계의 병폐를 일소시킨 공연은 감동적이고도 길이 남을 공연으로 자리매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