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살롱

중국의 대국굴기()는 등소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흑묘백묘(黑苗白描)론을 내세운 등소평은 모택동의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수많은 아사자가 나왔던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다. 심천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이것이 성공하자 남쪽 해안부터 개혁개방을 하여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낸다. 그는 이 이익금으로 ‘서부대개발’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가 죽은 후에도 그 정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3대 지도자 장쩌민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어둠속에서 실력을 기르면서 빛 밖으로 나가지 마라), 4대 지도자 후진타오의 화평굴기(, 평화롭게 세계속에 우뚝 선다)가 다 그의 플랜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바탕에는 흔히 화상(華商)이라 불리는 진상(晉商)이 자리 잡고 있다. 진상은 춘추전국시대 때 진나라의 상인을 일컫는 것으로 산서성에 뿌리를 둔 상단이다. 이들은 오늘날 상업은행에 해당하는 표호(票號)를 전국 각지에 만들어 어음과 수표 등을 발행하여 여신과 송금업무를 하는 등 춘추전국시대부터 청나라 때까지 중국의 상권을 장악한 대단한 상단이었다.
그들은 한 무제의 실크로드 개척에 앞장섰으며, 산서성 태원에서 시작된 당나라의 건국에 자금을 댔고, 명나라 때는 전국의 소금영업권을 획득하여 막대한 부를 모았다. 심지어는 북쪽의 오랑캐인 누루하치의 청나라 건국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태평천국의 난’, ‘신해혁명’ 등을 거치면서 몰락하여 근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들을 화상(華商)이라 부르게 된다. 이들은 등소평이 처음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심천 경제특구를 만들 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다시 중국에 진출하게 되었다. 오늘날 중국 경제발전의 시드머니를 마련해준 셈이다.
중국의 5대 지도자 시진핑은 진상(晉商)의 본거지인 산서성 출신이다. 중국 역사를 꿰뚫고 있는 그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실크로드라 불리는 일대일로 정책은 우즈벡~이란~터키~독일로 이어지는 육로와 그리스까지 이어지는 해로를 개척하여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문명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은 어딜까? 표면적으로는 서안이다. 처음 실크로드를 개척했던 한 무제 때도 출발점은 한나라 수도였던 장안성(오늘날 섬서성 시안)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완성이 아니었다. 한 무제는 서쪽의 실크로드가 완성되자 동방 실크로드를 개척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동방 무역로를 장악하고 있었던 고조선과 부딪치게 된다. 결국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함으로써 실크로드의 완성을 보았다.
신실크로드도 마찬가지로 중국 서쪽에 위치한 서안은 신실크로드의 출발지가 될 수 없다. 일본에서 출발하여 해저터널로 현해탄을 통과한 철로가 한반도를 거쳐 중국본토를 통과하여 서안까지 연결되어야 완성이다. 동방실크로드의 완성에는 한국과 북한, 일본,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공존공생의 가치에 바탕을 둔다면 동방실크로드는 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희망과 번영을 안겨 줄 엄청난 정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