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스페인 마요르카 에이마(EiMa) 페스티벌
2005년 초연, 팜스 쵸이스 선정이래로 작품 『세 개의 공기』는 한·브라질 수교50 주년 기념, 미국, 러시아(상트 페테르스부르크)를 비롯해서 아시아, 유럽 지역 등 해외 11개국을 투어 해 온 박나훈 무용단의 자칭 효자 작품이다. 이 작품의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해외 투어에 최적화된 비쥬얼과 인도어,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작품의 배치와 철수의 용이한 이점 그리고 최소화된 인력구성과 프로모션 노력을 들 수 있겠다. 아울러 지원기관의 지원시스템도 중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단체에게 10년 이상 된 자체 레퍼토리의 존속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기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스페인 마요르카 축제 참가는 유럽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스페인의 관광명소로서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먼저 SID 페스티벌의 제안과 스페인 현지와의 수많은 메일링을 통해 작품을 정하고 지원신청 그리고 작품 실행까지 2년 정도가 걸렸다, 일반적으로 한 작품의 투어 실현까지 3년 정도 걸리는 경우에 비교하면 비교적 빨리 이뤄진 결과물이다.
『세 개의 공기』 작품은 최근 들어서 인도어보다 아웃도어에서 더 선호하는 듯하다. 최근 트래블링 아츠 코리아에서도 유독 아웃도어 공연을 원하는 해외 프리젠터들이 있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인도네시아문화원과 연계한 SIPA 페스티벌, 태국문화원과 연계한 IDF 페스티벌 나아가 2017년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의 BIPAF 페스티벌까지 모두가 아웃도어 공연이다.

아웃도어 공연의 장점
아웃도어의 공연의 장점은 인도어와는 달리 춤의 배치가 일반관객에게 열려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도어 공연의 여러 가지 기술적인 시스템과 어우러진 다양한 극장미학을 볼 수 없음은 다소 아쉽지만 최근에 들어서 중대한 화두로 떠오르는 춤의 대중화 및 춤의 사회적 소통과 기여라는 측면에서 아웃도어 공연의 장점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올해로 2회째 진행되고 있는 EiMa 페스티벌은 스페인에서도 남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에서 진행되었다.
기본적으로 넓은 곡창지대의 작업이 끝나는 농한기 정도의 시간에 공간을 사용하여 지역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조우하고 또 드넓은 지대에 가족과 전문가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춤과 다양한 공연예술의 장이였다. 무엇보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그곳에 무려 회당 500여명의 관객은 얼마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은 곳인지 증명해주었다.
기본적으로 춤에 대한 관심은 매 공연 후의 뜨거운 박수와 갈채로 이어졌고, 밤 10시가 넘는 축제는 지역민과 공연 관계자들로 가득찼다. 크게 2시간 동안 이뤄지는 공연 형태는 드넓은 필드에 배치된 5개 공연 팀의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투어 형태의 공연은 본인의 2012년 한·핀란드 커넥션 공연 때 경험했던 것으로 특정한 장소의 재해석과 접근을 관객의 투어를 통해 살펴보는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의 형태였다. 허나 이러한 투어형태의 관람을 드넓은 장소에서 돌아가며 관람하게 하는 방법도 필자에게는 매우 특이한 경험이었고, 그 넓은 필드에 펼쳐지는 5개 공연 팀의 리허설 또한 장관이었다.
먼저, 첫 번째로 이뤄진 스페인 팀의 서커스 춤 그리고 춤과 연극이 결합된 두 번째 공연, 나아가 플라멩코와 우리의 춤, 끝으로 브라질 현대무용 또한 케쥬얼 한 작품 진행과 집중도로 전체 페스티벌의 수준을 높였다. 아울러 춤이 끝난 후에 관객이 어우러지는 리셉션은 축제의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야말로 축제와 만남의 장소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필드의 열악한 바닥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주최 측의 헌신적인 노력은 공연 내내 공연 팀의 협조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레퍼토리 작업과 함께 세상 속으로 여행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 마요르카의 「에이마(EiMa) 페스티벌」은 한마디로 지역과 공연이 함께 일궈낸 이상적인 형태의 공연축제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가와 애정은 몹시도 부러웠으며 축제를 진행하는 축제 호스트의 축제 진행 방식 또한 그 무엇 하나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환경에 춤을 덩그러니 배치함으로서 그 춤이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조우하게 하며, 장소특정성과 아웃도어 공연의 진수를 한껏 보여주었다.
나아가 축제 디렉터인 안토니오 마오(Maria antonio mao)는 열악한 펀딩(Funding) 구조 속에서도 이 페스티벌을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특화된 축제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와 열정이 대단한 안무가이기도 했다. 특히 그 지역에 대한 연구와 춤의 배치 그리고 관객과의 조우를 위한 다년간의 경험과 노력은 축제의 질을 향상시키며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는데 소중한 토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2005년 이래로 아직까지 사장되지 않고 레퍼토리 작업으로 진행될 수 있음에 무엇보다 감사함을 느끼며 예술가의 생존만큼이나 작품의 존속도 시급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모든 춤 작가가 그러하듯이 본인이 원했든 춤계의 의도하지 않은 강요로 인한 것이든 기계적으로 생산되는 작품 등은 어떤 면에서 비효율성을 넘어서 춤 작가의 영혼을 차갑게 만드는 요인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작품이 충분한 시간과 시행착오 그리고 레퍼토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경험 등은 뜻하지 않게 진정한 작품과의 인연의 장소를 만나게 하는 행운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광활한 정보의 시대에 춤 작가들의 생존문제도 한없이 남루하고 또 치열한 춤계 지원시스템 속에서 한 작가의 레퍼토리가 오랜 세월 하나의 목소리로 세상 속으로 여행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조용히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