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가야금 연주가 홍은주(1957~2017). 아쉽게도 세상을 떠났다. 그간 건강이 좋지 않았으나 늘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이수자로서, 인간문화재 이영희 문하에서 수학했다. 이영희 선생의 제자가 참여한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공개행사」(2016.11.6, 민속극장 풍류)가 마지막 무대가 되었다. 홍은주는 다음 네 가지와 연관해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첫째, 가야금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해야 한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홍은주와 연결되어 생각나는 단어는 ‘성실’이다. 가야금 연주자로서, 또 가야금 교육자로서 평생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큰 무대와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았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홍은주에게 ‘후덕하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그가 중심이 된 음악이나 그가 주도적 역할을 한 음악단체는 늘 즐겁고 편한 분위기였다.
둘째,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기억해야 한다. 남창가곡(男唱歌曲)의 인간문화재 홍원기(洪元基, 1922~1997) 문하에서, 가곡과 가야금 정악을 익혔다. 정악은 ‘기교의 음악’이 아니라, ‘심성의 음악’이라고 했던가! 홍은주는 심성적으로 정악과 잘 맞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남편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이문주 박사와 함께, 홍은주 박사는 한국음악의 철학적인 면에 늘 관심이 두었다.
셋째, 국악교육과 연관되는 사람이라면 홍은주를 더욱 기억해야 한다. 그는 단소, 양금, 장구 등에도 능했다. 특히 단소실기와 장구실기를 가르치는 우수한 교육자였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국악실기 및 교수법’을 강의했다. 국악보급을 위해 교육현장에서 ‘가창교육’과 ‘장단교육’이 중요한데, 홍은주는 일선에 서게 될 교사들에게 효과적인 국악교육방법을 잘 알려주었으며, 국악을 만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마다않고 찾아갔다. 그런 그이기에, 홍은주는 ‘국악교육의 전도사’라는 불러야 마땅하다.
넷째, 홍은주는 인천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한다. 1980년대, 인천은 국악의 불모지였다. 1980년부터 시작을 해서 이십 년 가까이 인천교육대학(현 경인교육대학교)에서 국악과 관련한 많은 강의를 맡았다. ‘이론과 실기’의 두 영역이 가능했기에, 홍은주는 늘 환영을 받았다. 홍은주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주 인천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학생과 교사를 가르치는 일에 성실히 임했다. 인천에서 국악공연을 할 변변한 공간이 없던 시절, 홍은주는 인천에서 ‘가야금 독주회’(1990년 5월4일 인천올림포스호텔)를 개최했다. 홍은주는 일찍이 ‘미추홀국악단’을 조직(1989년)해서 인천에서 국악의 뿌리를 내리는데 힘을 기울였고, 그런 노력의 덕분으로 지금 ‘인천의 국악’이 다양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홍은주에게 ‘가야금’과 ‘국악’은, ‘교우(交友)’와 ‘봉사’와 동의어였다. 선생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국악에 관심을 갖게 했고, 그런 사람들과 늘 교유(交遊)를 이어갔다. 이렇게 음악적 동지가 된 사람들과 함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국악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홍은주는 생전 참 살가운 사람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