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100세 시대라고 한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어한다. 그것이 욕심대로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온갖 처방과 노력을 다 한다. KBS인간극장이 「99세 동환씨 한백 년 살다보니」(6.19~23) 한 노인을 방송했다.
강원도 철원군 길말읍. 한양 조씨 동환 어른은 99세(1919년생). 아직까지 보청기 없이 TV보고 안경 없이 신문 잔글씨까지 읽으신다.
일제강점기에 춘천농업(춘천농고)을 나와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서는 일본말을 잘 해서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 군청직원, 농고교사로 근무하고, 서울에서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민통선 안의 산과 땅을 찾아서 나무를 심고 밭을 일궜다. 그리고 농사에 전념했다.
첫째부인은 4남매를 두고 돌아가시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운명에 충격으로 기(氣)가 넘어가 함께 세상을 뜨고, 둘째부인은 그 자녀들을 잘 키우고 작고(作故), 외아들은 재산을 많이 축내고 사망했다.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내고 어느 듯 아흔아홉 연세.
지금은 손자 준희(47) 며느리(44)와 함께 사신다. 이제 동환 어른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이른 새벽. 전날 밤늦게 손주며느리가 차려놓은 아침식사를 하고 설거지까지 해 놓고 잠 깨울까봐 조용히 나오신다. 농토는 민통선 안에 밭 2000여 평과 산이다. 60대에 운전면허를 따서 1톤 트럭을 몰고, 검문소에 출입증을 보이고 16Km나 되는 밭으로 들어가신다. 농사일은 20평도 힘드는데 2천 평을 혼자서 씨 뿌리고 모종하고 가꾼다. 산짐승들이 밭을 쑤셔놓기 때문에 태양광 울타리를 쳐놨다. 낮에 충전되면 전압 때문에 밤에 짐승이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도 뚫고 들어와 애써 모종한 고구마를 싹을 잘라 먹는다. 30킬로들이 농약통을 짊어지고 대여섯 통이나 뿌린다. 무척 힘드실 텐데도 전혀 내색 없이 여기가 낙원이라고 하신다. 공기 좋고 땀 흘려 일하고 잘자라는 거 보고, KBS방송국에서 온다고 해서 농사가 더 잘됐나 보다고 즐거워하신다.
어른은 단골이발소에서 이발을 하신다. 무슨 일일까? 제삿날이다 11번의 제사를 매번 축문을 쓰고 밤11시에 지낸다. 앞으로 손자가 어떻게 할지가 걱정이시고. 서울 딸네 집엘 가시는 나들이. 어떻게 가실까? 산정호수에서 오는 버스를 타면 편하지만 요금이 4천 얼마다. 보통 그렇게들 타지만 어른은 아니다. 트럭을 몰고 단골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고 차를 세워두고 운천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의정부까지 오신다. 경로우대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 신길역에서 5호선으로 바꿔 타시니 교통비가 절반도 안든다.
조동환 어른은 젊어서 달리기와 축구를 잘하고 평생 크게 아팠던 기억이 없다. 지금 혈압은 120:80.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운전면허 기한이 아직 남았지만 시력이 0.8 이상이라야 갱신되기 때문에 걱정인데, 안 되면 조그마한 오토바이를 장만할까 생각 중. 두 마나님 산소가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타고 들어가서 돌봐야 한다고. 증손자가 20명이 넘는 99세 어른의 필수품은 스마트폰이다. 존경합니다. 책임PD 한호섭, PD 임대배, 글 한정·이슬이, 나레이션 이규원, 연출 김인중, 제작 제3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