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신문과 방송에서 대학로 연극의 위기를 전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위기가 불어닥칠 때마다 단골처럼 대학로 연극의 위기를 전하는 뉴스는 빠지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피부가 닿는 것은 아니었다. 빚의 중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연극제작자가 2명이나 된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 20년간 ‘국민연극’의 반열에 등극하여 수백만의 관객을 유치한 「라이어」가 한국지역 판권을 모 뮤지컬 제작사에 20억에 넘기기로 했다는 사실을 특기하고 있다. 대학로의 위기가 얼마나 크고 깊었으면 이제까지 멀쩡하게 승승장구하던 레퍼토리도 포기의 길로 들어섰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대학로에는 없어지는 것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소극장의 수자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170여 개를 상회하던 대학로의 소극장이 지난 5년간 30개 정도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소극장에 다시 다른 운영자가 와서 새로운 소극장을 여는 경우보다 건물주가 다른 업종에 비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소극장을 음식점이나 다른 업소로 전환해 버린 경우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학로의 긴 역사를 보면 소극장이 번성하여 음식점과 카페를 몰아낸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거꾸로 음식점과 카페가 번성하여 소극장을 몰아낸 시기도 있었다. 최근의 경우는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닌 것 같다. 소극장과 마찬가지로 음식점과 카페가 모두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대학로의 명소에 해당하는 건물이 매도되거나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대학로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알려진 대로 동숭아트센터와 샘터파랑새소극장 건물이 서울시와 개인회사에 매도되었고 소극장정미소 건물과 쇳대박물관 건물이 매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동숭아트센터는 지난 40년 가까이 대학로 공연장의 수장 역할을 충실히 해왔고 샘터파랑새소극장 건물은 고 김수근 선생의 이름난 디자인으로 대학로의 예술적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해왔다.
반대로 없어지는 것 대신 새로 들어서는 것도 있다. 연극학과를 포함한 예술계 대학이 그것. 일찍이 중앙대학, 동덕여자대학, 상명대학 등이 공연예술학과를 앞세워 대학로에 진입한 이후 한성대학, 서울여자대학, 홍익대학, 서경대학 등이 대학로의 요지를 점령해나가고 있다. 대학로의 이름에 걸맞게 여러 대학이 진입하는 것을 나무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 대학이 대극장과 소극장을 신축하여 대관 등 상업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대학로에 충분한 공연장을 늘리기 보다는 교육적 용도를 더욱 확충하고 여력이 있다면 연극전문연구소와 박물관을 개설하는 용단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
대학로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니다. 언제고 대한민국의 연극이 총체적으로 쇠멸할 때 대학로는 함께 쇠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로라는 한정된 지역의 변화를 놓고 대학로와 대한민국의 연극적 위기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학로가 하나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위기라고 하기에는 대학로가 이미 획득한 예술적 자산이 너무나 많고 앞으로 새로운 세대들이 이루어낼 미래의 자산도 상당하다.